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여행, 유명 해변 말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얼마 전 푸꾸옥에서 일부러 늦게 움직였다
얼마 전 푸꾸옥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사오비치의 하얀 모래도, 선셋타운의 화려한 조명도 아니었다. 숙소 근처에서 아침을 조금 늦게 먹고, 관광버스가 지나간 뒤에 남은 조용한 길을 천천히 걸었던 시간이 더 선명했다.
푸꾸옥은 베트남 남쪽에 있는 섬이라 휴양지 이미지가 강하다. 공항에서 즈엉동 시내까지 차로 20분 안팎이면 닿고, 북쪽 빈원더스나 남쪽 혼똠 케이블카까지는 보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대부분 일정이 남북으로 크게 움직인다. 그런데 실제로 며칠 머물러보니, 이동 거리를 줄이고 한 동네를 오래 보는 쪽이 이 섬과 더 잘 맞았다.
솔직히 푸꾸옥의 유명 장소들은 예쁘다. 다만 성수기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고, 호객도 제법 있다. 저는 그런 장면보다 식당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커피 마시는 사람들,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 해 질 무렵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들의 표정이 더 좋았다. 여행이라기보다 잠깐 다른 일상에 끼어든 느낌이었다.
즈엉동 시장 뒤편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푸꾸옥여행에서 로컬 분위기를 보려면 즈엉동 시장은 한 번쯤 지나가게 된다. 보통은 야시장 쪽을 많이 떠올리지만, 저는 낮 시간의 시장 뒤편 골목이 더 좋았다. 오전 8시쯤에는 생선 냄새와 허브 향이 섞여 꽤 분주한데, 10시가 넘어가면 소리가 조금 가라앉는다. 그때부터 골목의 표정이 보인다.
좁은 길 사이로 과일가게, 국수집, 작은 잡화점이 이어진다. 관광객용 간판보다 현지어 간판이 많고, 메뉴판이 벽에 손글씨로 붙어 있는 집도 있다. 가격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쌀국수 한 그릇이 대략 4만~6만 동 선에서 보였고, 진한 베트남식 아이스커피는 2만~3만 동 정도였다. 고급스러운 맛을 기대하기보다 동네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속도를 따라가 보는 곳에 가깝다.
근데 이 골목은 사진을 너무 오래 들이대면 금방 어색해진다. 사람보다 풍경을 천천히 보는 게 낫다. 낡은 파란 셔터, 낮은 의자, 얼음 담긴 플라스틱 통 같은 것들이 푸꾸옥의 생활감을 보여준다. 여행지에서 흔히 찾는 ‘예쁜 장면’은 아니지만, 섬의 하루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
걷기 좋은 시간
- 오전 9시 30분 이후: 시장의 가장 복잡한 시간이 조금 지난다.
- 오후 3시 전후: 햇빛은 강하지만 골목 안은 비교적 한산하다.
- 해 질 무렵: 오토바이가 많아져서 걷기보다 카페에 앉아 보는 편이 낫다.
롱비치 북쪽 끝, 화려함이 살짝 빠지는 구간
푸꾸옥의 롱비치는 워낙 유명해서 조용한 곳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숙소와 바가 몰린 중심 구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저는 즈엉동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해변 중, 리조트 간판이 드문드문 끊기는 구간을 걸었다. 정확히 어느 지점이 좋다고 콕 집기보다, 지도에서 해변 접근로가 작게 열려 있는 길을 찾는 식이었다.
모래는 사오비치처럼 새하얗지 않고, 바다색도 날씨에 따라 꽤 달라진다. 그래서 처음 보면 기대보다 평범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적다. 파라솔이 빽빽하지 않고, 음악 소리도 멀리서 들린다. 파도가 낮게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가 더 잘 들리는 해변이었다.
