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제주도 여행 코스 추천 동쪽 마을을 걸어봤더니

얼마 전 제주 동쪽을 걸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이름난 전망대가 아니라 평대리의 조용한 골목이었다. 바다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돌담과 밭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면 다시 파도 소리가 들렸다. 10월 제주도 여행 코스 추천을 묻는다면, 나는 평대리에서 하도리를 거쳐 종달리로 가는 1박 2일을 권하고 싶다. 하루에 여러 명소를 찍는 대신 동네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긴 코스다.
첫날은 평대리에서 천천히 시작했다
평대리에 도착해 먼저 바닷가로 갔다. 평대해변은 규모가 작아서 금세 둘러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해변을 목적지로 삼기보다 마을을 걷다가 잠깐 앉아 쉬는 자리로 두니 발걸음이 느려졌다. 바다 앞 도로에는 차가 다니지만, 안쪽 골목은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열린 대문 안을 들여다보거나 밭담 너머로 들어가지 않고 길에서 보이는 만큼만 구경했다.
점심 뒤에는 평대리 마을길과 해안길을 번갈아 걸었다. 관광지에서는 다음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같은 길을 되돌아가도 아깝지 않았다. 바람이 잦아들면 바다 쪽으로, 세게 불면 돌담이 있는 안쪽 길로 옮겼다. 10월의 제주는 볕 아래와 그늘의 느낌이 달라 얇은 겉옷 하나가 유용했다.
늦은 오후에는 이웃한 세화리로 넘어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세화는 평대보다 가게와 오가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 저녁을 해결하기 편했다. 그래도 식사 뒤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시 마을의 속도가 느껴진다. 첫날을 평대리와 세화리 두 동네로만 채우니 이동에 쓴 시간보다 걸은 시간이 길었다.
하도리에서는 해녀박물관부터 걸었다
둘째 날 아침에는 하도리의 제주해녀박물관으로 갔다. 전시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바다를 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 해녀가 일하던 바다와 밭을 오가던 길이 지금의 마을길과 이어져 있다는 걸 알고 걷는 편이 좋았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숨비소리길에는 밭담, 불턱, 별방진이 들어간다. 제주관광공사가 안내하는 전체 길은 약 1시간 30분이지만, 나는 중간에 멈추는 시간이 길어 반나절을 넉넉히 잡았다.
별방진은 하도리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래된 성곽이다. 성벽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그 아래 포구와 마을길을 함께 걸을 때 이곳이 훨씬 또렷해졌다. 돌담 옆으로 난 좁은 길에서는 사진을 찍으려고 한가운데 서 있기보다 통행할 자리를 남겨두었다. 조용한 동네의 좋은 점은 그곳의 일상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여행자도 그 일상을 방해하지 않을 때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하도리는 바다만 보는 동네가 아니다. 길 한쪽에는 밭이 있고 다른 쪽에는 집이 있다. 바닷가에 도착했다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오는 짧은 반복이 재미있었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해안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골목을 걷는 쪽이 한결 편했다.
종달리까지 걷고 싶다면 올레 21코스
걷는 시간이 여행의 중심이라면 하도리에서 종달리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21코스를 넣으면 좋다. 제주올레 안내 기준으로 약 11.3㎞, 3~4시간이 걸린다. 시작점은 제주해녀박물관 쪽이고 끝은 종달바당이다. 마을길과 밭길, 바닷길을 지나며 지미봉도 만난다. 지미봉 오르기가 부담스럽다면 우회길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숨비소리길을 충분히 걷고 박물관까지 본 날에 올레 21코스 전체를 더하면 생각보다 긴 하루가 된다. 나는 하도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 않아 걷는 구간을 체력에 맞춰 골랐다. 온종일 걸을 생각이라면 아침에 올레길부터 시작하고, 박물관과 별방진은 머무는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제주올레 코스는 우회 구간이 생길 수 있으니 출발 전에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종달리에 닿으면 바다를 따라 조금 더 걷다가 앉아서 쉬었다. 섬 동쪽의 유명한 풍경을 더 보러 갈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마을 하나를 지나온 느낌만으로 충분했다. 발끝에 남은 밭길의 흙과 얼굴에 닿던 바람이 오래 기억났다.
이 코스에서 시간을 아끼지 않은 곳
동선을 적으면 첫날은 평대리 해변과 마을길, 세화리에서의 저녁이다. 둘째 날은 하도리 해녀박물관과 숨비소리길을 걷고, 걷는 양에 따라 올레 21코스로 종달리까지 이어간다. 숙소를 세화나 하도리 근처에 잡으면 아침 이동이 단순해진다. 식당과 박물관 운영 여부, 돌아오는 교통편은 여행 직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10월에는 바닷바람 때문에 같은 거리도 더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과 편한 신발을 챙기고, 해가 기울기 전에 걷기를 끝낼 만큼만 일정을 잡았다. 사람이 적은 장소를 찾아가고 싶어서 시작한 길이었는데, 돌아와 생각해 보니 좋았던 건 적막함만은 아니었다. 돌담 옆을 지나고,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 옆을 조심스럽게 걸었던 시간이 제주답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