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후쿠오카여행 골목부터 찾아보니 달라진 것

얼마 전 후쿠오카 여행 동선을 짜다가 역 이름보다 동네 이름을 오래 들여다봤다. 유명한 곳을 몇 군데 찍고 돌아오는 날보다, 빵집을 지나 골목을 걷고 작은 가게 앞에서 잠깐 멈추는 날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서다. 다만 아래 장소들은 직접 다녀온 후기처럼 쓰고 싶지 않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에 나온 길과 장소를 바탕으로, 사람이 몰리는 관광 동선에서 조금 비켜나 걷고 싶은 코스를 골랐다.
하코자키에서는 신사보다 그 뒤의 동네가 궁금했다
하코자키궁은 지하철 하코자키미야마에역에서 걸어서 약 5분이다. 역에서 신사로 향하는 길이 분명해서 낯선 동네를 걷는 첫 지점으로 잡기 좋다. 신사에 들렀다면 곧장 다음 목적지로 움직이기보다 주변 상점가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편이 이 여행의 분위기에 맞겠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에는 이 일대에 음식점과 생활 가게 등 80곳이 넘는 점포가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한 가게를 찾아 줄 서기보다, 문을 연 가게를 천천히 구경하며 점심 자리를 고르는 식이다.
하코자키는 큰 길만 보면 평범한 시가지처럼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옛 가옥과 오래된 길의 흔적은 옆길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도착 시간을 빽빽하게 정하지 않으려 한다. 신사에서 한참 사진을 찍는 것보다 골목 하나를 더 걷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잠깐 멈추는 시간이 어울린다. 주택 앞이나 좁은 길에서는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요시즈카의 작은 시장은 점심 한 끼만큼 걸어야 한다
하코자키와 함께 묶어볼 만한 곳은 요시즈카 리틀 아시아 마켓이다. JR 요시즈카역에서 걸어서 약 4분. 오래된 상점가 안에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가 섞여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는 이곳을 약 40개 점포가 있는 거리로 소개한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빠르게 한 바퀴 돌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지나가면 동네 시장에 온 이유가 희미해질 것 같다.
여기서는 먹고 싶은 메뉴 하나만 미리 정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고르고 싶다. 영업일과 시간은 가게마다 다르니 특정 식당 하나에 일정을 걸기보다는 두세 곳을 후보로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사람이 적은 장소를 좋아한다고 해서 언제나 텅 빈 거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점심 무렵 시장은 이웃의 식사 공간이기도 하다. 조용히 걷고 싶다면 식사 시간의 앞뒤로 시간을 조금 비켜 잡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롯폰마쓰에서는 가게보다 골목의 간격을 본다
다른 반나절은 롯폰마쓰에 써보고 싶다. 이곳은 지하철 나나쿠마선으로 들어갈 수 있고, 옛 주택가 사이에 카페와 작은 가게가 흩어져 있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에서도 아케이드가 없는 상점가와 좁은 골목을 이 동네의 특징으로 꼽는다. 간판이 한 줄로 이어진 번화가를 예상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대신 한 블록 걷고 나서야 가게 하나를 만나는 느슨한 간격이 있다.
롯폰마쓰역 주변의 큰 시설만 보고 돌아서면 골목 여행은 금방 끝난다. 역에서 조금 벗어나 주택가 쪽 길을 천천히 걷되, 사유지처럼 보이는 통로나 조용한 집 앞에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편이 좋겠다. 가게를 여러 곳 담아야 한다는 마음도 내려놓고 싶다. 문이 닫힌 곳을 만나면 다음 골목으로 가면 된다. 이런 동네에서는 예상 밖의 풍경이 일정표의 빈칸을 채워준다.
조용한 시간을 길게 쓰고 싶다면 유센테이
롯폰마쓰에서 조금 더 이동할 여유가 있다면 유센테이 공원을 마지막에 두고 싶다. 지하철 롯폰마쓰역에서는 도보 약 25분이고, 버스를 이용하면 유센테이 정류장에서 약 5분 걸린다고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에 나온다. 걷는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버스가 낫다. 연못을 중심으로 길이 이어지는 정원이라 여러 장소를 급히 훑는 날보다는 한곳에 오래 머무는 날에 맞는다.
안내된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성인 입장료는 200엔이다. 월요일은 쉬고 공휴일과 겹치면 다음 날 쉬는 경우가 있어 출발 전 운영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입장료나 휴무일은 바뀔 수 있지만, 이곳에 시간을 넉넉히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은 그대로다. 후쿠오카에서 보내는 하루가 꼭 명소의 개수로 채워질 필요는 없다. 신사 옆의 생활 거리, 작은 시장의 점심, 주택가 골목, 정원에서의 느린 오후 정도면 그 도시의 보통 날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