여기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줄어든다. 30분 정도 걸어도 되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 라임소다를 시켜놓고 앉아 있어도 된다. 저는 오후 4시 반쯤 도착해 해가 낮아질 때까지 있었는데, 유명 선셋 포인트보다 훨씬 편했다. 노을 자체는 날마다 다르지만, 사람 사이를 비집고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함닌 마을에서 본 오래된 바다의 속도
동쪽의 함닌 마을은 푸꾸옥여행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막상 가보면 호불호가 있을 만하다. 세련된 카페나 깔끔한 산책로를 기대하면 조금 당황할 수 있다. 길은 단순하고, 식당들은 소박하며, 바다는 서쪽 해변처럼 휴양지 느낌이 강하지 않다. 대신 오래된 어촌의 속도가 남아 있다.
함닌은 즈엉동 시내에서 차로 약 25~35분 정도 걸렸다. 저는 점심시간을 살짝 비켜 오후 2시쯤 갔는데, 그 시간이 오히려 괜찮았다. 식당은 한산했고, 바닷바람은 세지 않았고, 부두 주변도 느슨했다. 멀리 바구니배와 작은 어선이 보였고, 물 빠진 바닥에는 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해산물 식당은 관광객을 받는 곳도 많아서 가격 확인은 꼭 필요하다. 게나 새우는 시세 차이가 크고, 무게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큰 메뉴보다 조개구이와 볶음밥처럼 부담 없는 접시를 골랐다. 맛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바다 옆에서 천천히 먹기에는 충분했다.
함닌에서 좋았던 작은 장면
- 부두 끝보다 중간쯤에서 보는 얕은 바다의 색
- 식당 뒤쪽에서 말리는 그물과 플라스틱 의자들
- 관광객이 빠진 오후 시간의 조용한 바람
북쪽보다 중간 마을이 더 오래 남았다
푸꾸옥 북쪽에는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가 많다. 가족 여행이라면 편하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로컬한 푸꾸옥을 보고 싶다면 북쪽 끝까지 올라가기보다 중간중간 작은 마을에 멈추는 편이 더 낫다고 느꼈다. 특히 큰 도로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들은 관광지와 생활 공간의 경계가 흐릿하다.
오토바이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동이 편하지만, 초행이면 택시나 그랩을 섞는 게 마음이 편하다. 푸꾸옥은 섬이라고 해도 생각보다 크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한 번에 움직이면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하루에 명소를 세 곳씩 넣으면, 풍경보다 차 안 시간이 더 많이 남는다.
저는 하루에 한 방향만 잡았다. 오전에는 숙소 주변 골목, 오후에는 한 해변, 저녁에는 야시장 정도. 이렇게 느슨하게 움직이니 오히려 더 많은 걸 봤다. 구멍가게 앞에서 아이들이 간식을 고르는 모습, 길가 노점의 숯불 냄새, 비가 지나간 뒤 갑자기 선명해지는 나무 색 같은 것들 말이다.
푸꾸옥여행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다면
푸꾸옥은 휴양지라서 편하게 쉬기 좋다. 하지만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다른 얼굴이 보인다. 유명한 해변을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과 장소를 살짝 비껴가면, 같은 섬인데도 훨씬 부드럽게 다가온다.
- 숙소는 즈엉동 근처에 잡으면 시장, 해변, 식당 접근이 편하다.
- 사오비치나 선셋타운은 이른 오전 또는 식사 시간대 직후가 비교적 덜 붐빈다.
- 하루 일정은 남쪽, 동쪽, 북쪽 중 한 방향만 잡는 게 여유롭다.
- 현금은 소액권으로 나눠두면 노점이나 작은 식당에서 편하다.
- 골목에서는 사진보다 걷는 속도를 먼저 맞추는 게 좋다.
푸꾸옥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떠오른 건 어떤 명소의 이름이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오던 길에 마주친 축축한 흙냄새, 시장 골목에서 들리던 칼질 소리, 해변 끝에서 혼자 앉아 있던 짧은 오후였다. 유명한 곳을 덜어내니 섬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지도에 저장한 장소보다, 그날의 바람과 발걸음에 더 맡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