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재원비자 준비하며 조용한 동네를 먼저 걸어본 후기

얼마 전 미국 출장길에 애틀랜타 북쪽의 작은 주택가를 걸었는데, 관광지보다 마트 앞 벤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침 7시 반이면 스쿨버스가 지나가고, 9시가 되면 약국 주차장이 조용해지고, 점심 무렵에는 회사 로고가 박힌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들고 나왔다. 미국주재원비자를 생각할 때도 나는 늘 그런 장면부터 떠올린다. 비자는 서류 이름이지만, 실은 어느 동네의 생활 리듬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니까.
미국주재원비자는 여행 계획표보다 생활 반경에 가깝다
미국주재원비자는 보통 L 비자로 많이 부르는 사내 전근 비자다. 미국 이민국과 국무부 안내 기준으로 보면, 한국 본사나 해외 계열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미국 지점, 자회사, 모회사, 계열회사로 옮겨 일할 때 쓰는 길이다. 관광 비자처럼 잠깐 들르는 느낌과는 다르다. 회사가 먼저 petition을 내고, 승인 뒤에 DS-160과 인터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정도 개인 여행보다 훨씬 단단하게 묶인다.
내가 만난 주재원 가족들은 유명 박물관보다 집 근처 초등학교, 병원, 한인마트까지 걸리는 시간을 먼저 봤다. 차로 15분 거리와 35분 거리는 숫자로 보면 작아 보여도, 평일 저녁 피곤한 몸으로 지나면 완전히 다른 거리다. 그래서 비자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어느 도시가 좋은지보다 출근길과 장보기 길이 버틸 만한지를 같이 보게 된다.
L-1A와 L-1B, 이름보다 역할이 먼저였다
미국주재원비자는 크게 L-1A와 L-1B로 나뉜다. L-1A는 임원이나 관리자 역할, L-1B는 회사 제품·서비스·공정·운영 방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중심인 역할에 가깝다. 직함이 부장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L-1A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개발자라고 해서 무조건 L-1B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제 업무가 무엇인지, 미국에서 맡을 일이 조직 안에서 어떤 위치인지가 더 중요하다.
자주 확인하는 숫자들
- 처음 petition을 낼 때를 기준으로, 해외 회사에서 최근 3년 중 1년 이상 이어서 일한 이력이 중요하다.
- 미국 회사와 해외 회사 사이에는 모회사·자회사·지점·계열회사 같은 적격 관계가 있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처음 체류는 최대 3년까지 볼 수 있고, 새 미국 사무소를 열러 가는 경우 처음 승인은 최대 1년으로 잡힌다.
- 연장은 보통 2년 단위로 이어지며, 전체 한도는 L-1A 7년, L-1B 5년이 기준이 된다.
이 숫자들은 지도 앱의 예상 시간처럼 기본값에 가깝다. 실제 길이 막히면 20분이 40분이 되듯, 회사 구조가 복잡하거나 미국 법인이 막 생겼거나 직무 설명이 흐릿하면 준비 기간은 길어진다. 솔직히 이 부분은 블로그 글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회사 인사팀과 이민 변호사가 최신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서류는 내가 가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관광지는 사진 한 장으로 설명될 때가 있지만, 로컬 동네는 몇 번 걸어봐야 결이 보인다. 미국주재원비자 서류도 비슷했다. 재직증명서, 조직도, 급여 기록, 업무 설명, 미국에서 맡을 프로젝트, 회사 간 지분 관계 자료가 따로 노는 순간 이야기가 흐려진다. 반대로 왜 이 사람이 미국 사무소에 필요한지가 한 줄로 이어지면 서류의 온도가 달라진다.
- 관리자라면 실제로 사람이나 기능을 관리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 전문지식 인력이라면 누구나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회사 내부 지식이 드러나야 한다.
- 새 사무소라면 사무 공간, 사업 계획, 급여 지급 능력, 1년 안에 운영이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 가족이 함께 간다면 배우자와 21세 미만 미혼 자녀의 L-2 동반 체류도 함께 따져보게 된다.
현재 국무부 안내에서 L 비자 신청 수수료는 205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Blanket L에 포함되는 신청자는 별도 부정방지 수수료가 붙을 수 있다. 다만 수수료와 절차는 시점에 따라 움직인다. 환율이 바뀌면 같은 금액도 체감이 달라지듯, 인터뷰 예약 상황이나 회사 petition 방식에 따라 기다림의 무게가 달라진다.
미국 생활은 큰 도시보다 작은 반복에서 보였다
비자 이야기를 하다가 왜 자꾸 동네를 말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근데 주재원 생활은 멋진 스카이라인보다 평일 반복에 더 많이 기대어 있다. 나는 샌디에이고의 관광 해변보다 조용한 주택가 세탁소 골목이 오래 남았고, 뉴저지에서는 맨해튼 야경보다 기차역 옆 작은 델리에서 본 아침 줄이 더 선명했다. 그 줄에는 출근하는 사람, 아이 도시락을 사는 부모, 막 미국에 온 듯 휴대폰 번역기를 켜둔 사람이 섞여 있었다.
미국주재원비자를 준비한다면 도시 이름만 크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회사와 학교 사이, 집과 마트 사이, 병원과 공원 사이의 거리가 실제 생활을 만든다. 차가 꼭 필요한 동네인지, 저녁 7시 이후에도 장을 볼 수 있는지, 주말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 산책길이 있는지. 이런 것들은 비자 승인서에는 적히지 않지만, 도착하고 한 달이 지나면 꽤 큰 문제가 된다.
조용한 골목을 고르듯 천천히 맞춰가는 일
내 취향의 여행은 늘 사람이 적은 골목에서 시작됐다. 간판이 낡은 빵집, 공원 옆 작은 도서관, 오후 세 시에 햇빛이 길게 들어오는 동네 카페 같은 곳들. 미국주재원비자도 그런 마음으로 보면 조금 덜 딱딱해진다. 서류는 차갑지만, 그 끝에는 누군가의 출근길과 아이의 등굣길, 낯선 나라에서 처음 익숙해지는 생활의 무늬가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주재원비자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큰 도시의 이름보다 자신의 하루를 먼저 그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침에 어디서 커피를 사고, 퇴근 뒤 어떤 길로 집에 오고, 주말에는 어느 조용한 공원 벤치에 앉을지. 그 상상이 또렷해질수록 서류 준비도 덜 막막해진다. 비자는 문을 여는 절차이고, 그 문 너머의 동네를 고르는 일은 오래 머물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일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