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여행일정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바다보다 아침 시장 앞 풍경이었다. 과일 상자를 옮기는 손수레가 지나가고, 출근길 사람들이 식당에 잠깐 들렀다 나왔다. 유명한 장소를 빠짐없이 도는 대신, 사흘 동안 동네를 하나씩 걸었다. 내가 걸었던 코타키나발루여행일정은 시내 골목, 리카스의 바닷길, 탄중아루의 아침 순서였다.
첫날은 중앙시장 뒤 골목에서 천천히
숙소는 시내에 잡고 첫날 오전을 비워뒀다. 코타키나발루 중앙시장은 바닷가 쪽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생선과 채소, 과일을 파는 구역을 지나면 여행지의 시장이라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장바구니를 곁에서 보는 느낌이 먼저 든다.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해도 시장만큼은 오전의 분주함 속에 잠깐 들어가 볼 만했다.
시장 안에서는 통로를 막고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했다. 한 바퀴 돌고 시내 쪽으로 빠져나오니 차 소리는 남아 있어도 걸음은 한결 느려졌다. 가게 문을 여는 사람,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보며 근처 골목을 걸었다. 이 구간에 시간을 넉넉히 둔 게 좋았다. 어디에 꼭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으니 작은 식당 앞에서도 편하게 멈출 수 있었다.
점심은 지나가다 자리가 난 식당에서 먹고, 더운 한낮에는 숙소로 돌아갔다. 도보로 다닐 만한 시내 거리도 습한 날에는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첫날부터 이동을 빽빽하게 넣었다면 다음 날 아침을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둘째 날은 탄중 리팟에서 리카스 쪽으로
둘째 날 오전에는 차로 탄중 리팟 쪽에 내려 바닷가 산책로를 걸었다. 탄중아루의 해 질 무렵을 떠올리고 왔다면 분위기가 꽤 다르다. 이곳에서는 운동하는 사람과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을 만났다. 바다를 보다가 나무 그늘에 앉고, 다시 조금 걷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곧게 뻗은 길이라 걷기 좋았지만 그늘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오전에 1시간 남짓 걷고 돌아섰다. 끝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니 바닷바람이 좋은 지점에서 오래 머물 수 있었다. 도로가 가까운 구간에서는 차 소리도 들린다. 완전히 고요한 해변을 기대하기보다 도시 사람들이 쓰는 산책길로 생각하면 이곳의 매력이 더 잘 보인다. 사바 주정부가 안내하는 리카스의 공원도 이 일대에 있어, 걷다가 쉬어 갈 자리를 찾기 좋았다.
근처 시장을 보고 싶다면 탄중 리팟의 KPD 판매장을 동선에 넣을 수 있다. 다만 주말 타무는 매주 열리는 일정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바 관광청 안내에는 월별 행사로 소개되어 있어, 장날을 맞춰 가려면 여행 직전에 날짜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나는 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주변을 잠깐 둘러봤는데, 이 일정을 시장 하나에 걸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지 않았다.
셋째 날 탄중아루는 해 질 무렵 대신 아침에
탄중아루는 석양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날 아침에 갔다. 해변에 도착하니 하늘은 밝았고, 바다는 저녁 사진에서 보던 극적인 색 대신 옅은 빛을 띠고 있었다. 모래를 오래 걷기보다 나무가 있는 쪽에서 잠시 쉬었다. 풍경을 봐야 하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탄중아루는 시내와 떨어져 있으니 왕복 이동을 따로 잡는 게 편했다. 사바 관광청은 시내에서 약 6km 떨어진 해변으로 안내한다. 나는 차로 오가고, 해변에서는 걷는 시간만 남겨뒀다. 해가 높아지면 금세 더워져 물을 챙긴 것도 잘한 일이었다. 근처 페르다나 공원까지 무리해서 묶기보다, 그날 몸 상태를 보고 한곳에 더 머물지 정했다.
사흘을 걸으며 남은 작은 기준
이 일정은 하루에 한 지역만 천천히 보는 쪽에 가깝다. 첫날 시내 시장과 골목, 둘째 날 리카스의 바닷길, 셋째 날 탄중아루의 아침. 장소 사이를 이동할 때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도착한 뒤에는 걸었다. 사바 관광청도 시내 이동 수단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걷기 좋은 시간은 아침에 두고, 한낮에는 쉬는 시간을 남겼다.
솔직히 이곳들이 늘 한적한 건 아니다. 시장은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분주하고, 산책로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누군가의 일상 옆에서 잠깐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코타키나발루를 떠난 뒤 떠오른 장면도 이름난 전망보다 시장 뒤 골목의 느린 오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