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렌터카 빌려 골목길만 돌아다녀봤더니 보였던 조용한 제주

공항 주차장에서부터 여행 속도가 달라졌다
얼마 전 제주에 갔을 때, 이번에는 유명한 해변이나 전망대보다 동네 안쪽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전 같으면 공항에서 바로 협재나 성산 쪽으로 달렸을 텐데, 이번에는 제주도렌터카를 빌리고도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일부러 크게 잡지 않았다. 첫 목적지는 숙소 근처 작은 마을회관이었다.
공항 렌터카 셔틀 구역은 늘 분주하다.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줄을 서고, 직원들은 예약자 이름을 빠르게 확인한다. 그런데 차를 받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소란이 금방 멀어진다. 시동을 걸고 큰길로 빠져나오는 순간, 여행이 내 속도로 바뀐다. 제주에서 렌터카가 편한 이유는 단순히 이동 시간이 줄어서만은 아니다. 버스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길이 나오면 잠깐 멈출 수 있다는 점이 꽤 크다.
이번에 빌린 차는 준중형 차량이었고, 2박 3일 동안 혼자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캐리어 하나와 작은 배낭을 싣고도 여유가 있었고, 좁은 마을길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사실 제주 시내를 벗어나면 도로가 넓어지는 구간도 많지만,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돌담 사이 길은 생각보다 좁고, 농로처럼 보이는 길도 많다. 그래서 큰 차보다 작은 차가 편할 때가 많았다.
관광지 대신 마을 길을 고르면 보이는 것들
첫날 오후에는 애월의 이름난 카페 거리 대신 조금 안쪽 마을을 돌았다. 바다를 정면으로 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낮은 돌담과 감귤밭이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창문을 살짝 열고 달리면 바람 냄새가 달랐다. 바다 냄새만 나는 게 아니라 흙 냄새, 풀 냄새, 오래된 집 담벼락의 습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렌터카가 없었다면 이런 길은 일부러 찾아가기 어려웠을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 들어가기에는 애매하고, 택시를 타기에는 목적지가 너무 작다. 지도에도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길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제주가 조금 덜 관광지처럼 느껴진다. 사람도 적고,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설 일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 낮은 돌담 뒤로 보이는 감귤나무
- 마을 어귀에 세워진 오래된 창고
- 해 질 무렵 밭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트럭
-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과 작은 마당
솔직히 이런 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유명한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보다, 차를 세워두고 10분쯤 걸었던 조용한 골목이 더 또렷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제주도렌터카를 고를 때 생각보다 중요했던 것
제주도렌터카를 예약할 때 가격만 보고 고르면 조금 피곤해질 수 있다. 저도 예전에는 하루 요금이 가장 낮은 곳부터 봤다. 그런데 실제로 다녀보니 가격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차량 인수 위치, 보험 범위, 반납 시간, 그리고 직원 응대 속도다.
특히 비행기 시간이 이른 편이라면 반납 과정이 중요하다. 제주공항 주변 렌터카 업체는 대부분 셔틀을 이용하는데, 반납장에서 공항까지 10분 안팎으로 걸리는 곳도 있고 조금 더 떨어진 곳도 있다. 아침 시간에는 반납 차량이 몰려서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진다. 저는 국내선 출발 1시간 30분 전에는 반납장에 도착하려고 잡는 편이다. 여유가 있으면 마음이 덜 급하다.
보험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제주 도로는 초행이면 은근히 긴장되는 구간이 있다. 마을길에서는 맞은편 차와 천천히 비켜가야 하고, 해안도로에서는 경치에 시선이 빼앗기기 쉽다. 완전자차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업체마다 보장 조건이 다를 수 있어서, 예약 전에 면책금이나 단독 사고 처리 기준은 확인하는 게 좋았다. 말이 조금 딱딱하지만, 여행 중 불안이 줄어드는 건 꽤 큰 차이다.
제가 다시 고른다면 보는 기준
- 공항 셔틀 배차 간격이 너무 길지 않은 곳
- 차량 외관 확인을 사진으로 남기기 쉬운 곳
- 연료 정책이 명확한 곳
- 반납 시간이 비행기 일정과 맞는 곳
- 좁은 길 운전에 부담이 적은 차급
사람 적은 길을 다닐 때의 작은 요령
제주에서 한적한 장소를 찾을 때는 유명한 지명보다 시간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같은 해안도로라도 오전 8시와 오후 2시는 완전히 다르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아침에는 해안 쪽, 낮에는 마을 안쪽, 해 질 무렵에는 오름 근처 길을 택했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겠다고 너무 외진 곳만 고르면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어서, 편의점이나 주유소가 멀지 않은 생활권 안쪽을 주로 움직였다.
근데 제주 골목길은 생각보다 주차가 어렵다. 길가가 넓어 보여도 주민 차량이 다니는 길일 수 있고, 농기계가 지나가야 하는 길도 있다. 저는 마을 안쪽에서는 빈터처럼 보여도 함부로 세우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공영주차장이나 작은 포구 주변처럼 차를 세워도 되는 공간을 먼저 찾았다. 차를 세운 뒤 15분만 걸어도 충분히 조용한 길을 만날 수 있었다.
또 하나 느낀 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최단 경로가 늘 좋은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비가 온 뒤에는 좁은 농로보다 조금 돌아가는 큰길이 편하다. 여행에서 5분 아끼는 것보다 덜 긴장하고 가는 쪽이 낫다. 제주도렌터카를 빌렸다는 건 빨리 달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멈출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뜻에 가깝다.
렌터카 덕분에 오래 앉아 있었던 장소들
둘째 날에는 조천 쪽 작은 포구에 오래 앉아 있었다. 이름난 해수욕장처럼 편의시설이 많지는 않았지만, 방파제 끝에 앉아 있으니 동네 어르신들이 천천히 오가고 작은 배들이 흔들렸다. 바람이 세서 오래 걷기는 어려웠는데, 차 안에 얇은 겉옷을 두고 온 덕분에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편함이 여행을 느슨하게 만든다.
오후에는 서쪽 중산간 마을을 지나갔다. 관광 안내판이 크게 붙은 곳은 아니었고, 길가에 작은 무인 판매대가 하나 있었다. 귤 한 봉지를 사고 차 안에서 몇 개 까먹었다. 가격은 제가 갔을 때 한 봉지에 몇천 원 정도였는데, 맛보다 기억에 남은 건 그 조용함이었다. 차가 몇 분에 한 대 지나가고, 바람이 밭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제주도렌터카를 빌리면 누구나 더 많은 곳을 찍고 오려고 한다. 저도 예전에는 하루에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모두 넣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해봤다. 하루에 두세 군데만 정하고, 길에서 생기는 시간을 그냥 두었다. 그러니 여행이 조금 덜 소비처럼 느껴졌다. 장소를 모으는 게 아니라, 동네의 시간을 빌려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제주에 간다면 또 렌터카를 빌릴 것 같다. 다만 더 멀리 가기 위해서라기보다, 덜 유명한 길 앞에서 잠깐 멈추기 위해서다. 제주가 늘 새로워 보이는 순간은 큰 간판 앞이 아니라, 차 문을 닫고 조용한 골목으로 몇 걸음 들어갈 때 찾아오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