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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여행 맛집을 찾다가 시장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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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여행 맛집을 찾다가 시장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포항 여행 동선을 적을 때마다 바다 사진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시장 골목이다. 생선을 고르는 손, 좁은 식탁에 놓인 국수 그릇,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는 사람들. 포항 여행 맛집을 찾는다면 유명한 한 집에 긴 줄을 서는 일보다 동네의 한 끼를 천천히 고르는 쪽이 내 취향에 가깝다. 이번에 적어둔 곳도 식당 이름보다 골목과 메뉴가 먼저다.

죽도시장에서는 한 블록만 더 걸어도

죽도시장은 포항을 처음 찾는 사람도 알 만큼 큰 시장이다. 그래서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면 의아할 수 있다. 그런데 회센터 앞에서 발길을 멈추지 않고 농산물 거리나 떡집 골목 쪽으로 돌아보면 시장의 표정이 달라진다. 식사하러 온 사람 곁으로 장바구니를 든 주민이 지나간다. 관광지에서 점심을 해결한다기보다 동네의 점심시간에 잠시 끼어드는 느낌이다.

포항시 관광 안내에는 죽도시장 안에 어시장뿐 아니라 먹자골목과 떡집 골목도 있다고 나온다. 물회가 목적이라면 횟집이 모인 쪽으로, 따뜻한 한 그릇이 당긴다면 수산물시장 근처 수제비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면 된다. 같은 시장에서도 식사 분위기가 꽤 다르다. 물회는 회와 채소를 비벼 먹는 방식이나 양념 맛이 집마다 다를 수 있으니, 국물을 따로 내는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다.

혼자라면 메뉴판의 ‘1인분’을 먼저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해산물 모둠이나 회 한 상은 양이 많을 수 있지만, 수제비나 국수는 비교적 가볍게 한 끼를 마칠 수 있다. 점심 무렵에는 시장도 분주하다. 사람 적은 골목을 걷고 싶다면 식사 시간을 조금 비껴 잡고, 문 연 가게 가운데 끌리는 곳을 고르는 방식이 잘 맞는다. 시장 전체가 한적할 거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조용한 골목을 찾아 걷는 즐거움에 가깝다.

구룡포에서는 모리국수 한 냄비가 떠오른다

구룡포로 가면 메뉴 선택이 조금 달라진다. 이곳의 모리국수는 생선과 해물을 넣어 끓이는 국수다. 익숙한 멸치국수보다 국물 맛이 묵직하고, 가게에 따라 얼큰함도 다르다. 처음 먹는다면 해물의 향이 제법 선명할 수 있다. 추운 날 국물 음식을 찾는 사람에게는 그 점이 오히려 반갑겠다.

포항시 관광 안내와 한국관광공사 여행 자료에도 구룡포의 음식으로 모리국수가 소개된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형태로 내는 집이 있을 수 있으니 혼자 간다면 주문 가능 인원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다. 특정 식당의 가격이나 영업시간은 바뀔 수 있다. 이름만 보고 먼 길을 가기보다, 구룡포항 주변을 걸으며 당일 문 연 집의 메뉴판을 확인하면 발걸음이 덜 급해진다.

국수를 먹고 곧장 차에 타지 않아도 좋다. 포구 쪽으로 가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만한 풍경이 이어진다. 가게와 배가 같은 동네 안에 있는 거리다. 겨울에는 과메기도 구룡포에서 많이 찾는 음식이다. 호불호가 있는 맛이라면 처음부터 큰 상을 주문하기보다 먹을 수 있는 양과 곁들임을 살펴보는 게 좋다. 맛집이라는 말보다 내 입맛에 맞는 한 끼가 더 중요하니까.

사람이 적은 길은 큰길 옆에 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잘 알려진 장소라 주말에는 조용한 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거리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사진 배경으로만 지나치기에는 기억할 이야기가 있다. 골목을 둘러본 뒤에는 사람들 발길이 모이는 계단 앞에서 오래 머무르기보다 포구와 생활도로 쪽으로 걸어 나오는 편이 내 여행 방식에 맞는다.

죽도시장과 구룡포를 하루에 모두 묶는다면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둘은 한 동네처럼 이어진 곳이 아니다. 반나절만 있다면 한 곳을 고르고, 그 안에서 점심과 산책을 함께 끝내는 쪽이 느긋하다. 죽도시장에서는 수제비 한 그릇 뒤에 떡집 골목을, 구룡포에서는 모리국수 뒤에 항구 주변을 걷는 식이다. 먹을 곳을 여러 군데 찍어두면 오히려 골목의 속도를 놓치기 쉽다.

식당을 고르는 작은 기준

동네 식당에서는 화려한 사진보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더 쓸모 있다. 문 앞에서 메뉴와 가격을 보고, 혼자 주문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면 근처를 조금 더 걸어본다. 생선이나 해물이 들어간 음식은 그날 재료와 조리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모리국수의 맵기를, 날것이 부담스럽다면 물회의 재료를 주문 전에 묻는 게 가장 정확하다.

골목이 조용하다고 가게까지 늘 비어 있는 건 아니다. 쉬는 날도 제각각이고,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 곳도 있다. 그래서 한 집만 목적지로 정하기보다 같은 동네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두 가지쯤 생각해둔다. 계획대로 먹지 못해도 여행이 틀어졌다는 기분이 덜 든다.

포항에서는 큰 바다를 보러 갔다가 작은 식탁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국수를 먹고 항구를 걷거나, 수제비를 먹고 장 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오는 시간. 그런 하루라면 이름난 식당 한 곳을 놓쳐도 아쉽지 않다.

포항 여행 맛집을 찾다가 시장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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