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치맥페스티벌을 골목 여행처럼 걸어봤더니 보인 장면들

사람 많은 축제에서 조용한 시간을 찾는 법
얼마 전 대구에 갔을 때, 치맥페스티벌이 열리는 두류공원 쪽을 일부러 조금 늦은 시간에 걸어봤다. 사실 치맥페스티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원한 맥주, 바삭한 치킨, 무대 앞에 빽빽하게 모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장면보다 축제장 바깥의 느슨한 공기, 사람들이 잠깐 빠져나와 앉아 있는 길가, 근처 동네의 생활감이 더 오래 남았다.
대구 치맥페스티벌은 규모가 꽤 큰 편이라 중심 구역은 확실히 북적인다. 특히 저녁 7시 이후에는 공연을 보려는 사람, 치킨을 사려는 사람, 맥주를 들고 자리를 찾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린다. 근데 조금만 움직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메인 부스에서 5분만 벗어나도 소리가 조금 낮아지고, 공원 산책로 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각자 속도로 걷는다. 축제를 보러 왔지만 꼭 축제 한가운데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두류공원 안쪽보다 바깥길이 더 편했다
내가 가장 좋았던 시간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었다. 오후 5시 반쯤 도착하면 아직 공기가 덜 뜨겁고, 사람들도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이라 걸을 틈이 있다. 치킨 냄새는 이미 퍼져 있는데 줄은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이 시간대에는 자리를 잡겠다는 조급함보다, 어디가 덜 복잡한지 살피는 여유가 생긴다.
두류공원 내부는 축제 분위기가 강하다. 음악 소리도 크고, 조명도 화려하고, 치킨 브랜드 부스마다 활기가 있다. 반면 공원 바깥 도로와 골목 쪽은 훨씬 일상적이다. 편의점 앞에서 음료를 사는 주민들, 퇴근길에 잠깐 축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섞인다. 나는 이런 장면을 좋아한다. 여행지가 너무 여행지답게 꾸며져 있을 때보다, 그 장소가 원래 가진 생활의 리듬이 보일 때 더 오래 기억된다.
메인 행사장만 보고 돌아가면 치맥페스티벌은 그냥 큰 먹거리 축제로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을 조금 걸으면 대구의 여름 저녁이 같이 보인다. 넓은 도로의 열기, 지하철역에서 이어지는 사람들의 흐름, 공원 담장 옆 가로수 그늘 같은 것들. 그런 요소들이 합쳐져서 이 축제가 대구에서 열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적하게 즐기려면 동선을 짧게 잡는 게 좋았다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치맥페스티벌에서도 욕심을 줄이는 편이 낫다. 유명한 부스를 전부 들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피곤해진다. 나는 한두 곳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걷다가 냄새와 줄 길이를 보고 결정했다. 실제로 줄이 긴 곳이 항상 내 입맛에 맞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덜 알려진 부스에서 산 치킨이 덜 기다리고, 식어도 괜찮은 맛이라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 초저녁에 도착하면 자리와 동선을 고르기 쉽다.
- 무대 앞보다 공원 가장자리 쪽이 대화하기 편하다.
- 치킨은 한 번에 많이 사기보다 먹을 만큼만 사는 게 낫다.
- 돗자리보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방석이 편했다.
- 지하철역으로 바로 빠지는 길보다 한 블록 돌아가는 길이 덜 붐볐다.
솔직히 축제장에서 가장 힘든 건 음식보다 소음과 이동이다. 특히 더운 날에는 줄을 서는 시간보다 사람 사이를 계속 비집고 다니는 시간이 더 지친다. 그래서 나는 축제장 안에서 오래 버티기보다, 들어갔다가 빠지고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움직였다. 30분 정도 둘러보고, 10분 정도 바깥길을 걷는 식이다. 이렇게 하니까 축제의 에너지는 느끼면서도 금방 지치지 않았다.
치맥보다 기억에 남은 건 여름 저녁의 얼굴들
치맥페스티벌이라는 이름 때문에 치킨과 맥주가 전부일 것 같지만, 현장에 있으면 사람들의 표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회사 동료끼리 와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사람들, 아이와 함께 치킨 한 조각을 나눠 먹는 가족, 무대 소리와 상관없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하는 커플도 있었다. 다들 같은 축제에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특히 공원 외곽 벤치에 앉아 있던 순간이 좋았다. 멀리서는 음악이 들리고, 가까이서는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캔 따는 소리가 들렸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생생했다. 여행이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이 되는 건 아니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날이 딱 그랬다. 대구라는 도시의 여름을 한입 베어 문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조용한 장소만 찾는 사람에게 치맥페스티벌은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사람이 많고, 더울 때는 더 덥고, 인기 시간대에는 앉을 곳도 부족하다. 그래도 축제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는 습관이 있다면 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무대 앞의 환호보다 골목으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긴 줄보다 잠깐 비어 있는 산책로가 더 반가운 사람이라면 말이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걸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나는 처음부터 메인 행사장만 목표로 잡지 않을 생각이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축제장으로 들어가기보다 주변 골목을 먼저 한 바퀴 걷고, 해가 낮아질 때쯤 공원으로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치킨은 딱 한 가지 맛만 고를 거다. 여러 메뉴를 비교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여행이 아니라 숙제가 된다.
치맥페스티벌은 시끌벅적한 이름을 가진 축제지만, 꼭 시끄럽게 즐겨야 하는 건 아니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도 자기만의 속도를 찾을 수 있고, 유명한 축제 안에서도 덜 붐비는 장면은 분명히 있다. 나는 그 틈이 좋았다. 치킨 냄새가 남은 손으로 물병을 들고, 공원 바깥의 어두워지는 길을 천천히 걷던 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