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 준비물 챙겨 골목을 걸어봤더니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거리보다 숙소 뒤편의 아침 골목이었다. 작은 의자에 앉아 국수를 먹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가 지나갔고, 나는 지도보다 그 풍경을 더 오래 들여다봤다. 그날 가방에는 물 한 병과 접이식 우산, 얇은 손수건이 있었다. 하노이 여행 준비물을 다시 챙긴다면 그 셋부터 넣을 것 같다.
골목을 천천히 걷는 여행은 짐이 가벼워야 편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적게 가져가면 비가 오거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하루의 리듬이 쉽게 끊긴다. 내가 실제로 쓰게 된 물건과 가방에서 잠만 잔 물건을 떠올리며 적어본다.
발이 편해야 골목에서 오래 머문다
하노이에서는 목적지까지 곧장 걷는 날보다 옆길로 몇 번씩 새는 날이 많았다. 쭉박 주변을 걸을 때도 호숫가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니 세탁물을 넌 집과 작은 가게가 이어졌다. 이런 길에서는 발에 익은 운동화가 가장 든든했다. 새 신발은 사진에는 예뻐도,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 발부터 신경 쓰인다.
신발은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오래 신어본 것 한 켤레면 충분했다. 양말은 하루치보다 한두 켤레 더 넣었다. 비에 젖거나 땀으로 축축해졌을 때 갈아 신을 수 있어서다. 가방도 한쪽 어깨에만 걸치는 큰 토트백보다 몸에 붙는 작은 가방이 편했다. 사람과 오토바이가 가까이 지나는 길에서 소지품을 챙기기도 수월했다.
옷은 얇은 상의 여러 벌과 가볍게 걸칠 긴팔 한 벌을 골랐다. 한낮의 더위만 생각하면 긴팔이 불필요해 보이지만, 해가 진 뒤 걷거나 실내에서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이 갔다. 출발 전에는 그 주의 예보를 보고 옷의 두께를 조절하는 편이 좋다. 같은 도시라도 걷는 날의 날씨에 따라 필요한 옷이 꽤 달라진다.
비를 피하는 물건보다 비 뒤를 위한 물건
골목 여행에서는 비가 오면 계획표를 지키기보다 가까운 가게 처마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한 번은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길 건너 과일 가게를 한참 바라봤다. 그 시간도 좋았지만, 가방 속 종이와 충전기가 젖을까 걱정했던 건 별개였다.
접이식 우산 하나에 더해 작은 방수 지퍼백 두세 장을 챙겼다. 여권 사본과 영수증, 충전 케이블을 나눠 넣기 좋았다. 얇은 손수건은 젖은 손이나 가방 겉면을 닦을 때 쓰고 금방 말릴 수 있었다. 우산이 있어도 바지 밑단과 신발은 젖을 수 있으니,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잘 마르는 옷을 입었다.
베트남 북부의 우기에는 강한 비가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외무부도 하노이 주변의 침수 가능성을 안내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골목을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돌아올 길부터 살핀다. 물이 고인 길을 무리해서 건너기보다, 가까운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가 움직이는 편이 내 여행 방식에도 맞았다.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게 챙긴 것
처음 가는 골목은 지도가 알려주는 길과 눈앞의 길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숙소 이름과 주소를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화면을 열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작은 종이에도 적어뒀다. 지도는 출발 전에 필요한 구역을 내려받았다. 골목에서 사진을 찍고 길을 찾다 보면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줄어 보조 배터리도 자주 썼다.
현금은 한곳에 몰아두지 않고 하루에 쓸 만큼만 꺼내기 쉬운 곳에 넣었다. 잔돈이 있으면 작은 가게에서 물을 사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을 때 편했다. 여권과 중요한 물건은 숙소에서 정한 자리에 두고, 외출 전후로 한 번씩 확인했다. 사소한 습관인데 물건을 찾느라 골목 한가운데서 가방을 뒤지는 일이 줄었다.
- 숙소 주소를 저장한 휴대전화와 종이 메모
- 충전 케이블과 충분히 충전한 보조 배터리
- 하루치로 나눠 둔 현금과 잔돈
- 여권, 필요한 예약 정보와 그 사본
이 목록은 특별한 장비라기보다 걷는 시간을 지켜주는 물건들이다. 통신이나 충전 상태가 좋지 않아도 숙소로 돌아갈 실마리가 남아 있으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가방에 남겨둘 작은 여유
물을 담을 작은 병, 자외선 차단제, 평소 잘 맞는 상비약도 챙겼다. 모기가 신경 쓰이는 시기에는 벌레 기피제를 더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베트남 여행에서 벌레 물림을 피할 수 있도록 기피제와 적절한 옷을 준비하라고 안내한다. 다만 병과 약을 잔뜩 채우면 정작 하루 종일 메고 다닐 가방이 무거워진다.
내 가방에는 늘 빈 공간을 조금 남긴다. 동네 가게에서 산 빵을 넣을 수도 있고, 더워서 벗은 긴팔을 구겨 넣을 수도 있어서다. 준비물을 챙긴다는 건 모든 상황을 미리 통제하는 일이 아니었다. 하노이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걸음을 늦추고 싶을 때, 짐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