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모스커피, 유명한 곳을 조용히 지나가 본 아침 후기

온천장 골목에서 먼저 느껴진 공기
얼마 전 부산 온천장 쪽을 걷다가, 아침 공기가 생각보다 조용해서 걸음을 조금 늦췄다. 부산 모모스커피는 이미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이름이지만, 막상 본점이 있는 골목은 관광지처럼 번쩍이는 느낌보다 동네 안쪽으로 스며든 작은 마당에 가까웠다.
온천장역에서 걸어가면 길이 어렵지는 않다. 역 주변의 생활 소음이 조금씩 줄어들고, 병원과 오래된 가게들 사이를 지나면 낮은 건물과 대나무가 보인다. 카페 간판을 크게 찾아야 하는 분위기라기보다, 누군가 오래 쓰던 집을 조심스럽게 열어 둔 느낌이 먼저 온다.
나는 주말보다 평일 오전을 골랐다. 모모스커피 온천장본점은 보통 아침 7시 30분부터 문을 여는 편이라, 여행자에게는 꽤 고마운 시간대다. 부산에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호텔 조식 대신 이 골목으로 나오는 것도 괜찮다. 9시 전후에는 손님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줄을 길게 서는 압박은 덜했다.
유명한 카페인데도 골목의 속도가 남아 있었다
사실 모모스커피라는 이름만 들으면 조금 긴장하게 된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바리스타가 있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고, 부산 스페셜티 커피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곳이라 기대치가 먼저 올라간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면 그 유명세보다 먼저 보이는 건 마당의 돌, 나무 그림자, 낮은 지붕 같은 것들이다.
본점은 한 덩어리의 큰 카페라기보다 여러 공간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구조다. 주문하는 곳, 앉는 곳, 바깥 좌석이 조금씩 나뉘어 있어서 사람이 있어도 소리가 한곳에 몰리지 않는다. 물론 점심 가까운 시간이나 주말에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유명한 곳은 유명한 이유만큼 사람이 모인다. 그래도 아침 시간의 온천장 본점은 생각보다 동네 카페에 가까운 얼굴을 보여준다.
내가 앉은 자리는 실내와 마당 사이쯤이었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이 원두를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옆자리에서는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이 조용히 신문을 넘기고 있었다. 관광객의 들뜬 말소리와 일상의 작은 소리가 같이 섞여 있었는데, 그 비율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 적은 시간에 가려면
- 평일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가 가장 편했다.
- 주말에는 오픈 직후를 노리는 편이 낫다.
- 사진보다 커피와 공간을 천천히 보려면 실내 깊숙한 자리보다 마당 쪽 자리가 좋았다.
- 차를 가져가는 것보다 지하철과 도보가 마음이 편하다.
커피는 친절했지만 가볍지는 않았다
부산 모모스커피에서 가장 좋았던 건 커피가 어려운 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면 메뉴판 앞에서 괜히 작아지는 순간이 있는데, 여기서는 직원에게 맛의 방향을 말하면 꽤 자연스럽게 추천을 이어 준다. 산미가 강한 쪽이 좋은지, 고소하고 단단한 맛이 좋은지 정도만 말해도 충분했다.
나는 핸드드립을 골랐다. 가격대는 일반 동네 카페보다 높지만, 커피 한 잔을 빠르게 소비하는 곳이라기보다 원두의 향과 온도 변화를 천천히 보는 곳에 가깝다. 처음에는 밝은 과일 향이 살짝 올라왔고, 식으면서 단맛이 더 또렷해졌다. 솔직히 커피를 아주 전문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신 뒤 입안에 남는 느낌이 깨끗했다는 건 분명했다.
같이 간 사람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 잔은 조금 더 편안했다. 부산 여행 중에 이미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본 상태라면 오히려 복잡한 잔보다 이런 기본 메뉴가 더 잘 맞을 때가 있다. 모모스커피가 좋았던 건 둘 중 어느 쪽을 골라도 대충 만든 느낌이 없었다는 점이다.
영도점과 비교하면 본점은 더 생활 쪽에 가깝다
부산에서 모모스커피를 찾다 보면 영도 로스터리 앤 커피바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영도점은 항구와 창고, 로스팅 공간의 분위기가 강해서 부산다운 장면이 더 크게 들어온다. 바다와 산업적인 건물의 결이 좋아서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좋다.
반면 온천장 본점은 여행 사진 한 장으로 설명되는 공간은 아니다. 대신 오래 앉아 있을수록 작은 것들이 보인다. 대나무 사이로 드는 빛, 오래된 주택가의 낮은 담, 커피를 받아 들고 조용히 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같은 것들. 나는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영도점의 멋진 장면보다 본점의 느린 리듬이 조금 더 오래 남았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여행 목적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부산의 항구 분위기와 커피 생산 공간을 보고 싶다면 영도점이 맞고, 관광지 사이에서 잠깐 속도를 낮추고 싶다면 온천장 본점이 낫다. 특히 동래나 금정구 쪽을 걷는 일정이라면 굳이 해운대나 광안리 방향으로 넘어가기 전에 들르기 좋다.
주변을 같이 걸으면 더 좋은 곳
모모스커피만 찍고 바로 이동하기에는 온천장 주변이 조금 아깝다. 이 동네는 화려한 명소가 빽빽한 곳은 아니지만, 오래된 부산의 생활감이 남아 있다. 골목 사이의 작은 식당, 낮 시간에도 느리게 움직이는 시장 주변, 온천장역 근처의 낡은 간판들이 카페의 분위기와 묘하게 이어진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일부러 큰길보다 안쪽 골목을 골라 걸었다. 15분 정도만 걸어도 부산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바다를 보지 않아도 부산이라는 도시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나는 그런 시간이 여행에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풍경을 확인하는 여행도 좋지만, 동네가 가진 온도를 느끼는 여행은 오래 남는다.
- 온천장역에서 도보 이동이 편하다.
- 카페 방문 전후로 동래 쪽 골목 산책을 붙이면 동선이 자연스럽다.
- 오전 방문 후 점심은 근처 오래된 식당으로 이어가기 좋다.
- 조용한 시간을 원하면 단체 손님이 몰리기 전 이른 시간대가 낫다.
부산 모모스커피는 숨은 장소라고 부르기엔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그래도 시간대를 잘 고르면 유명한 이름 뒤에 남아 있는 골목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내게는 커피 맛보다 그 아침의 낮은 말소리와 마당의 그늘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부산을 조금 덜 급하게 보고 싶은 날이라면, 이런 카페 하나를 중심에 두고 반나절을 천천히 흘려보내도 충분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