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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여행에서 골목을 따라 걷다 하루가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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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여행에서 골목을 따라 걷다 하루가 느려졌다

얼마 전 충주에 갔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큰 풍경보다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이었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음 장소로 옮겨 가는 여행에 조금 지쳐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성내동 관아공원에서 시작해 관아골을 걷고, 자유시장과 무학시장까지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이름난 곳을 많이 담기보다 충주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었다.

관아공원에서 걸음을 늦췄다

출발점은 성내동의 충주 관아공원이었다. 관아1길 21을 찾아가면 된다. 큰 길에서 안쪽으로 들어서자 옛 관아 건물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게 먼저 신기했다. 문루를 지나 마당에 서면 청녕헌과 제금당이 보인다. 청녕헌은 조선 시대 충주목사가 일을 보던 동헌이고, 제금당은 관리들이 머물던 건물이다. 충주 여행에서 역사를 길게 공부할 생각은 없었는데, 건물 사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이 자리에 여러 시대의 일상이 겹쳐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은 규모가 크지 않다. 덕분에 서둘러 돌아볼 이유도 없었다. 지붕선을 올려다보다가 마당 가장자리로 걸어가고, 다시 문루 쪽을 돌아봤다. 관광지에 왔다는 느낌보다 동네에서 잠깐 쉬어 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다만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조용히 걷고 싶다면 평일 오전이 더 잘 어울리겠다.

관아골은 목적지 없이 걷는 편이 좋았다

관아공원 밖으로 나오면 성내동 관아골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 손본 가게가 섞여 있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다시 평범한 생활 골목이 나온다. 이 차이가 좋았다. 반듯하게 꾸며진 거리만 계속되는 곳이라면 금세 지나쳤을 텐데, 여기서는 가게 간판과 오래된 벽을 번갈아 보며 자꾸 속도를 줄이게 됐다.

골목에서는 특별한 장면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문을 연 가게 앞을 지나고, 집과 가게가 맞닿은 길에서는 목소리를 낮췄다. 관아골을 소개하는 글에는 새로운 가게 이름이 여럿 나오지만, 작은 가게는 영업일이 바뀌거나 문을 닫기도 한다. 특정 카페 하나를 목표로 삼기보다 마음에 드는 길을 골라 걷는 편이 이 동네와 잘 맞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충주가 낯선 도시라는 느낌도 조금씩 옅어졌다.

시장에서는 충주의 평일을 만났다

관아골을 지나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주 도심에는 자유시장과 공설시장, 무학시장 등이 가까이 모여 있다. 자유시장에서는 옷감과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고, 무학시장 쪽으로 가니 먹거리 가게가 많아졌다. 시장마다 풍경이 조금씩 달라서 한곳만 보고 돌아섰다면 아쉬웠을 것 같다.

사람 적은 곳을 좋아한다고 해서 시장까지 텅 비어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무학시장 먹거리 골목은 점심때 발길이 몰릴 수 있다. 그럴 때는 한적한 통로로 빠져나와 다시 천천히 걸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와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니, 여행자가 보기 좋은 장면과 주민이 쓰는 장소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시장에서는 이 일상이 가장 좋았다.

먹을 곳을 미리 하나로 정해 두지 않은 것도 괜찮았다. 가게 앞 메뉴를 읽고, 손님이 드나드는 모습을 본 뒤 한 끼를 골랐다. 시장 식당은 쉬는 날과 재료가 날마다 다를 수 있으니 마음에 둔 메뉴가 있다면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편하다.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골목으로 나왔을 때의 느슨한 기분이 오래 남았다.

이 길을 다시 걷는다면

이 코스는 관아공원, 관아골, 도심 시장을 차례로 잇는 걷기다. 각 장소에서 얼마나 머무느냐에 따라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나는 길을 여러 번 멈춰 섰고, 시장에서 밥까지 먹으며 한나절을 보냈다. 걷기 편한 신발이면 충분했지만 시장 주변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오가는 구간이 있어 골목을 건널 때는 주변을 살펴야 했다. 주민의 집이나 가게 앞에서는 길을 막고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 좋다.

충주 여행이라고 하면 호수와 탁 트인 풍경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그날의 충주는 낮은 건물과 장바구니, 점심시간의 분주함으로 기억된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관아공원 마당에 잠깐 서 있다가, 지난번에 지나친 골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갈 것 같다. 같은 길이어도 그날 문을 연 가게와 오가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하루가 될 테니까.

충주 여행에서 골목을 따라 걷다 하루가 느려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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