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서 막대갈빗살을 먹어봤더니 오래 걷고 싶은 밤이 됐다

골목 끝에서 맡은 숯불 냄새
얼마 전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 일부러 큰길을 벗어나 동네 안쪽 골목을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7분쯤 들어가면 간판 불빛이 듬성듬성 켜지는 작은 먹자골목이 나오는데, 그날은 유난히 숯불 냄새가 먼저 길을 잡아줬다. 유명 맛집처럼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은 아니었다. 테이블은 8개 정도, 창가 쪽 두 자리만 손님이 있었고, 주방 쪽에서는 고기 손질하는 소리가 낮게 들렸다.
그 집 메뉴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막대갈빗살이었다. 이름이 조금 투박해서 더 끌렸다. 갈빗살이라고 하면 보통 양념이 진하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1인분 150g 기준으로 주문할 수 있었고, 고기는 길쭉하게 썰려 나왔다. 막대처럼 길게 잡히는 모양이라 굽는 동안 뒤집기도 편했고, 지방과 살코기 비율도 꽤 고르게 보였다.
막대갈빗살은 생각보다 조용한 고기였다
막대갈빗살을 숯불 위에 올리면 처음에는 화려한 냄새보다 담백한 기름 향이 먼저 올라온다. 삼겹살처럼 기름이 확 떨어져 불길이 크게 오르는 느낌은 덜했고, 꽃살처럼 입안에서 바로 녹는 고급스러운 질감과도 조금 달랐다. 대신 씹을수록 고기 맛이 천천히 나왔다. 솔직히 첫 점보다 세 번째 점이 더 좋았다.
이 부위는 너무 오래 익히면 금방 단단해진다. 직원분은 한 면을 40초에서 1분 정도 보고 자주 뒤집으라고 했다. 실제로 겉면에 갈색 선이 생겼을 때 바로 먹으니 육즙이 남아 있었고, 소금만 찍어도 충분했다. 양념장도 있었지만 처음 몇 점은 소금, 그다음은 와사비, 마지막은 파절이와 같이 먹는 흐름이 제일 자연스러웠다.
- 식감: 쫄깃함이 있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남음
- 굽기: 센 불에서 짧게, 자주 뒤집는 쪽이 좋음
- 궁합: 굵은소금, 와사비, 파절이 순서가 무난함
- 분위기: 오래 앉아 떠들기보다 조용히 먹고 걷기 좋은 느낌
유명한 식당보다 동네 고깃집이 좋았던 이유
사실 여행지에서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식당을 고르기 쉽다. 후기 수가 1,000개 넘고, 대표 메뉴 사진이 깔끔한 곳들. 그런데 그런 곳은 대기부터 시작해 식사 속도까지 어딘가 빠르게 흘러간다. 반면 이날 들어간 동네 고깃집은 메뉴 설명도 길지 않았고, 손님들도 동네 사람처럼 보였다. 옆 테이블에서는 회사 얘기보다 아이 학원 시간 얘기가 더 오래 이어졌다.
이런 장면이 나는 여행의 온도를 낮춰준다고 생각한다. 막대갈빗살 2인분을 주문하고 된장찌개 하나를 곁들이니 둘이 먹기에 과하지 않았다. 고기만으로 배를 채우기보다, 밥 반 공기와 찌개를 천천히 나눠 먹는 쪽이 이 집 분위기와 잘 맞았다. 가격은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화려한 특수부위 전문점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었다. 근데 맛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었다.
가는 길은 큰길보다 골목이 낫다
이런 장소는 길 찾기 앱이 알려주는 최단 경로보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 더 좋을 때가 있다. 큰 도로를 따라가면 그냥 식당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 되지만, 주택가 담장과 작은 세탁소, 늦게까지 불 켜진 슈퍼를 지나면 그 동네의 저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나는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걸었다. 600m 정도였고, 빠르게 걸으면 8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골목은 넓지 않았지만 무섭거나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비 오는 날에는 보도블록 사이가 조금 미끄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천천히 오가는 길이라 사진을 찍으려고 멈춰 설 때는 주변을 살피는 게 좋다. 여행이라고 해서 늘 멀리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런 작은 이동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막대갈빗살을 먹고 난 뒤의 밤 산책
고기를 다 먹고 나왔을 때 시간이 8시 20분쯤이었다. 골목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숯불 냄새는 옷깃에 살짝 남아 있었다. 바로 카페를 찾기보다 근처 시장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었다. 문 닫은 반찬가게 앞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포개져 있었고, 과일가게는 남은 귤을 상자째 정리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괜히 오래 보였다.
막대갈빗살은 이름만 보면 특별한 목적지가 될 만큼 강한 메뉴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이 고기는 동네 여행과 잘 어울렸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맛,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식감, 그리고 밥 먹고 나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여백이 있었다. 유명한 곳을 하나 더 찍고 오는 날보다, 이런 저녁이 몸에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다음에 비슷한 골목을 지나가다 작은 숯불 고깃집 메뉴판에서 막대갈빗살을 보면, 나는 아마 또 한 번 멈출 것 같다. 낯선 동네를 알아가는 방식이 꼭 박물관이나 전망대일 필요는 없으니까. 때로는 조용한 테이블 하나와 잘 구운 고기 몇 점이면, 그 동네의 밤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