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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월 여행지로 동쪽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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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월 여행지로 동쪽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1월 제주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이름난 풍경보다 동네의 작은 장면들이었다. 바람을 피해 돌담 안쪽으로 걷던 길, 포구에 묶인 배, 겨울에도 푸른 숲 같은 것들. 제주 1월 여행지를 고른다면 구좌의 종달리와 하도리, 조천의 선흘리를 떠올린다. 세 곳 모두 볼거리를 빠르게 찍고 지나가기보다 걸음을 늦출 때 더 좋은 동네다.

종달리에서는 바다보다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종달리 해안도로에 서면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풍경을 보고 곧장 다음 장소로 가기엔 마을 안쪽이 아깝다. 해안도로에서 한두 골목만 들어가도 낮은 집과 밭을 두른 돌담이 이어진다. 바닷가에서 들리던 바람 소리가 골목에서는 조금 작아지는 것도 좋았다.

나는 종달리 전망대 쪽 바다를 먼저 보고 마을길로 돌아 나오는 순서가 편했다. 해안에서 바람을 오래 맞으면 생각보다 금방 손이 차가워진다. 골목에서는 차가 지나는 길을 피해 걷고, 집 앞이나 밭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여행자에게는 산책길이어도 누군가에게는 매일 오가는 생활 공간이니까.

1월의 종달리에는 여름 수국길 같은 화사함이 없다. 대신 색이 적어 돌담의 모양과 바다의 선이 또렷하게 보인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서두르기보다, 바다가 보였다가 가려지는 길을 천천히 걷는 쪽이 이 마을과 잘 어울렸다.

하도리 별방진 옆에서 겨울 바다를 봤다

종달리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가면 하도리다. 하도포구 가까이 있는 별방진은 옛 성곽의 흔적이다. 제주관광공사 안내에도 하도리의 바다와 마을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돼 있다. 성벽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바다만 보러 왔을 때와 달리 마을 지붕과 포구가 한 풍경 안에 들어온다.

하도리에서 좋았던 건 일부러 찾아야 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포구에 잠시 서 있다가 별방진 주변을 걷고, 다시 바다 쪽으로 나가면 된다. 다만 탁 트인 곳에서는 바람을 피하기 어렵다. 1월에는 얇은 옷 여러 겹과 목을 가릴 수 있는 옷이 두꺼운 외투 하나보다 걷기 편했다. 바람이 세거나 바닥이 젖어 있다면 성벽 위로 무리해서 올라가지 않고 아래에서 보는 편이 마음 놓인다.

하도해변 건너편에는 철새가 찾는 습지도 있다. 새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물가를 멀리서 바라보며 걷기 좋지만, 이곳은 사람만의 산책로가 아니다. 큰 소리를 내거나 새가 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했다. 조용한 장소를 좋아한다면 그 조용함을 함께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흘리 동백동산은 꽃보다 숲의 시간이 좋았다

바닷바람을 잠시 피하고 싶을 때는 선흘리 동백동산으로 향했다. 이름 때문에 붉은 동백꽃이 가득한 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실제 숲에서는 꽃보다 나무와 습지, 울퉁불퉁한 돌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꽃밭을 기대하고 가면 조금 뜻밖일 수 있지만, 나는 그 담백한 모습이 좋았다.

제주관광공사 안내에 따르면 동백동산 탐방로는 약 5㎞이고 걷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숲 안의 먼물깍은 예전에 마을 사람들이 생활용수를 얻던 습지다. 물가에 서서 그 이야기를 떠올리니, 아름다운 숲이라는 말보다 마을의 삶을 품은 장소라는 말이 더 가까웠다.

길에는 큰 돌이 박힌 구간이 있어 운동화가 편하다. 비가 온 뒤라면 젖은 돌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해안보다 바람이 덜 느껴지더라도 겨울 숲은 서늘해서, 잠깐 멈춰 서면 몸이 식는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5㎞를 꼭 다 걷겠다고 마음먹기보다 탐방안내센터 주변에서 컨디션을 보고 길이를 정하는 편이 낫다.

세 동네를 걷는 하루의 속도

세 곳을 하루에 묶는다면 오전에는 선흘리 숲을 걷고, 오후에는 종달리와 하도리 중 마음이 가는 한 동네에 오래 머무는 일정이 좋다. 둘 다 가더라도 각 장소에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는 편이 편하다. 제주 동쪽의 1월은 맑은 사진만 보고 일정을 빽빽하게 짜기엔 바람의 영향이 크다. 걷기 어려운 날에는 바다 앞 체류 시간을 줄이고, 날이 풀리면 골목을 하나 더 돌아보면 된다.

마을 안에서는 문 연 가게를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쉬는 날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래서 식사 장소 하나에 하루를 맞추기보다 이동 전에 영업 여부를 확인해 둔다. 버스로 움직인다면 배차와 막차도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한적한 동네일수록 다음 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제주에서 사람 적은 곳을 찾는 일이 꼭 아무도 없는 장소를 발견하는 뜻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곁을 천천히 지나가는 일에 가깝다. 1월에는 그 속도가 더 자연스럽다. 바람이 차면 잠시 멈추고, 걸을 만하면 돌담을 따라 조금 더 가게 된다.

제주 1월 여행지로 동쪽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 요약
제주 1월 여행지로 동쪽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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