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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로 골목만 돌아다녀봤더니, 유명한 곳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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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로 골목만 돌아다녀봤더니, 유명한 곳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속도를 늦췄다

얼마 전 제주에 갔을 때, 이번에는 유명한 해변 이름을 먼저 적지 않았다. 렌터카를 빌리긴 했지만 목적지는 크게 잡지 않고, 공항에서 20분 안쪽으로 닿는 동네부터 천천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실 제주도렌터카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건 가격과 차종인데, 막상 여행이 시작되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차를 어디에 세울 수 있는지, 좁은 길에서 부담이 없는지, 동네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지였다.

나는 소형차를 골랐다. 짐이 많지 않았고, 큰 차로 골목을 지나갈 자신이 없었다. 제주 서쪽 마을길은 생각보다 폭이 좁고, 담벼락 옆에 잠깐 서 있는 트럭이나 농기계가 많다. 내비게이션은 15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천천히 비켜가고 멈추며 25분쯤 걸리는 길도 있었다. 그런데 그 느린 시간이 좋았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귤밭 냄새와 바람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제주도렌터카는 멀리 가기보다 비껴 가기 좋았다

제주에서 차가 있으면 누구나 동선을 크게 잡고 싶어진다. 오전엔 동쪽, 오후엔 서쪽, 저녁엔 남쪽처럼 욕심을 내기 쉽다. 근데 그렇게 달리다 보면 섬을 본다기보다 도로 위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는 하루 이동 거리를 60km 안팎으로 줄였다. 대신 큰 도로에서 한 번씩 빠져나왔다.

예를 들면 애월의 붐비는 카페 거리 대신, 조금 안쪽 마을회관 근처에 차를 세웠다. 주차선이 있는 공터에 조용히 세우고 30분 정도 걸었다. 낮은 집들 사이로 빨래가 말라가고, 돌담 아래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관광지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지만, 이런 골목에서는 그냥 걸음이 멈췄다. 딱히 뭔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 동네의 오후가 너무 평범해서 오래 보게 됐다.

차가 있어서 좋았던 순간

  • 버스 배차를 기다리지 않고 마을과 마을 사이를 짧게 이동할 수 있었다.
  • 비가 잠깐 올 때 차 안에서 쉬다가 다시 걸을 수 있었다.
  •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서 해변 뒤쪽 길이나 작은 포구로 움직이기 쉬웠다.
  • 카페보다 동네 슈퍼, 포구 벤치, 작은 오름 입구에서 시간을 쓰게 됐다.

빌릴 때보다 반납할 때 알게 되는 것들

렌터카는 예약 화면에서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셔틀 대기 시간, 차량 인수 설명, 보험 범위, 반납 위치가 여행 기분을 꽤 좌우한다. 내가 갔던 날은 공항에서 렌터카 업체 셔틀을 타고 약 10분 정도 이동했다. 대기까지 포함하면 차를 받기까지 30분쯤 걸렸다. 성수기라면 이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보험은 완전자차라는 말만 보고 넘기기보다, 단독 사고나 휠, 타이어, 유리 부분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제주 골목길에서는 바닥이 고르지 않은 곳도 있고, 포구 주변에는 턱이 애매한 주차 공간도 있다. 운전을 잘하더라도 낯선 길에서는 작은 스침이 생길 수 있다. 솔직히 여행지에서 그런 걱정에 계속 신경 쓰는 것보다, 처음에 조건을 차분히 확인하는 쪽이 낫다.

사람 적은 곳을 찾을수록 주차 예절이 더 중요했다

한적한 장소일수록 주차장이 넓지 않다. 동네 주민들이 매일 쓰는 길이고, 밭으로 들어가는 입구일 때도 많다. 나는 빈 공간이 보여도 먼저 바닥 표시와 출입구를 봤다. 특히 돌담 옆 빈자리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트럭이 드나드는 길인 경우가 있었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조용한 방식으로 다녀오는 게 맞다고 느꼈다. 차 문을 세게 닫지 않고, 음악을 크게 틀지 않고, 사유지 경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 너무 기본적인 일인데 낯선 곳에서는 그 기본이 더 선명해진다. 좋은 장소를 오래 남기려면, 내가 지나간 흔적이 작아야 한다.

내가 지키려고 한 기준

  • 마을 안에서는 속도를 30km 이하로 낮췄다.
  • 주차선이 없으면 출입구와 회차 공간을 먼저 확인했다.
  • 사진보다 걷는 시간을 길게 잡았다.
  • 해 질 무렵에는 주택가 골목 촬영을 피했다.

렌터카로 다녀온 조용한 제주가 남긴 느낌

이번 여행에서 기억나는 건 큰 전망대보다 작은 길이었다. 바람이 세서 문을 조심히 열던 포구, 아무도 없던 버스정류장 옆 의자, 귤 창고 앞을 지나가던 느린 오후 같은 것들. 제주도렌터카는 유명한 장소를 더 많이 찍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살짝 비껴갈 수 있게 해준 도구에 가까웠다.

다음에 또 제주에 간다면 차를 빌리되, 지도에 별표를 너무 많이 찍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루에 두세 곳이면 충분하고, 그 사이의 길을 조금 더 오래 보려고 한다. 제주가 좋은 이유는 멋진 풍경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길 위에서 문득 마음이 느려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렌터카로 골목만 돌아다녀봤더니, 유명한 곳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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