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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코스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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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코스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파리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이름난 건물보다 어느 집 앞에 놓인 작은 화분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것도 아니었다. 골목을 걷다가 발걸음이 느려졌고, 열린 창문 너머로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적은 파리 여행 코스를 찾는다면 나는 19구의 무자이아 골목에서 시작해 뷔트 쇼몽 공원을 지나 라 빌레트 수변으로 내려가는 하루를 권하고 싶다.

세 곳을 쉼 없이 잇는 코스라기보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오래 머무는 산책에 가깝다. 평일 오전에 출발하면 주택가의 조용한 시간과 공원의 한가한 길을 함께 만날 가능성이 크다. 관광 명소를 여러 개 보겠다는 날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대신 파리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속도를 조금 빌려 걷게 된다.

다뉘브역에서 무자이아 골목으로

지하철 다뉘브역에서 나와 뤼 드 라 무자이아 쪽으로 걸었다. 큰길의 차 소리가 뒤로 밀리자 낮은 집과 작은 정원이 이어졌다. 골목마다 비슷해 보이다가도 현관 색이나 담장 위 식물이 달라서 자꾸 옆길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갔을 때는 빨래를 널던 사람과 개를 데리고 걷는 이웃을 몇 번 마주쳤다. 그 장면이 이곳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 줬다.

무자이아는 구경하는 사람에게 꾸며 놓은 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집 앞이다. 그래서 이 골목에서는 카메라보다 발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문 안쪽을 들여다보거나 창문 가까이 다가갈 이유도 없다. 큰길에서 한두 블록만 벗어나도 충분히 아늑하고, 골목이 짧아 길을 잃을 부담도 적다. 나는 방향을 정해 두지 않고 30분쯤 천천히 돌았다.

뷔트 쇼몽에서는 높은 곳을 서두르지 않았다

무자이아에서 뷔트 쇼몽 공원 쪽으로 걸어가면 주택가의 조용함이 넓은 초록으로 바뀐다. 보타자리스 거리 쪽 입구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경사였다. 평평한 잔디밭만 떠올리고 오면 의외로 다리가 바빠진다. 그래서 전망이 좋은 곳을 먼저 찾기보다 길가 벤치에 앉아 물을 마셨다. 달리는 사람, 유모차를 미는 사람, 점심을 들고 가는 사람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지나갔다.

이 공원은 주말 한낮에는 꽤 활기차다. 고요한 산책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이 더 잘 맞는다. 특히 방문 전에는 파리시의 공원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다. 공원 일부 길은 공사와 안전 문제로 통행이 바뀔 수 있다. 내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 애쓰기보다 열려 있는 길에서 마음에 드는 방향을 고르면 된다. 경사가 부담스럽다면 공원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깥길로 돌아 내려가도 좋다.

크리메 거리에서 물가까지 내려가는 길

공원을 나와 뤼 드 크리메를 따라 라 빌레트 수변 쪽으로 내려갔다. 이 구간은 화려한 장면이 이어지는 길은 아니다. 동네 가게와 횡단보도,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동 구간이 좋다. 공원과 운하가 지도에서는 점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 실제로는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점심도 미리 이름을 정해 둔 식당에서 먹지 않았다. 걷다가 자리가 난 작은 가게에 들어가 간단히 먹고 다시 나왔다. 파리 여행 코스를 빽빽하게 짜면 식사 시간까지 다음 장소로 가는 준비가 되기 쉽다. 이 길에서는 한 시간쯤 느슨하게 잡아 두는 편이 좋았다. 가게가 문을 닫았거나 사람이 많으면 조금 더 걸으면 된다. 그날의 동네 표정을 따라가는 쪽이 이 코스와 잘 어울린다.

라 빌레트 수변에서 하루를 늦추다

바생 드 라 빌레트에 닿아 케 드 라 루아르를 따라 걸었다. 골목의 담장과 공원의 나무를 지나 물이 보이니 시야가 길어졌다. 배가 묶인 곳을 지나 벤치에 앉았고, 한동안 건너편 사람들을 바라봤다. 유명 전망대처럼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은 아니다. 물가를 걷는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가는 속도까지 풍경이 되는 곳이다.

다만 이곳도 늘 한적한 건 아니다. 해 질 무렵이나 주말에는 물가에 머무는 사람이 많아진다. 조용한 시간을 더 길게 갖고 싶다면 오후가 늦기 전에 도착해 자리를 골라보는 게 낫다. 수변을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목표도 필요 없다. 나는 피곤해질 무렵 걸음을 멈추고, 같은 길을 조금 되짚다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날 본 파리는 엽서 속 도시보다 생활하는 동네에 가까웠다. 무자이아의 집 앞에서는 조심히 걸었고, 공원에서는 길이 열리는 대로 방향을 바꿨고, 물가에서는 계획보다 오래 앉아 있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장소를 더 넣기보다 골목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릴 것 같다. 그렇게 걸은 날은 돌아와서도 장소의 이름보다 그곳의 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파리 여행 코스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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