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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여행 코스 따라 동네를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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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여행 코스 따라 동네를 걸어봤더니

포틀랜드에서 하루를 비워 두고 셀우드 쪽으로 걸어간 적이 있다. 유명한 장소를 몇 군데 더 보는 대신, 공원에서 시작해 동네 가게 앞을 지나 습지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특별한 풍경보다 집 앞 화단을 손보던 사람과 조용한 골목의 공기였다. 사람 적은 포틀랜드 여행 코스를 찾는다면 셀우드와 모어랜드를 천천히 잇는 이 길이 잘 맞는다.

웨스트모어랜드 공원에서 속도를 늦췄다

출발점은 웨스트모어랜드 공원으로 잡았다. 대중교통을 탄다면 SE 바이비 블러바드 역에서 내려 밀워키 애비뉴 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 공원 주 출입구는 바이비 블러바드와 맥러플린 블러바드가 만나는 쪽이다. 큰길을 건널 때는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운동장과 산책길 사이에 물가가 이어졌다. 이 공원에는 복원된 습지와 나무, 돌, 모래를 활용한 놀이 공간이 있다. 그래서 풍경이 지나치게 꾸며진 느낌은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물가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노는 시간에는 활기가 있지만, 공원이 넓어서 한쪽 길로 비켜 걸을 여유도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너무 촘촘히 잡지 않는 게 좋았다. 나는 첫 30분쯤을 목적 없이 걸었다. 새를 꼭 찾아야 한다거나 사진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셀우드의 가게들 사이로 점심을 찾아 걸었다

공원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셀우드의 주택가를 지나면 SE 13번가 주변에 작은 가게들이 모인다. 이 구간은 골목을 조금 돌아가도 좋다. 낮은 집과 오래된 나무가 이어지고, 길 하나를 건널 때마다 거리의 표정이 살짝 달라진다. 가게 이름을 미리 정해 두지 않은 덕분에 빈자리가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셀우드와 모어랜드에는 오래된 물건을 파는 가게도 여럿 있다. 구경할 때는 살 물건을 찾기보다 선반에 놓인 낡은 그릇과 책을 보는 쪽이 재미있었다. 다만 모든 가게가 늘 문을 여는 건 아니어서, 특정 가게가 목적이라면 당일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게 낫다. 이 코스의 좋은 점은 문 닫은 가게를 만나도 다음 골목으로 걸어갈 이유가 남는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무렵의 큰길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한적함을 기대하고 갔다면 가게가 모인 구간에서는 조금 양보해야 한다. 대신 한두 블록만 주택가 쪽으로 들어가면 차 소리가 줄었다. 나는 그 차이가 좋았다. 동네가 관광객을 위해 멈춰 있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 평소처럼 오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셀우드 공원에서 강 쪽으로 길을 틀었다

13번가 주변을 벗어나 서쪽의 셀우드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강보다 높은 자리에 있어 나무 사이로 시야가 열린다. 운동장과 놀이터를 지나 걷다 보면 앞서 본 가게들의 분위기와 또 다르다. 여기서는 무언가를 구경하는 사람보다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듯한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셀우드 공원 근처에서 오크스 바텀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다. 포틀랜드 공원관리국 안내에도 보호구역과 셀우드 동네를 잇는 산책로가 나온다. 길은 포장된 구간만 있는 게 아니고, 비가 온 뒤에는 흙길이 미끄럽거나 물이 고일 수 있다. 편한 운동화를 신고 밝을 때 걷는 편이 좋겠다.

중간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강가의 풍경이 크게 펼쳐지는 자리도 좋지만, 내게는 나무 아래에서 잠깐 주변 소리를 듣던 시간이 더 오래 남았다. 사람이 아예 없는 길은 아니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지나갔고, 길을 서로 내어 주며 걷기 좋은 정도였다.

오크스 바텀에서는 새를 기다리는 만큼만 머물렀다

오크스 바텀은 윌라멧강 동쪽에 남은 습지다. 포틀랜드 공원관리국은 이곳을 다양한 새가 찾는 서식지로 소개한다. 실제로 걸어보니 새를 가까이서 본다는 기대보다, 물과 풀 사이를 한참 바라보게 되는 장소에 가까웠다. 새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수면이 흔들리고 풀잎이 움직였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쓰는 포장길에서는 주변을 살피며 걷고, 새를 보려고 샛길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보호구역 안쪽 길은 조용하지만 습지라서 발밑 상태가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비가 많이 온 날이라면 현장 안내를 먼저 보는 게 좋다. 일정이 짧다면 입구 근처에서 잠깐 머물다 되돌아가도 이 코스의 맛은 충분하다.

내가 걸은 순서는 웨스트모어랜드 공원, 셀우드의 13번가, 셀우드 공원, 오크스 바텀이었다. 점심과 쉬는 시간을 넣어 반나절을 썼다. 이동 거리를 채우려는 마음 없이 걷다 보니, 포틀랜드는 유명한 풍경 하나보다 동네 사이에 놓인 조용한 시간으로 기억됐다. 다음에 가도 아마 같은 길에서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을 것 같다.

포틀랜드 여행 코스 따라 동네를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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