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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시장 골목에서 맛집을 찾다가 오래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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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시장 골목에서 맛집을 찾다가 오래 걷게 됐다

얼마 전 정릉시장에 갔을 때, 점심을 먹고도 한참 골목을 떠나지 못했다. 식당 한 곳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채소를 고르는 사람과 가게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맛집을 찾아 나선 날에도 내가 오래 기억하는 건 이런 장면이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시장까지

정릉시장에 가려면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1번 출구에서 보국문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안내에는 시장까지 직진 약 500m라고 적혀 있다. 큰길에서 시장 쪽으로 들어서면 차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가게 앞에 놓인 물건을 피해 걷느라 발걸음도 자연히 느려진다.

나는 목적지를 찍고 곧장 식당으로 들어가기보다 시장을 먼저 한 바퀴 걸었다. 어느 쪽에 반찬가게가 있고 식당이 어디쯤 모여 있는지 보고 나니 길이 덜 낯설었다. 골목형 시장이라 지나가던 사람과 마주치면 잠시 비켜 서야 할 만큼 길이 좁은 곳도 있다. 그 짧은 멈춤이 이 동네에서는 어색하지 않았다.

한적한 곳을 좋아한다면 시장이 늘 조용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 좋다. 이곳은 주민들이 실제로 장을 보는 곳이다. 내가 걸었던 평일 늦은 오전에는 느긋하게 둘러볼 만했지만,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식당 앞의 움직임이 조금 바빠졌다. 사람을 피하는 일보다 동네의 흐름에 맞춰 걷는 일이 더 편했다.

간판보다 먼저 보인 점심 풍경

정릉시장 안에서 점심을 고를 때는 긴 대기 줄이나 사진보다 자리를 살폈다. 혼자 들어가도 부담스럽지 않은지, 메뉴를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지 같은 것들. 결국 작은 밥집에 앉아 따뜻한 국물과 밥을 먹었다. 특별한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한 끼였지만, 걷다가 들어가 앉기에는 꼭 맞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먼저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고, 주문한 음식은 뜨거울 때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숟가락을 들고 나서는 주변을 구경하느라 바쁘지 않았다. 골목을 걷는 동안 조금 쌀쌀했던 손이 그릇 가까이에서 풀렸다. 여행지에서 먹은 점심인데도 평소 동네에서 밥을 먹는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이곳의 어느 식당이 누구에게나 최고의 맛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날 내가 찾은 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오래 기다릴 한 접시가 아니라, 걸음을 멈추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이었다. 정릉시장에서는 음식이 골목의 분위기와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먹으니 한 끼의 속도도 그날의 산책과 잘 맞았다.

밥을 먹고 정릉천 쪽으로

식사를 마친 뒤에는 바로 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릉천 쪽으로 걸었다. 성북구가 소개하는 정릉시장도 정릉천과 맞닿은 골목형 시장이다. 시장에서 들리던 말소리를 뒤에 두고 물길 가까이로 내려가니 같은 동네인데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길게 걸을 계획이 없었는데 한동안 천천히 발을 옮겼다.

이 코스가 좋았던 이유는 볼거리를 하나씩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점심 메뉴를 고르고, 천변에서는 걸을 만큼만 걷는다. 다시 골목으로 올라오면 낮은 주택과 작은 가게들이 이어진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야 할지 찾지 않아도, 방금 지나온 길이 머릿속에 남는다.

주택가 골목은 누군가의 생활 공간이라 목소리를 낮추고 걷게 된다. 가게 문 앞에 물건이 놓여 있으면 길을 넉넉히 비켜 간다. 그런 사소한 움직임까지 포함해 동네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장소를 찾는 마음이 그곳에 사는 사람의 하루를 밀어내서는 안 되니까.

정릉시장에서 보낸 반나절

이날의 동선은 단순했다.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출발해 시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은 다음 정릉천을 따라 조금 걸었다. 시간이 남으면 골목을 한두 번 더 돌아도 좋다. 다만 시장 가게와 식당의 쉬는 날은 제각각이라,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출발 전에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다시 간다면 나도 평일 늦은 오전쯤 도착할 것 같다. 장 보는 풍경을 천천히 보고 점심을 먹은 뒤, 서두르지 않고 물가까지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대에도 어느 식당에 사람이 몰릴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한 곳만 정해 두기보다 골목을 걸으며 그날 들어가고 싶은 곳을 고르는 방식이 정릉시장과 더 잘 어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건 음식 사진보다 시장을 나서며 잠깐 멈췄던 골목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밥을 먹기 전과 후의 시간을 함께 가져온 셈이다. 내게 오래 남는 맛집은 가게 문을 나선 뒤에도 그 동네를 조금 더 걷게 만드는 곳이다.

정릉시장 골목에서 맛집을 찾다가 오래 걷게 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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