la 여행 선물은 동네 서점에서 골라봤다

LA에서 돌아오는 날, 가방을 열어 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은 작은 종이봉투 안에 있었다. 엽서 두 장과 얇은 책 한 권. 유명한 풍경이 크게 찍힌 물건은 아니었지만, 골목을 걷다 잠깐 들어간 가게의 공기가 함께 떠올랐다.
la 여행 선물을 찾을 때면 기념품 가게보다 동네 서점과 잡화점에 먼저 들어간다. 물건을 사러 온 주민 사이에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고, 받는 사람의 취향을 생각할 시간도 생긴다. 이번에는 로스펠리즈와 에코파크에서 그런 시간을 보냈다. 두 동네 모두 가게 문을 나서면 다시 평범한 거리로 이어지는 점이 좋았다.
로스펠리즈 서점에서 고른 얇은 책 한 권
로스펠리즈의 버몬트 애비뉴를 걷다가 스카이라이트 북스에 들어갔다. 서점 앞에서는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조금 서성였다. 지나가는 사람과 동네 가게를 구경하는 시간이 좋았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책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선물을 찾기 시작했다.
여행 선물로 책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무겁고, 받는 사람이 읽을 언어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두꺼운 사진집 대신 그림이 많거나 짧게 펼쳐 볼 수 있는 책을 골랐다. LA의 거리와 문화가 담긴 책 앞에서는 꽤 오래 머물렀다. 표지에 도시 이름이 크게 쓰여 있지 않아도, 그 동네에서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함께 건넬 수 있겠다 싶었다.
서점 선물의 좋은 점은 고르는 사람의 취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친구가 평소 좋아하는 색이나 그림을 떠올리며 책을 집었다 놓았다 했다. 한 권만 사기로 마음먹으니 선택이 더 신중해졌다. 계산을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종이봉투 하나가 그날 산책의 작은 기록처럼 느껴졌다.
엽서는 보내지 않아도 선물이 된다
같은 로스펠리즈에서 들른 왝코는 서점과 분위기가 달랐다. 구경할 것이 많아 입구에서부터 시선이 자꾸 옆으로 샜다. 장난감과 잡화 사이를 천천히 돌다가 엽서 앞에 섰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에게 어울릴 그림을 찾는 일이 물건을 사는 일보다 더 재미있었다.
엽서는 부피가 작고 깨질 걱정도 적다. 무엇보다 뒷면에 몇 줄을 쓸 자리가 있다. 나는 하나에는 그날 걸은 거리의 이름을, 다른 하나에는 함께 봤으면 좋았을 가게 이야기를 적었다. 여행지에서 산 물건이라는 사실보다 왜 그 그림을 골랐는지가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더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가게를 나와 근처를 조금 더 걸었다. 선물을 이미 샀으니 서둘러 다음 장소로 갈 이유도 없었다. 로스펠리즈에서는 이런 느슨한 순서가 잘 어울렸다. 책을 보고, 엽서를 고르고, 마음에 드는 골목에서 잠깐 발을 멈추는 식이다. 가게 안에서 보낸 시간만큼 밖에서 보낸 시간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에코파크에서는 조금 엉뚱한 물건을 만났다
다른 날에는 에코파크의 선셋 불러바드를 걸었다. 타임 트래블 마트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끌지만, 안에 들어가면 문구와 카드, 책을 살피느라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된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물건들도 있어서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가벼운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자석보다 이런 물건이 더 잘 맞겠다 싶었다.
이 가게가 글쓰기 교육 단체 826LA의 활동과 이어져 있다는 점도 마음에 남았다. 그렇다고 선물에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한참 구경한 끝에 가방에 넣기 쉬운 종이 물건을 골랐다. 받는 사람과 웃으면서 가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선셋 불러바드는 차가 오가는 큰길이라 처음부터 조용한 골목을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다. 나는 가게를 나온 뒤 걸음을 늦추고 주변 거리를 더 걸었다. 낮에 문을 연 작은 상점과 길을 건너는 주민들을 보고 있으니, 선물을 찾으러 왔다가 동네의 오후를 조금 얻어 가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가방에는 이야기가 남았다
이번에 고른 것은 책 한 권과 엽서 몇 장, 가벼운 문구류였다. 캐리어의 빈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들이다. 선물을 여러 사람에게 줘야 한다면 먼저 이름을 적어 두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물건이 보일 때 하나씩 고르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같은 그림을 여러 장 사는 것보다 시간은 걸리지만, 산책에도 방향이 생긴다.
동네 가게는 방문한 날에 따라 진열된 물건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상품을 찾으러 가기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것 중 하나를 고른다는 마음으로 걸었다. 책을 뒤적이거나 엽서를 비교하는 동안, 급하게 지나쳤다면 보지 못했을 거리도 눈에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 엽서를 건네자 친구는 그림보다 뒷면에 적힌 짧은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음 LA 여행에서도 가방 한쪽은 비워 두고 동네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물 하나를 고르는 시간이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