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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인 국내여행의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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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인 국내여행의 다른 얼굴

얼마 전 강릉에 갔는데, 바다보다 먼저 골목 냄새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부분은 안목해변이나 경포 쪽으로 움직였고, 저는 오전 9시쯤 명주동 안쪽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간판이 크지 않은 세탁소, 오래된 담장, 문 앞에 놓인 화분들이 이어지는 길이었어요.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에 잠깐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국내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곳은 동선이 쉽고 사진도 잘 나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순간부터 제 여행은 조금 피곤해지더라고요. 줄 서는 시간 30분, 사진 기다리는 시간 10분, 밥 먹으러 다시 이동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가 금방 흘러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목적지를 하나만 크게 찍고, 나머지는 그 주변 동네를 천천히 걷는 방식으로 다닙니다.

관광지 옆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강릉 명주동은 중앙시장과도 멀지 않지만, 두세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리가 확 줄어듭니다. 제가 걸었던 날은 평일 오전이었고, 1시간 동안 마주친 여행객은 대략 10명 안팎이었습니다. 대신 동네 어르신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가고, 작은 카페 사장님이 문 앞을 쓸고 있었어요. 그 장면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이런 동네를 걸을 때는 지도 앱에서 별점 높은 곳만 찍기보다, 시장이나 오래된 학교, 동사무소 주변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좋았습니다. 생활권 중심이라 길이 복잡하지 않고, 버스 정류장도 가까운 경우가 많거든요. 명주동에서도 강릉역에서 택시로 10분 정도면 닿았고, 돌아갈 때는 중앙시장 쪽으로 걸어가 버스를 탔습니다.

군산 월명동에서 느린 오후를 보냈다

군산은 초원사진관이나 근대 건축물이 유명하지만, 저는 월명동의 낮은 주택가가 더 편했습니다. 큰길에서 벗어나면 2층짜리 집들이 이어지고, 골목 끝에 갑자기 작은 빵집이나 오래된 문구점이 나타납니다. 화려한 장소는 아닌데,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습니다.

제가 갔던 코스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처에서 시작해 월명공원 아래쪽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체 거리는 약 2.5km 정도였고,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2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경사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급하게 오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벤치가 많지 않아서 물은 미리 챙기는 게 편합니다.

솔직히 월명동은 ‘꼭 봐야 하는 장면’이 많은 곳은 아닙니다. 대신 낡은 담장과 나무 그림자, 골목 안쪽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 같은 것이 여행의 속도를 낮춰줍니다.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그냥 걷게 되는 동네였어요.

통영 서피랑은 북적임에서 살짝 비껴 있다

통영에 가면 동피랑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벽화마을로 알려져 있고, 주말에는 골목마다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자주 떠올리는 곳은 서피랑입니다. 동피랑보다 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같은 통영 시내인데도 분위기가 한층 차분했습니다.

서피랑은 계단이 많습니다. 그래서 편한 신발이 필요합니다. 제가 걸은 날은 오후 4시쯤이었는데, 햇빛이 약해질 무렵이라 바다 쪽 색이 부드럽게 보였습니다. 정상 부근까지 천천히 오르면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래쪽 시장의 소리도 아주 멀게 들립니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20분 넘게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누가 서두르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런 장소일수록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실제 주민이 사는 골목이라 목소리를 낮추고, 대문이나 창문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 게 맞습니다. 숨은 장소를 찾는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일상을 지나가는 일이니까요.

사람 적은 국내여행지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

몇 번 다녀보니 한적한 장소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완전히 멀리 떨어진 곳보다, 도보 10~20분 정도 비껴난 동네가 오히려 다니기 좋았습니다. 식당과 교통은 확보되지만, 단체 관광 동선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 첫째, 역이나 터미널에서 너무 멀지 않은 동네를 고릅니다. 돌아오는 길이 힘들면 여운보다 피로가 커집니다.
  • 둘째, 시장이나 오래된 주거지가 가까운 곳을 봅니다. 그 지역의 생활 리듬이 잘 남아 있습니다.
  • 셋째, 주말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는 피합니다. 같은 장소도 오전 9시나 오후 5시에 가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 넷째, 카페 하나를 목적지로 잡되 그곳만 보고 오지는 않습니다. 주변 1km 안쪽을 천천히 걷는 시간이 더 좋을 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대전 소제동도 그런 방식으로 걸었습니다. 유명 카페 앞은 붐볐지만, 철길 방향의 작은 골목으로 빠지자 금방 조용해졌습니다. 오래된 여관 건물과 낮은 집들이 섞여 있고, 새로 생긴 가게와 낡은 문패가 같이 보였습니다. 변화가 빠른 동네라 조금 복잡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어정쩡한 풍경이 오히려 현재의 지역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보다 천천히 보는 일에 가까웠다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다니다 보면 대단한 인증 사진은 적게 남습니다. 대신 그날의 공기나 걸음의 속도, 작은 가게에서 들었던 말 한마디가 오래 갑니다. 강릉 명주동의 아침, 군산 월명동의 낮은 담장, 통영 서피랑의 늦은 오후, 대전 소제동의 조용한 골목이 제게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국내여행이 늘 특별한 명소를 향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날은 유명한 풍경보다 동네 슈퍼 앞 평상, 버스 정류장에 붙은 손글씨 안내문, 골목 끝에서 만난 오래된 나무가 더 선명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람이 조금 덜 모이는 쪽으로 걸어갈 것 같습니다. 그쪽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장면이 자주 있었으니까요.

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인 국내여행의 다른 얼굴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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