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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에서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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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여행에서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봤더니

시드니에서 걷던 날, 항구 쪽으로 향하던 발길을 동네 골목으로 돌렸다. 큰 길에서는 차 소리가 이어졌는데,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서자 식료품을 들고 집에 가는 사람과 현관 앞 화분이 먼저 보였다. 그날 기억에 오래 남은 건 유명한 풍경보다 그런 평범한 장면이었다.

글리브에서는 물가까지 천천히 걸었다

글리브에 갈 때는 경전철 주빌리 파크 정류장에서 내려 비센테니얼 파크 쪽으로 걸었다. 잔디밭을 지나면 글리브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시드니시 안내에 따르면 이 길은 약 2.5㎞다. 길이 포장돼 있고 중간중간 앉을 곳도 있어서, 한 번에 끝까지 걷기보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쉬기 좋았다.

물 건너로 도시 건물과 다리가 보이지만 발밑 풍경은 꽤 조용하다. 개와 산책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물가 전체가 텅 빈 곳은 아니다. 그래도 넓게 펼쳐진 풍경 앞에서 한곳에 오래 서 있을 여유는 있었다. 햇볕을 피할 자리가 필요한 날에는 나무 그늘을 먼저 찾아두는 편이 좋겠다.

블랙와틀 베이 파크까지 걸은 뒤에는 안쪽 주택가로 방향을 바꿨다. 산책로만 따라갈 때와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의 분위기가 달랐다. 물가에서는 바람 소리가, 집들 사이에서는 접시 부딪히는 소리와 짧은 인사가 들렸다. 글리브가 마음에 남은 이유는 그 두 장면을 한 번에 걸을 수 있어서다.

발메인에서는 페리에서 내린 뒤가 좋았다

발메인 이스트 선착장에는 페리를 타고 갔다. 바랑가루 쪽에서 출발하는 편이 있지만, 같은 노선도 시간대에 따라 정차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타기 전에는 트랜스포트 포 뉴사우스웨일스의 당일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게 편하다. 선착장에서 내려 경사진 길을 올라갈 때부터 이 동네 산책이 시작됐다.

발메인의 재미는 물가 전망을 찾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오래된 집 사이의 좁은 길을 걷다가 가게 앞에서 잠깐 멈추고, 다시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내려갔다. 다만 경사가 있어 편한 신발이 잘 맞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주택 현관 앞에 오래 머물기보다는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는 쪽이 이 동네와 어울렸다.

시간이 남으면 모트 베이 파크까지 걸어갈 만하다. 이너웨스트 카운슬이 관리하는 물가 공원인데, 잔디에 앉아 쉬는 사람들과 건너편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 발메인 이스트에서 공원까지는 골목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야 한다. 나는 그 길이 오히려 좋았다. 페리에서 본 시드니가 조금씩 생활하는 동네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스킨빌에서는 목적지를 하나만 정했다

어스킨빌은 기차역에서 나와 스완슨 스트리트를 따라 걸었다. 역 가까운 길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이후에는 주택가를 천천히 돌아보는 정도로 일정을 잡았다. 뉴타운의 활기찬 큰길을 기대하고 오면 심심할 수도 있다. 이쪽은 가게를 몇 군데 돌아보기보다 골목의 속도에 맞춰 걷는 편이 좋았다.

걷다 보면 자전거를 세워둔 집, 낮은 담장 너머로 자란 나무, 장을 보고 돌아오는 주민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골목이 특별한 명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도 지도에 표시한 곳을 늘리기보다 역으로 돌아갈 길만 확인하고 걸었다. 조용한 시간을 원한다면 식사 시간대의 가게 앞보다 주택가 안쪽이 더 편안했다.

동네 여행은 하루에 한두 곳이면 충분했다

세 동네를 하루에 모두 넣으면 이동하느라 골목에 머물 시간이 짧아진다. 물가를 오래 걷고 싶은 날에는 글리브, 페리와 언덕길이 끌리는 날에는 발메인, 가벼운 동네 산책을 하고 싶은 날에는 어스킨빌을 골랐다. 가게 영업시간과 페리 운항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한 번 확인하면 된다.

시드니 여행에서 한적한 곳을 찾는다고 사람이 전혀 없는 장소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주민의 하루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조용히 걷고, 마음에 드는 벤치에서 잠깐 쉬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시 시드니에 가도 나는 하루쯤 일정을 비워두고, 익숙하지 않은 동네의 평범한 오후를 걸을 것 같다.

시드니 여행에서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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