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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 빌려 골목길로만 다녀봤더니 보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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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 빌려 골목길로만 다녀봤더니 보인 것들

공항 주차장에서 이미 여행의 속도가 정해졌다

얼마 전 제주에 도착했을 때, 공항 앞 렌터카 셔틀 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평일 오전 10시쯤이었고,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애월이나 함덕 쪽으로 바로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나는 이번에도 유명한 카페나 전망대보다, 차가 있어야 겨우 닿는 작은 마을길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제주도렌터카를 빌릴 때마다 느끼는 건 차종보다 동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2명이 움직이면 경차나 소형차도 충분했다. 좁은 골목이 많은 마을 안쪽에서는 큰 SUV보다 작은 차가 마음이 편하다. 특히 구좌, 한경, 남원처럼 밭담 사이 길이 많은 곳은 차폭이 작을수록 운전 피로가 확 줄어든다.

공항 근처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받고 나면 보통 첫 목적지를 바다 쪽으로 잡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일부러 공항에서 20~30분 정도 떨어진 동네 하나를 정해두고, 거기서부터 시동을 천천히 걸었다. 여행 첫날부터 빠르게 달리면 제주가 금방 관광지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마을 슈퍼 앞에 잠깐 서고, 귤밭 옆 길을 지나고, 낮은 돌담 사이를 돌다 보면 제주가 조금 더 일상에 가까워진다.

렌터카가 편한 이유는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 길에 있었다

사실 제주에서 렌터카가 없으면 유명한 곳 위주로 다니게 된다. 버스도 꽤 잘 되어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긴 노선이 있고, 해 질 무렵 작은 포구나 오름 아래 마을을 들르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렌터카를 빌리면 가장 좋은 점은 원하는 장소에 가는 것보다, 가는 길에 멈출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나는 한림에서 금능 쪽으로 가다가 큰길을 벗어나 작은 농로를 따라가 본 적이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그냥 회색 선처럼 보이는 길이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양쪽으로 낮은 밭담이 이어지고 멀리 비양도가 살짝 보였다. 차를 세울 만한 공간이 없어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 짧은 5분이 해변 주차장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또렷하게 남았다.

이런 이동을 하려면 몇 가지는 미리 챙기는 게 좋다. 너무 빡빡한 일정은 피하고, 하루 이동 거리를 80km 안팎으로 잡으면 동네를 보는 시간이 생긴다. 제주 한 바퀴를 하루에 다 돌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달리면 풍경은 많이 보고 마음에는 덜 남는다.

  • 좁은 마을길을 자주 갈 계획이면 소형차나 경차가 편하다.
  • 비 오는 날이 많다면 보험 조건을 꼼꼼히 보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 해안도로만 고집하지 말고 중산간 마을길을 섞으면 사람이 훨씬 적다.
  • 주차장이 없는 장소에서는 주민 통행을 먼저 생각하는 게 좋다.

사람 적은 동네로 가려면 내비게이션을 조금 덜 믿어도 된다

근데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은 대체로 빠른 길이다. 여행자는 빠른 길보다 천천히 봐도 되는 길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일부러 큰길에서 한 번 빠진다. 물론 사유지나 농로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는다. 동네 사람들의 생활 공간을 지나가는 일이니까, 차를 세울 때도 늘 조심스러워진다.

제주 동쪽에서는 세화와 종달 사이의 작은 길들이 좋았다. 해변에는 사람들이 있어도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집들과 밭, 오래된 창고가 나온다. 서쪽에서는 저지리와 청수리 주변이 기억에 남는다. 관광지 이름으로 크게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오후 4시쯤 빛이 낮아질 때 밭 사이로 난 길을 달리면 제주가 훨씬 부드럽게 보인다.

남쪽에서는 위미나 신례 쪽을 천천히 지나갈 때가 좋았다. 감귤 창고 앞에 트럭이 서 있고, 작은 식당에서 점심 장사가 끝난 뒤 의자를 들여놓는 풍경이 보인다. 이런 장면은 여행 정보 앱에서 별점으로 찾기 어렵다. 제주도렌터카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런 때다. 목적지가 흐릿해도 길 위에서 하루가 만들어진다.

주차는 풍경보다 먼저 생각했다

조용한 장소일수록 주차가 더 중요했다. 유명 관광지는 주차장이 넓지만, 동네 골목은 그렇지 않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밭 입구나 집 앞을 막으면 그 순간 여행자는 불편한 방문자가 된다. 나는 차를 세울 때 길 가장자리보다 공용 주차장, 마을회관 주변의 허용된 공간, 포구의 빈 구역을 먼저 찾았다.

가끔은 마음에 드는 길을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아쉽긴 한데, 그게 맞는 경우가 많았다. 차에서 내려야만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창문을 조금 열고 천천히 지나가며 보는 제주도 충분히 좋다. 특히 바람 소리와 귤나무 냄새가 섞일 때는 굳이 오래 머물지 않아도 그 장소가 남는다.

렌터카 예약 때 내가 보는 것들

제주도렌터카를 고를 때 가격만 보면 나중에 작은 불편이 따라올 때가 있었다. 공항에서 셔틀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인수 장소가 복잡하지 않은지, 반납 시간이 내 비행기와 맞는지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1만원 정도 싸게 예약했는데 셔틀 대기와 인수 절차로 40분을 쓰면, 첫날의 리듬이 조금 흐트러진다.

보험도 대충 넘기지 않는 편이다. 제주 도로는 익숙해지면 편하지만, 초행에는 회전교차로와 좁은 마을길, 갑자기 나타나는 주차 차량 때문에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 완전자차라는 이름만 보고 넘기기보다 면책 한도, 단독 사고 포함 여부, 타이어와 휠 보장 여부를 확인했다. 솔직히 여행 중에는 작은 흠집 하나도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연료 방식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주행감이 좋아서 제주와 잘 맞지만, 충전 계획이 필요하다. 숙소나 들를 동네 근처에 충전기가 있는지 봐야 한다. 반대로 휘발유나 LPG 차량은 충전 걱정은 덜하지만 반납 전 주유소 위치를 확인해두는 게 편했다. 나는 일정이 느슨하면 전기차, 이동이 많은 날에는 일반 차량을 고르는 편이다.

차가 있어도 천천히 다니는 쪽이 좋았다

제주에서 렌터카를 빌리면 이상하게 더 많이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미 비용을 냈으니 하루를 꽉 채워야 할 것 같고, 지도에 저장해둔 곳을 하나라도 더 눌러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제주도렌터카의 진짜 장점은 많이 가는 데 있지 않았다. 안 가도 되는 곳을 안 갈 수 있는 자유에 더 가까웠다.

비가 오면 포구 근처 식당에 오래 앉아 있고, 바람이 세면 오름 대신 동네 책방에 들르고, 해가 좋으면 이름 없는 해안가에 차를 세우지 않고 천천히 지나간다. 그렇게 움직이면 하루에 들른 장소는 적어도 여행의 밀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다음에 제주에 간다면 또 렌터카를 빌릴 것 같다. 다만 유명한 목적지를 많이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 적은 길에서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제주를 좋아하는 마음은 큰 풍경보다 작은 장면에서 자주 생겼고, 그 작은 장면들은 대개 지도에 크게 표시되지 않은 길 위에 있었다.

제주도렌터카 빌려 골목길로만 다녀봤더니 보인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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