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로 숙소만 잡고 골목 여행을 해봤더니 보인 것들

얼마 전 강릉에 갔는데, 바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래된 세탁소 간판과 낮은 담장 사이로 보이던 감나무였다. 예전 같으면 유명 카페나 전망 좋은 해변부터 찍었을 텐데, 요즘은 일부러 그런 곳에서 한 발짝 비켜난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다기보다, 동네가 가진 평소의 속도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날 숙소는 야놀자로 잡았다. 사실 야놀자라고 하면 번화가 숙소나 급하게 잡는 모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잘 보면 동네 깊숙한 곳의 작은 숙소도 꽤 있다. 나는 별점보다 위치를 먼저 봤고, 역에서 도보 20분쯤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 근처 숙소를 골랐다. 택시를 타면 금방이지만, 일부러 버스를 타고 내려 걸었다. 여행은 숙소 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되는 편이니까.
유명한 곳 옆 골목이 더 오래 남았다
강릉 중앙시장 근처는 늘 활기가 있다. 그런데 시장 입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소리가 낮아진다. 관광객이 줄고, 동네 주민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걸어간다. 나는 그 방향으로 15분쯤 걸었다. 지도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골목이었다. 낮은 건물 1층에는 수선집, 작은 미용실, 오래된 분식집이 이어져 있었다.
그중 한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 한 줄과 잔치국수를 먹었다. 가격은 합쳐서 8천 원이었다. 유명 맛집처럼 줄을 서지 않아도 됐고, 메뉴판도 화려하지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그런 밥이 여행 중에는 더 또렷하게 기억난다. 옆자리 어르신들이 동네 병원 이야기를 나누고, 주인분은 단골에게 반찬을 조금 더 얹어줬다. 관광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장면이다.
야놀자를 쓸 때 내가 먼저 보는 것
나는 숙소를 고를 때 사진보다 지도를 오래 본다. 야놀자에서 숙소 목록을 볼 때도 평점 9점대인지보다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본다. 큰 도로 바로 앞인지,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지, 편의점이 너무 붙어 있어 밤새 시끄럽지는 않을지 같은 것들이다. 특히 로컬 여행을 하려면 숙소 반경 1km 안에 재래시장, 작은 공원, 동네 목욕탕, 오래된 식당이 있는지가 꽤 중요하다.
- 역이나 터미널에서 너무 가깝지 않은 곳을 고른다. 보통 10~25분 정도 떨어진 동네가 한산하다.
- 리뷰에서 조용하다, 골목 안쪽이다, 동네 느낌이라는 표현을 찾는다.
- 체크인 시간이 너무 늦지 않은 숙소를 고른다. 해 지기 전 동네를 한 바퀴 돌 시간이 필요하다.
- 관광 명소까지 거리보다 아침 산책길이 자연스러운지를 본다.
물론 숙소 컨디션도 중요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방 안에 있을 게 아니라면, 내게 숙소는 그 동네에 발을 들이는 작은 문에 가깝다. 야놀자는 예약이 빠르고 선택지가 넓어서 편하지만, 결국 여행의 결은 내가 어떤 위치를 고르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사람 적은 장소는 검색 결과 뒤쪽에 있다
로컬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장소를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도착 시간을 조금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오후 1시의 유명 카페는 정신이 없지만, 오전 9시의 같은 골목은 꽤 조용하다. 반대로 저녁 7시쯤 시장이 붐빌 때, 시장 뒤쪽 주택가 공원은 놀라울 만큼 한산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숙소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에 작은 하천 산책로가 있었다. 관광 안내지도에는 크게 표시되지 않은 곳이었다. 벤치 몇 개와 운동기구, 낮은 가로등이 전부였다. 그런데 해 질 무렵 그 길을 걷는데, 바다보다 더 강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둘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강아지와 천천히 걷고, 편의점 봉지를 든 사람이 집으로 향했다.
여행지에서 이런 장면을 만나려면 발걸음을 조금 늦춰야 한다. 검색창에 뜨는 상위 결과만 따라가면 대부분 비슷한 동선이 된다. 숙소를 잡은 뒤에는 지도 앱을 확대해서 이름 없는 길을 보는 편이 낫다. 큰 카테고리보다 작은 표식들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 세탁소, 약국, 문구점, 동네 빵집 같은 것들 말이다.
예약 앱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야놀자를 쓰면서 편했던 건 숙소 비교가 빠르다는 점이었다. 다만 앱 안에서 모든 여행을 끝내려 하면 조금 아쉽다. 할인율이나 인기순만 보면 결국 사람이 많은 쪽으로 다시 끌려간다. 나는 예약까지는 앱을 쓰고, 그다음부터는 동네를 직접 걷는 방식이 잘 맞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큰길 반대편으로 걷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역이나 해변 방향으로 가지만, 나는 불빛이 덜한 골목으로 방향을 잡았다. 20분쯤 걸으니 작은 슈퍼가 나왔고, 그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행 중에는 그런 시간이 이상하게 귀하다.
한적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남겨둘 기준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찾는 데 엄청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조금 덜 편한 위치를 고르고, 조금 더 걷고, 유명한 장소의 바로 옆길을 보는 정도다. 대신 그만큼 여행은 덜 소비적이고 더 느슨해진다.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아도 하루가 채워진다.
- 숙소는 중심지에서 도보 15분 안팎 떨어진 곳이 좋다.
- 아침에는 시장보다 주택가 골목을 먼저 걷는다.
- 식사는 리뷰 많은 곳 하나와 동네 식당 하나를 섞는다.
- 일정표는 하루 2곳 정도만 적어둔다.
이번 여행에서 야놀자는 목적지를 추천해주는 존재라기보다, 낯선 동네에 조용히 들어갈 수 있게 해준 도구에 가까웠다. 숙소 하나를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걷는 길이 달라지고, 걷는 길이 달라지면 기억도 달라진다. 나는 앞으로도 유명한 간판보다 오래된 담벼락 쪽으로 조금 더 자주 걸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