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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적은 동네 카페에서 블랙글레이즈드라떼를 마셔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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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적은 동네 카페에서 블랙글레이즈드라떼를 마셔봤더니

얼마 전 오후 3시쯤, 약속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역에서 두 골목쯤 떨어진 동네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큰길 쪽 프랜차이즈 매장은 줄이 길었는데, 이상하게 그 골목 안쪽은 조용하더라고요. 유리문에 붙은 메뉴판에서 블랙글레이즈드라떼라는 이름을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이름은 꽤 화려한데, 그날의 공기는 전혀 화려하지 않았어요. 바람은 조금 차고, 가게 안에는 노트북을 켠 손님 한 명과 창가에 앉은 어르신 한 분뿐이었습니다.

사실 블랙글레이즈드라떼는 유명한 시즌 음료로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많을 겁니다. 달고 진한 커피 위에 크림이 올라가고, 흑당이나 캐러멜처럼 묵직한 단맛이 남는 라떼라는 이미지가 있죠. 그런데 저는 이 음료가 사람 많은 매장보다 조용한 동네 카페에서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빨리 마시고 나가는 음료라기보다, 한 모금씩 온도와 단맛이 바뀌는 걸 느끼기 좋은 쪽에 가까웠거든요.

큰길에서 두 골목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제가 들어간 곳은 지하철역 출구에서 걸어서 6분 정도 걸리는 작은 카페였습니다. 역 앞 대로변에는 카페가 네 곳이나 붙어 있었고,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주문대 앞이 꽤 붐볐습니다. 그런데 골목 안쪽으로 200m 정도만 들어가니 소리가 확 줄었습니다. 버스 지나가는 소리 대신 식당 주방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오래된 빌라 담장 아래에는 화분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이런 길은 관광지 지도에는 잘 표시되지 않습니다. 간판이 크지도 않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동네의 리듬이 남아 있습니다. 세탁소 문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 분식집에서 새어 나오는 튀김 냄새, 오후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좁은 골목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여행지가 꼭 멀리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블랙글레이즈드라떼는 생각보다 천천히 마시는 음료였다

주문한 블랙글레이즈드라떼는 투명한 잔에 나왔습니다. 아래쪽은 우유와 커피가 섞인 베이지색, 위쪽은 조금 더 짙은 크림층이었고, 표면에는 검은빛이 도는 시럽이 얇게 흘러 있었습니다. 첫 모금은 달았습니다. 솔직히 첫인상만 놓고 보면 디저트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얼음이 조금 녹고 크림이 커피 쪽으로 내려오면서 맛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일반 카페라떼와 비교하면 커피 향은 조금 뒤로 물러나고, 단맛과 질감이 앞에 섭니다. 아메리카노처럼 산뜻하게 넘어가는 음료는 아니고, 바닐라라떼보다도 더 묵직한 편입니다. 저는 작은 사이즈 기준으로 20분 넘게 천천히 마셨는데, 중간부터는 빨대로 섞지 않고 층이 무너지는 대로 놔두는 편이 더 괜찮았습니다. 처음엔 크림 맛, 중간엔 라떼 맛, 끝에는 시럽이 남긴 쌉싸래한 단맛이 느껴졌습니다.

단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달달한 음료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시럽을 적게 넣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마신 잔은 디저트 없이 단독으로 먹기 딱 맞는 정도였고, 케이크나 휘낭시에까지 곁들이면 조금 과할 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음료 하나만으로도 오후 간식 기분이 충분히 납니다.

  • 커피 향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샷 추가가 잘 맞습니다.
  • 단맛이 걱정된다면 시럽이나 크림 양을 줄여 달라고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 빨리 섞기보다 위층부터 천천히 마시면 맛 변화가 더 또렷합니다.

사람 적은 시간대에 더 선명해지는 맛

이 음료가 기억에 남은 건 맛만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가게가 조용해서 컵 안의 얼음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렸고, 창밖으로는 학원 가방을 멘 아이들이 하나둘 지나갔습니다. 유명 카페에서 마셨다면 아마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이동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날은 딱히 서두를 이유가 없었습니다. 음료가 줄어드는 속도만큼 골목의 오후도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사람이 적은 카페를 찾고 싶다면 저는 시간대를 먼저 봅니다. 주말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는 아무리 골목 카페라도 붐빌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평일 오후 2시 30분 이후, 또는 저녁 식사 전인 5시 무렵이 차분했습니다. 자리가 넓은 곳보다 테이블이 5개에서 8개 정도인 작은 매장이 더 오래 앉기 편할 때도 많고요. 손님이 적어도 동네 주민이 꾸준히 드나드는 곳이면 분위기가 지나치게 휑하지 않습니다.

이 음료를 핑계로 걷기 좋은 동네

블랙글레이즈드라떼는 목적지가 되기보다 산책의 핑계가 될 때 더 좋았습니다. 저는 일부러 역 바로 앞 매장을 지나쳤고, 지도에서 별점 높은 곳을 고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골목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오래된 시장 옆, 초등학교 담장 근처, 작은 공원 맞은편 같은 곳에는 의외로 괜찮은 카페가 숨어 있습니다.

좋았던 코스는 단순했습니다. 역에서 내려 큰길을 5분 정도 걷고, 사람이 줄어드는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카페에서 30분쯤 앉아 있다가, 근처 생활용품점과 반찬가게를 지나 작은 공원까지 걸었습니다. 전체 이동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고, 실제로 쓴 돈은 음료값과 작은 빵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멀리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낯선 동네의 결을 만지듯 지나온 느낌이 남았습니다.

조용한 카페를 고를 때 보는 것들

  • 역 바로 앞보다 골목 안쪽 150m 이상 떨어진 곳을 먼저 봅니다.
  •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동네 주민이 포장해 가는 작은 매장이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 창가 자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골목을 바라보며 쉬기 좋습니다.
  • 음악 소리가 너무 크지 않은지 주문 전에 잠깐 귀를 기울입니다.

유명한 맛도 조용한 장소에서 다르게 남는다

블랙글레이즈드라떼라는 키워드만 보면 유행 음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달고 진하고, 사진으로도 꽤 잘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건 컵 위의 크림보다 그날 앉았던 나무 의자의 낮은 삐걱임, 창문 밖으로 지나가던 자전거, 그리고 손님이 적어 더 또렷하게 들리던 커피 머신 소리였습니다.

여행은 꼭 대단한 장소를 찾아야만 생기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익숙한 음료를 들고도 처음 걷는 골목에 앉으면, 그 짧은 시간이 작은 여행처럼 남습니다. 다음에 또 블랙글레이즈드라떼를 마시게 된다면 저는 아마 사람이 많은 중심가보다, 조금 비켜난 동네의 오후를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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