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월 여행지 골목을 따라 걸어봤더니

1월에 일본 골목을 걸을 때면 발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해가 짧고 손끝은 시리지만, 작은 가게의 불빛과 저녁을 준비하는 집들의 기척이 오래 남는다. 유명한 풍경 하나를 보려고 서두르기보다 동네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가나자와의 가즈에마치와 오이타현 기쓰키, 쇼도시마의 도노쇼를 권하고 싶다. 세 곳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한 번에 잇는 코스가 아니라 각기 다른 여행에서 천천히 걸을 동네로 생각하면 좋다.
가나자와에서는 강 건너 골목에 더 오래 머물렀다
가나자와의 히가시차야 거리는 사진으로도 익숙하다. 나도 처음에는 그곳을 향해 갔다. 그런데 아사노강 다리를 건너 가즈에마치에 들어서니 걷는 속도가 달라졌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 한 걸음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좁은 골목이 나오고, 조금 걷다 보면 다시 물가가 보인다. 구경할 가게를 빽빽하게 찾아두지 않아도 한 시간이 금방 지난다.
가나자와 관광 안내에서는 가즈에마치를 히가시차야 맞은편의 작고 조용한 거리로 소개한다. 다만 ‘조용하다’는 말이 언제나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주말이나 해 질 무렵에는 걷는 사람이 늘 수 있다. 나는 강변을 한 바퀴 돈 뒤 마음에 든 골목으로 되돌아가는 편이 좋았다. 집과 가게가 붙어 있는 거리라 문 앞을 막고 오래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다.
가나자와역에서 버스를 타고 하시바초에 내리면 아사노강 다리 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 1월의 가나자와는 눈이 내리기도 하고 비나 진눈깨비로 길이 젖기도 한다. 하얀 거리를 기대하고 갔다가 눈을 못 볼 수도 있다. 방수되는 신발 하나는 챙기는 게 편했다. 강바람까지 맞고 나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쉬어 갈 이유도 생긴다.
기쓰키의 두 언덕은 내려와서 다시 보게 됐다
오이타현 기쓰키에서는 이름을 외워둔 곳이 두 군데였다. 스야노사카와 시오야노사카. 두 언덕은 낮은 상점가를 사이에 두고 남북의 옛 무사 거주 구역으로 이어진다. 한쪽을 올라가 맞은편을 바라보니 방금 지나온 길이 다르게 보였다. 언덕 위의 담장, 아래쪽 가게, 반대편 경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이 동네에서는 목적지보다 오르내리는 시간이 좋았다. 골목을 걷다가 문이 열린 가게를 만나면 들어가고, 닫혀 있으면 다음 길로 갔다. 관광지처럼 보이는 옛집 사이에도 지금 누군가 드나드는 생활 공간이 있다. 조용히 걷고 싶은 여행이라면 그 경계를 존중하는 편이 동네를 더 편안하게 만난다.
기쓰키역에서 기쓰키 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약 10분이다. 역에 내리자마자 옛 거리 한복판이 시작되는 건 아니라서 돌아갈 버스 시간부터 확인했다. 1월 초에는 문을 닫는 시설도 있다. 오이타현 관광 안내에도 일부 옛집의 연말연시 휴관이 표시돼 있으니, 실내 관람을 기대한다면 당일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언덕의 돌길이 젖은 날에는 발밑에도 신경이 쓰인다.
쇼도시마 도노쇼에서는 길을 잃는 시간이 좋았다
쇼도시마에 들어갈 때는 바다 풍경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도노쇼항에서 걸어 들어간 ‘미로의 마을’은 섬의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큰길에서 한 번 꺾으면 골목이 또 갈라진다. 어느 쪽이 맞는 길인지 잠깐 망설이다가 작은 상점과 집 앞을 지나게 된다. 관광 코스를 빨리 끝내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그 망설임이 꽤 즐겁다.
쇼도시마 관광협회는 이곳을 도노쇼 중심부, 사이코지 주변에 오래된 거리 모습이 남은 동네로 안내한다. 지역에서 만든 마을 지도에는 도노쇼항에서 도보 약 15분이라고 적혀 있다. 항구에서 걸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페리에서 내린 뒤 바로 차를 빌리지 않아도 첫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다만 골목은 주민들이 매일 쓰는 길이다. 좁은 길 한가운데서 지도를 오래 들여다보기보다 비켜 서서 방향을 확인했다. 1월에는 해가 일찍 지니 돌아갈 페리 시간도 미리 봐두는 편이 좋다. 배 시간이나 가게 영업은 바뀔 수 있어 출발하는 날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바닷바람이 찰 때는 서두르지 않고 문 연 가게에서 잠깐 몸을 녹였다.
1월에는 하루에 한 동네면 충분했다
세 곳을 걸으며 마음에 들었던 건 유명한 장면의 바로 옆에도 평범한 하루가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가즈에마치에서는 강 건너의 골목을, 기쓰키에서는 언덕 아래의 상점가를, 도노쇼에서는 항구에서 이어지는 생활 길을 오래 기억하게 됐다. 그날 사람이 적을지는 날씨와 요일에 따라 다르다. 이른 시간에 나서고 동선을 짧게 잡으면, 붐비는 때에도 잠시 조용한 길을 만날 여유는 생긴다.
1월 여행에서는 걸을 곳을 너무 많이 적어두지 않는다. 젖은 신발을 말릴 시간, 일찍 어두워지는 거리를 바라볼 시간까지 하루에 넣고 싶어서다. 계획한 장소를 다 보지 못한 날에도 동네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면, 내게는 그 시간이 여행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