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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유명한 것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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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유명한 것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아침 시장에서 시작된 치앙마이의 속도

얼마 전 치앙마이에 머물 때, 숙소 근처 골목에서 새벽 6시쯤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관광지로 가는 차 소리보다 먼저 들린 건 철제 셔터 올라가는 소리,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 그리고 비닐봉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 시장으로 걸어가는 발소리였어요. 유명 사원보다 먼저 동네 시장을 걷고 싶어져서, 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치앙마이는 올드타운 안쪽만 봐도 충분히 예쁘지만, 사실 조금만 옆 골목으로 빠지면 여행자의 속도보다 주민들의 속도가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갔던 작은 아침 시장은 좌판이 30개 남짓한 규모였고, 과일과 죽, 튀긴 바나나, 허브 묶음이 낮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영어 메뉴판은 거의 없었지만 손짓으로 주문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솔직히 처음엔 조금 머뭇거렸습니다. 너무 로컬한 곳에 들어가면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장 사람들은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여행자가 와도 호들갑스럽게 붙잡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웃고,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작은 그릇에 담긴 닭죽을 하나 먹었는데, 가격은 카페 라테 한 잔보다 훨씬 낮았고 속은 훨씬 오래 따뜻했습니다.

올드타운 바깥 골목이 더 조용했던 이유

치앙마이를 처음 가면 타패 게이트나 님만해민 쪽으로 자연스럽게 발이 향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람 적은 동네를 좋아한다면, 올드타운 성곽 안쪽보다 성곽 바깥의 생활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는 편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전 9시 전이나 오후 4시 이후에는 햇빛도 조금 부드러워지고, 골목의 움직임도 한결 선명해집니다.

제가 자주 걸었던 구간은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간 주택가였습니다. 폭이 넓지 않은 골목 양쪽에 낮은 집들이 있고, 집 앞에는 화분과 낡은 의자,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담장 너머로는 작은 불상과 향 냄새가 보였고, 가끔은 누군가가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었습니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을 잠깐 지나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 오전에는 시장과 학교 주변 골목이 조용하게 살아납니다.
  • 낮 12시부터 3시 사이는 더위가 강해서 걷기보다 쉬는 시간이 낫습니다.
  • 해 질 무렵에는 동네 식당 앞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근데 이런 골목을 걸을 때는 속도를 확 낮추는 게 좋았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한 골목에서 5분쯤 서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요. 그러면 처음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물그릇, 집 앞에서 파는 작은 간식, 오토바이에 아이를 태우고 천천히 지나가는 부모의 표정 같은 것들입니다.

사원보다 오래 기억난 작은 쉼터

치앙마이에는 이름난 사원이 정말 많습니다. 금빛 장식이 화려한 곳도 좋고, 규모가 큰 곳은 분명 볼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오래 남은 곳은 관광버스가 서지 않는 작은 동네 사원이었습니다. 입구도 크지 않았고, 안내판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냥 골목을 걷다가 나무 그늘이 좋아 보여 들어간 곳이었어요.

그곳에는 여행자보다 동네 사람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스님이 천천히 마당을 지나갔습니다. 개가 그늘에서 자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종소리가 아주 낮게 울렸습니다. 특별한 설명을 들은 것도 아닌데, 그 조용함이 치앙마이를 이해하는 데 꽤 많은 말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유명한 장소는 기대가 먼저 생깁니다. 사진에서 본 장면을 실제로 확인하려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반대로 이런 작은 장소는 기대 없이 들어가서, 내 몸의 속도에 맞게 머물 수 있습니다. 10분만 앉아 있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날 물 한 병을 들고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여행 중 가장 덜 바빴습니다.

동네 카페와 밥집에서 만난 진짜 생활감

치앙마이 카페는 예쁜 곳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사람이 적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큰길의 인기 카페보다 주택가 안쪽 작은 가게가 편했습니다. 제가 들어갔던 한 카페는 테이블이 5개뿐이었고, 메뉴도 단순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타이티, 바나나 케이크 정도였어요. 에어컨은 강하지 않았지만 선풍기 바람과 마당의 초록빛이 좋아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밥집도 비슷했습니다. 리뷰가 많은 식당은 대체로 맛있지만 줄이 생기고, 혼자 천천히 먹기에는 조금 바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반면 동네 식당은 메뉴 선택지가 적어도 편했습니다. 볶음밥 하나, 국수 하나, 계란 올라간 덮밥 하나. 가격은 대체로 부담이 덜했고, 양은 충분했습니다. 저는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 오후 1시 30분쯤 갔을 때 가장 여유로웠습니다.

조용한 장소를 찾을 때 신경 쓴 기준

  • 큰길에서 도보 5분 이상 안쪽으로 들어간 곳인지 봤습니다.
  • 단체 투어 차량이 서기 어려운 좁은 골목을 골랐습니다.
  • 사진 명소보다 시장, 세탁소, 학교, 작은 사원 주변을 걸었습니다.
  • 가게 안에 주민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지 살폈습니다.

이 기준이 늘 맞는 건 아니지만, 치앙마이에서는 꽤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님만해민처럼 이미 유명해진 동네에서도 한두 블록만 벗어나면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화려한 브런치 가게 대신 오래된 국수집이 있고, 기념품 숍 대신 수선집과 세탁소가 나옵니다. 저는 그런 장면들이 여행을 더 오래 붙잡아준다고 느꼈습니다.

치앙마이를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말

치앙마이는 느린 도시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여행자가 몰리는 시간과 장소에서는 전혀 느리게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반 박자 늦게 움직였습니다. 남들이 투어를 떠나는 이른 오전에는 시장에 갔고, 해가 뜨거운 낮에는 숙소나 카페에서 쉬었고, 저녁엔 야시장 한복판보다 동네 밥집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치앙마이는 유명한 장면보다 작은 반복으로 기억됐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가게, 길모퉁이에 앉아 있는 할머니, 사원 담장 아래의 그늘, 비 온 뒤 흙냄새 같은 것들요. 오래 머무는 여행이 아니어도 이런 장면은 충분히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도 위 별표를 따라가는 시간보다, 아무 표시 없는 골목에 발을 들이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입니다.

저는 치앙마이를 다시 간다면 또 유명한 곳을 몇 군데 보긴 할 겁니다. 그래도 하루 중 한두 시간은 꼭 동네 골목에 남겨둘 것 같습니다. 여행이 꼭 많은 것을 봐야만 깊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도시는 덜 보려고 할 때, 이상하게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치앙마이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유명한 것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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