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유명한 곳을 살짝 비켜 걸어봤더니 보인 동네의 얼굴

하노이 골목에서 시작한 베트남여행
얼마 전 하노이에 갔을 때, 호안끼엠 호수 주변보다 그 뒤쪽 골목을 더 오래 걸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유명한 카페 몇 군데를 찍어두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줄이 길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아서 발걸음이 조금 느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지도에서 별점 높은 곳을 지우고, 숙소 근처 생활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노이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은 폭이 2~3m 정도 되는 길이 많았습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벽 쪽으로 몸을 붙여야 했고, 문 앞에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어요. 관광지처럼 정돈된 풍경은 아니지만, 아침 7시쯤 문을 여는 쌀국수집, 세탁물을 널어두는 집,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이 겹쳐져서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앉았던 쌀국수집은 영어 메뉴가 없었습니다. 메뉴판도 벽에 붙은 손글씨가 전부였고, 가격은 한 그릇에 4만 동 정도였습니다. 유명 맛집과 비교하면 특별한 설명은 없지만 국물은 맑고 고수 향은 부드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자가 잠깐 끼어든 동네의 아침 같아서 좋았습니다.
다낭에서는 해변보다 시장 뒤편이 더 조용했다
다낭이라고 하면 미케비치와 바나힐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첫날엔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한낮의 해변은 생각보다 붐볐고, 카페와 식당은 한국어 간판도 많았습니다. 편하긴 했지만 제가 기대한 베트남여행의 결은 조금 달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한시장보다 조금 떨어진 동네 시장 주변을 걸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큰 시장과 달리, 골목 안쪽 작은 시장은 생활감이 더 선명했습니다. 생선 손질하는 소리, 과일을 고르는 사람들, 오토바이 경적이 섞여 있었고, 가게마다 물건을 내놓은 방식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망고스틴 1kg 가격을 물어보니 관광지 중심가보다 10~20% 정도 낮게 불렀습니다. 흥정을 세게 하지 않아도 표정이 편했고, 서로 필요한 말만 나눠도 충분했습니다.
근데 이런 곳을 걸을 때는 사진을 조심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일터이고 아침이니까요. 저는 카메라를 꺼내기보다 가격표, 냄새, 걸음의 속도를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여행에서 남는 게 꼭 선명한 사진만은 아니었습니다.
후에의 조용한 강변 골목
후에는 왕궁으로 유명하지만, 제게는 흐엉강 건너편 작은 골목들이 더 좋았습니다. 오후 4시쯤 강가를 따라 걷다가 큰길을 벗어나면 낮은 집들과 작은 사원이 이어집니다. 관광버스가 서는 구역과 15분 정도만 떨어져도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그 길에서 들어간 찻집은 간판이 작았습니다. 실내에는 선풍기 두 대가 천천히 돌고 있었고, 연유 커피 한 잔은 2만5천 동이었습니다. 테이블은 네 개뿐이었고, 손님 대부분은 동네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솔직히 화려한 인테리어는 없었습니다. 대신 창밖으로 자전거가 지나가고, 주인이 얼음을 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단순한 장면이 오래 앉아 있게 만들었습니다.
후에를 여행한다면 유명 유적을 다 보고 난 뒤에 바로 이동하지 말고, 강변 반대편 골목을 조금 걸어도 괜찮습니다. 길이 복잡하지 않고, 걸음도 비교적 편합니다. 다만 해가 진 뒤에는 조명이 약한 골목이 있으니 큰길 위치를 확인해두는 편이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람 적은 베트남여행을 위한 작은 기준
제가 베트남에서 조용한 장소를 찾을 때 정해둔 기준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도보 10~20분 벗어나기,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 걷기, 리뷰 수가 너무 많은 가게보다 동네 사람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가게 보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여행의 밀도가 꽤 달라졌습니다.
- 큰 도로보다 생활 골목을 따라 걷기
- 영어 메뉴가 없어도 가격을 먼저 확인하고 주문하기
- 사진보다 동네의 리듬을 먼저 살피기
- 택시 앱으로 돌아갈 위치를 미리 저장해두기
- 시장에서는 작은 단위로 사고 과한 흥정은 피하기
물론 조용한 장소가 늘 편한 것은 아닙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고, 위생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은 꼭 생수를 샀고, 음식은 회전이 빠른 집을 골랐습니다. 의자가 많이 비어 있는 집보다 현지 손님이 꾸준히 드나드는 집이 대체로 실패가 적었습니다.
유명한 곳을 비껴가면 보이는 것들
베트남여행은 유명한 도시를 따라가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하노이, 다낭, 후에, 호이안은 각자 분명한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 도시를 조금 더 조용히 느끼고 싶다면, 여행의 중심을 한 블록만 뒤로 옮겨도 풍경이 바뀝니다. 같은 커피라도 관광 거리의 커피와 동네 찻집의 커피는 맛보다 시간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대단한 숨은 명소를 발견했다기보다, 사람들이 덜 서두르는 자리에 잠깐 앉아본 것에 가깝습니다. 낮은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이름 모를 골목에서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시장 뒤편에서 과일 봉지를 들고 걷는 일. 그런 장면들이 모여 여행을 조금 더 일상 쪽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유명한 곳도 보겠지만, 아마 또 숙소 근처 골목부터 천천히 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