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발급 비용을 따져보니 면수에서 갈렸다

동네 골목을 걷다 보면 먼 곳으로 떠나는 일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곳을 몇 군데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 한 동네에 오래 머무는 시간이 좋다. 그렇게 천천히 떠날 계획을 세우다가 여권 발급 비용을 확인했다. 여권값은 하나로 정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와 여권 면수에 따라 금액이 달랐다.
성인 여권은 49,000원과 52,000원 사이
2026년 11월 기준 외교부 여권안내에 나온 국내 발급 수수료를 보면, 18세 이상이 신청하는 10년짜리 복수여권은 26면이 49,000원, 58면이 52,000원이다. 차이는 3,000원. 여기서 면수는 여권 안에 비자나 출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는 페이지 수를 뜻한다. 사진을 몇 장 넣느냐에 따른 차이가 아니다.
성인이라면 보통 5년짜리와 10년짜리 중 하나를 가격만 보고 고르는 방식도 아니다. 외교부 안내에 따르면 18세 이상이 복수여권을 신청할 때는 유효기간 10년의 여권이 발급된다. 그러니 성인 신청자가 먼저 고를 부분은 대개 26면과 58면이다. 해외여행 횟수가 많지 않다면 26면을 생각할 수 있고, 여러 나라를 자주 오가거나 비자 페이지를 넉넉히 쓰고 싶다면 58면이 마음 편할 수 있다. 다만 10년의 여행 계획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니, 3,000원 차이를 현재의 여행 횟수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아이 여권은 나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가족 여권을 한꺼번에 만들 때는 계산이 조금 복잡해진다. 18세 미만에게 발급되는 5년짜리 복수여권 가운데 8세 이상은 58면 44,000원, 26면 41,000원이다. 8세 미만은 58면 35,000원, 26면 32,000원이다. 같은 26면을 골라도 아이의 나이에 따라 9,000원이 차이 난다.
예를 들어 성인 두 명과 8세 미만 아이 한 명이 모두 26면을 신청한다면 발급 수수료만 130,000원이다. 성인 49,000원씩 두 명에 아이 32,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세 사람 모두 58면을 고르면 139,000원이 된다. 가족 여행 예산을 짤 때는 이렇게 사람별로 더해보는 편이 낫다. 여권사진 촬영비나 우편배송료처럼 별도로 쓰는 돈은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재발급도 어떤 경우인지 먼저 봐야 한다
여권이 만료되어 새로 만드는 경우에는 성인이라면 새 10년짜리 여권의 면수에 따른 금액을 생각하면 된다. 반면 아직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을 분실하거나 훼손해 남은 기간만 부여받는 방식의 재발급을 신청한다면 수수료는 27,000원이다. 이름은 둘 다 재발급이지만, 받는 여권의 유효기간이 다르다. 당장 내는 돈만 비교하면 27,000원이 작아 보여도 남은 기간이 얼마인지 함께 봐야 한다.
여행을 한 번만 계획한다고 해서 단수여권을 복수여권과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단수여권은 유효기간이 1년 이내이고 한 번의 외국여행에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17,000원이다. 가격 차이가 큰 만큼 사용 범위도 다르다. 몇 해 뒤 다른 나라의 조용한 동네에 다시 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면, 신청 전에 내 여행 방식에 맞는 종류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수수료 밖의 비용은 방문 방법에서 생긴다
처음 여권을 만든다면 여권사무 대행기관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기존에 전자여권을 발급받은 이력이 있으면 정부24 등에서 온라인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신청한 여권은 지정한 기관을 방문해 받아야 한다. 집에서 신청을 마쳤다고 이동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접수기관의 업무시간과 온라인 신청 여권 수령 가능 여부는 방문 전에 외교부 여권안내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도 비용을 생각할 때 빼놓기 쉽다. 여권사진은 신청일 전 6개월 이내에 촬영한 것이어야 하고 규격도 맞아야 한다. 예전 증명사진을 그대로 쓰려다 다시 촬영하면 돈과 시간이 함께 든다. 방문 신청 때 우편배송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외교부가 안내한 개별 우편배송 비용은 여권 한 권당 5,500원이다. 같은 주소로 보내는 가족 여권은 최대 다섯 권까지 7,500원에 묶어 받는 서비스도 있다. 온라인 재발급 신청자는 묶음 우편배송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신청 방식에 따라 수령 방법을 따로 살펴야 한다.
여권 발급 비용을 적어두고 나니 숫자보다 먼저 여행 장면이 떠올랐다. 여권의 빈 페이지를 얼마나 빨리 채우느냐보다, 낯선 동네에서 천천히 걸을 시간을 얼마나 남겨두느냐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 그래도 출발 전의 작은 계산은 해둘 만하다. 그래야 여행지에서는 돈 걱정보다 골목 끝 풍경에 조금 더 마음을 쓸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