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발리 타고 밤에 도착해 조용한 동네부터 걸어본 후기

얼마 전 제주항공발리 항공권을 잡고 발리에 다녀왔는데, 저는 도착하자마자 유명한 비치클럽이나 우붓 중심가로 뛰어들 생각이 거의 없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이 밤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사실 발리는 조금 천천히 들어가야 더 좋게 느껴지는 섬이더라고요.
인천에서 덴파사르까지는 대략 7시간 안팎. 제주항공 예약 화면에서는 날짜마다 시간이 조금씩 달라 보였고, 제가 탔던 편은 오후에 출발해 밤에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에 닿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날 일정은 욕심내지 않고 공항 근처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부터 동네를 걷는 쪽으로 잡았습니다.
제주항공발리, 편한 점과 살짝 아쉬운 점
제주항공발리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직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경유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없으니 몸이 덜 지칩니다. 특히 짧게 4박 6일, 5박 7일 정도로 다녀오는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꽤 큽니다. 발리에 한 번 들어가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만 해도 체력이 빠지니까요.
다만 저비용항공 특유의 준비는 필요했습니다. 수하물 포함 여부, 기내식, 좌석 간격 같은 부분은 예약 전에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저는 밤 도착이라 기내에서 뭔가를 먹고 내리는 편이 낫겠다 싶어 간단한 간식을 챙겼습니다. 물도 공항에서 미리 사고요. 작은 준비인데 도착 후 피곤함이 확 줄었습니다.
- 왕복 모두 직항인지 예약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확인
- 위탁수하물 포함 여부 확인
- 도착 시간이 밤이면 첫날 숙소는 공항에서 30분 이내로 선택
- 입국 심사와 수하물 찾는 시간까지 생각해 픽업 시간을 넉넉히 잡기
첫날은 꾸따보다 투반 쪽이 조용했습니다
발리에 처음 가면 꾸따, 스미냑, 짱구 이름이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밤에 도착해서 바로 그쪽으로 깊게 들어가면 차 안에서 시간을 많이 쓰게 됩니다. 저는 첫날 숙소를 투반 쪽으로 잡았습니다. 공항과 가깝고, 늦은 시간에도 이동 부담이 적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골목을 걸어보니 관광지의 화려한 첫인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작은 와룽에서 볶음밥 냄새가 나고, 오토바이가 천천히 지나가고, 세탁소 앞에는 젖은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습니다. 유명한 풍경은 아니지만 여행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은 오히려 이런 장면이었습니다.
공항 근처에서 하루 자는 이유
제주항공발리처럼 밤 도착 흐름이면 첫날 숙소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수영장 좋은 리조트에 밤 11시 넘어 들어가면 아깝기도 하니까요. 저는 첫날엔 깨끗하고 조용한 숙소를 고르고, 둘째 날부터 원하는 동네로 이동했습니다. 이 방식이 생각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사누르에서 발리의 속도를 맞췄습니다
둘째 날에는 사누르로 갔습니다. 발리의 대표적인 북적임을 기대했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 동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심심함이 좋았습니다. 해변 산책로가 길게 이어지고, 아침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과 강아지 산책시키는 주민이 많았습니다. 파도도 세지 않아 바다가 배경처럼 조용히 깔려 있었습니다.
사누르에서는 딱히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장 근처를 걷고, 해변에 앉아 배들이 떠 있는 방향을 보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유명한 카페를 찾아 줄 서는 여행보다, 현지 사람들이 장을 보고 밥을 먹는 흐름을 보는 시간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 조용한 숙소를 원하면 큰 도로 안쪽 골목 확인
- 해변 바로 앞보다 한두 블록 뒤쪽이 더 생활감 있음
- 아침 산책은 오전 7시 전후가 가장 부드러움
- 저녁 식사는 해변가보다 동네 와룽 쪽이 덜 붐빔
우붓은 중심보다 옆 골목이 좋았습니다
우붓은 워낙 유명해서 사람이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몽키 포레스트 주변, 왕궁 근처, 시장 앞은 낮에 꽤 붐빕니다. 그런데 중심에서 15분만 걸어 나가면 분위기가 바뀝니다. 논길이 나오고, 작은 사원 앞에 꽃잎이 놓여 있고, 오토바이 소리 사이로 닭 울음소리가 섞입니다.
저는 우붓에서 일부러 큰 카페보다 골목 안 작은 식당을 골랐습니다. 메뉴판이 낡고, 테이블이 네 개쯤 있는 곳이었는데 나시참푸르 한 접시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가격이 대단히 싸서라기보다, 주인이 손님 얼굴을 보고 천천히 웃어주는 그 온도가 좋았습니다.
발리는 유명 장소만 찍고 지나가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이동 시간도 길고, 인기 있는 곳은 사진 찍는 순서를 기다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제주항공발리로 들어가는 일정이라면 첫날은 쉬고, 둘째 날부터 사누르나 우붓 외곽처럼 속도가 느린 동네를 넣는 편이 여행의 표정이 부드러워집니다.
사람 적은 발리를 원한다면 일정에 빈칸을 남기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건 하루에 장소를 많이 넣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산책, 낮에는 숙소에서 쉬기, 오후에는 한 동네만 걷기. 이렇게 잡으니 발리가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하는 섬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지도에 저장해둔 곳보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자주 오더라고요.
제주항공발리는 발리까지 가는 문턱을 낮춰주는 선택지였습니다. 대신 항공권이 편해진 만큼 현지에서는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게 좋았습니다. 밤에 도착해 조용히 자고, 다음 날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해변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 것. 저는 그런 발리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