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플레이스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압구정 골목에서 오징어불고기 먹고 천천히 걸어본 후기

Last Updated :
압구정 골목에서 오징어불고기 먹고 천천히 걸어본 후기

퇴근길 불빛이 낮게 깔리던 압구정 골목

얼마 전 압구정 쪽에 약속이 있었는데, 일부러 큰길보다 안쪽 골목으로 조금 일찍 들어갔다. 압구정이라고 하면 보통 명품 매장, 병원 간판, 넓은 도로를 먼저 떠올리지만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도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차 소리는 뒤로 밀리고, 오래된 식당 간판과 작은 미용실, 세탁소 불빛이 섞여서 동네 저녁 같은 장면이 나온다.

그날 찾은 건 압구정 오징어불고기였다. 화려한 코스 요리나 예약이 어려운 유명 맛집보다, 밥 냄새가 먼저 나는 곳을 고르고 싶었다. 사실 압구정에서 한적함을 기대하는 건 조금 모순처럼 들리지만, 저녁 6시 전후의 애매한 시간대를 잡으면 의외로 조용한 자리가 생긴다. 손님이 몰리기 전이라 주방 소리도 또렷하고, 가게 안 공기도 급하지 않았다.

오징어불고기는 생각보다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압구정 오징어불고기라고 하면 뭔가 세련된 변주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상에 올라온 접시는 꽤 솔직했다. 얇게 썬 오징어와 양파, 대파, 양념이 철판 위에서 같이 익어가고, 매운 향이 먼저 올라온다. 양념은 고추장 쪽으로 묵직하지만 너무 달게 밀어붙이지 않아서 밥이랑 맞았다.

오징어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는데, 이 집은 중간쯤에서 불을 줄여줘서 씹는 맛이 남아 있었다. 2인분 기준으로 밥 한 공기씩 먹고도 양념이 조금 남는 정도였다. 여기에 콩나물이나 김가루를 살짝 섞으면 맛이 더 동네식으로 내려앉는다. 근데 솔직히 가장 좋았던 건 맛의 특별함보다 속도였다. 주문하고 10분 남짓 지나니 식사가 시작됐고, 40분 안에 밥을 다 먹고 골목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점이 좋았다

  • 압구정 중심가에 비해 골목 안쪽은 저녁 초반에 비교적 차분했다.
  • 오징어불고기 양념이 강하지만 밥과 먹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 혼밥보다는 2명 이상이 나눠 먹기 편한 구성에 가까웠다.
  • 식사 후 바로 주변 골목을 걷기 좋아서 짧은 로컬 여행 코스로 맞았다.

유명한 거리 옆에 남아 있는 생활감

식사를 마치고 압구정역 방향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일부러 반대편 골목을 한 바퀴 돌았다. 500미터도 안 되는 짧은 길인데 간판의 결이 계속 바뀐다. 새로 생긴 카페 옆에 오래된 분식집이 있고, 유리창이 큰 쇼룸 뒤쪽에 작은 슈퍼가 붙어 있다. 이런 장면은 지도 앱 평점만 보고 움직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압구정은 소비의 이미지가 강한 동네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생활의 층도 꽤 두껍다.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근처 직장인들이 빠르게 밥을 먹고,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이 장바구니를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선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이 계속 쌓이는 곳이다. 나는 그런 지점이 좋았다.

사람 적게 다녀오려면 시간을 조금 비껴가기

압구정 오징어불고기를 먹으러 간다면 주말 점심이나 금요일 저녁 피크 시간은 피하는 편이 낫다. 내가 걸어본 느낌으로는 평일 오후 5시 30분에서 6시 30분 사이가 가장 무난했다. 식당마다 다르겠지만 이 시간대에는 아직 술자리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전이라, 밥 먹는 사람과 조용히 들어오는 손님이 섞여 있었다.

대중교통으로는 압구정역이나 압구정로데오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데, 목적지 하나만 찍고 가기보다 주변 골목을 15분 정도 남겨두면 좋다. 큰길에서 바로 들어가는 길보다 안쪽으로 한 번 꺾어 들어가는 길이 더 조용하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도 되고, 아니면 그냥 간판 구경만 해도 충분하다.

내가 추천하는 짧은 동선

  • 압구정역 근처에서 출발해 큰길보다 이면도로로 이동
  • 오징어불고기로 이른 저녁 식사
  • 식사 후 20분 정도 골목 산책
  • 사람이 적은 카페나 작은 베이커리에서 잠깐 쉬기

화려한 압구정보다 밥 먹고 걷는 압구정

이번 압구정 오징어불고기 방문은 대단한 발견이라기보다, 익숙한 동네를 조금 다른 속도로 본 시간에 가까웠다. 이름난 장소를 찍고 이동하는 여행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밥 한 끼 먹고 주변을 천천히 걷는 쪽이 더 오래 남는다. 특히 압구정처럼 이미지가 먼저 앞서는 동네에서는 그런 방식이 더 잘 맞았다.

오징어불고기는 화려한 메뉴가 아니다. 양념이 튀고, 밥을 부르고, 옷에 냄새가 살짝 남는 음식이다. 그런데 그런 음식이 골목의 분위기와 잘 붙었다. 반짝이는 쇼윈도 뒤편에도 누군가는 매일 밥을 먹고, 가게 문을 열고, 같은 길을 오간다. 나는 압구정의 그런 낮은 장면을 보는 시간이 꽤 좋았다.

압구정 골목에서 오징어불고기 먹고 천천히 걸어본 후기 - 요약
압구정 골목에서 오징어불고기 먹고 천천히 걸어본 후기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9985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커먼플레이스 © commonplace.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