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여행, 유명한 곳을 비켜서 하루를 걸어봤더니

아침에 사람이 적은 길부터 걸었다
얼마 전 제주도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이름난 해변과 전망대는 조금 비켜 갔다. 렌터카 내비게이션에 인기 장소를 찍으면 주차장부터 북적이는 날이 많아서, 이번에는 마을 버스가 서는 작은 정류장과 동네 포구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시작은 제주시 조천읍의 한 골목이었다. 함덕 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인데, 바다색은 비슷해도 사람 소리는 확실히 덜했다.
아침 8시쯤 도착하니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다. 대신 돌담 사이로 빨래가 흔들리고, 귤나무 아래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관광지에서 보는 제주와는 온도가 달랐다. 사진을 찍기 좋은 장면보다, 그냥 천천히 걷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다. 사실 이런 길은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아서 더 좋다. 20분쯤 걷다 보면 바다가 나오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밭과 오래된 집이 이어진다.
북적이는 해변 대신 작은 포구로
점심 전에는 김녕과 월정 사이의 작은 포구 쪽으로 이동했다. 월정리 카페 거리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지만, 그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금방 바뀐다. 차로 5분, 걸어서 25분 정도 차이인데 체감은 꽤 크다. 포구에는 낚싯대를 든 동네 어르신 두 분이 있었고, 방파제 끝에는 바람이 세게 불었다.
제주 바다는 어디서 봐도 예쁘지만, 사람이 적은 포구에서 보는 바다는 조금 더 생활에 가깝다. 예쁜 의자나 포토존은 없고, 대신 그물과 부표, 오래된 창고, 바닷물에 젖은 콘크리트가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조용해서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30분쯤 지나니 그 조용함이 편해졌다. 파도 소리가 일정하고, 멀리 스쿠터 지나가는 소리만 가끔 들렸다.
- 추천 시간대: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 이동 팁: 유명 해변 이름을 찍은 뒤, 도착 1~2km 전 마을길에 잠깐 내려 걷기
- 좋았던 점: 주차 스트레스가 적고, 사진보다 산책에 집중하게 됨
동네 식당에서 느린 점심을 먹었다
여행 중 밥집을 고를 때도 검색 순위보다 영업 시간이 오래된 곳을 먼저 본다. 이날은 구좌 쪽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는 고등어구이와 몸국, 반찬 몇 가지가 전부였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가보다 2천 원에서 4천 원 정도 낮았고, 테이블은 네 개뿐이었다. 손님 대부분은 작업복 차림이거나 근처 주민처럼 보였다.
맛이 특별하게 화려하진 않았다. 그런데 밥이 따뜻했고, 국은 짜지 않았고, 주인분이 물을 한 번 더 따라주셨다. 그런 장면이 여행 기억에 꽤 오래 남는다. 유명 맛집에서 40분 기다려 먹는 한 끼도 좋지만, 가끔은 줄 서지 않고 조용히 먹는 밥이 더 여행답다. 특히 혼자 제주도여행을 한다면 이런 식당이 훨씬 편하다. 눈치 볼 일도 적고, 식사 속도를 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
오후에는 오름보다 마을길이 맞았다
제주에 가면 오름 하나쯤은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마음도 조금 내려놓았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높은 곳보다 낮은 마을길이 낫다. 세화에서 종달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 일부를 걸었는데, 밭담과 낮은 집, 멀리 보이는 성산 쪽 능선이 천천히 따라왔다. 왕복으로 4km 정도만 걸어도 제주 동쪽의 결이 꽤 잘 느껴진다.
근데 이런 길은 준비가 조금 필요하다. 그늘이 많지 않아서 물은 꼭 챙겨야 하고,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을 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걷다가 힘들면 카카오맵으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을 확인했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구간도 있으니, 해 질 무렵에는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제주도여행에서 한적함을 찾는다는 건 아무 데나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동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걷고, 사유지 표지가 있으면 바로 돌아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람 적은 제주를 찾을 때 기준
- 대형 주차장이 있는 곳보다 작은 정류장이 가까운 곳을 고른다
- 카페 거리 바로 옆 골목보다 한두 블록 더 안쪽을 걷는다
- 일몰 명소는 해 지기 1시간 전보다 오후 3~4시에 들른다
- 리뷰 수가 많은 곳보다 동선상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소를 우선한다
제주는 조용할 때 더 오래 남는다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제주에서 꼭 뭔가를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옅어졌다. 유명한 풍경을 놓친 아쉬움보다, 이름 모를 포구에서 바람을 맞고 동네 식당에서 천천히 밥을 먹은 시간이 더 선명했다. 여행 사진첩에는 비슷한 바다 사진이 몇 장 남았지만, 기억에는 골목의 냄새와 낮은 돌담, 버스가 오기 전의 조용한 정류장이 남았다.
제주도여행을 조용하게 하고 싶다면 목적지를 줄이는 게 먼저다. 하루에 세 곳만 정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사이의 길을 조금 길게 둔다. 유명한 장소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제주에는 이름이 크게 붙지 않은 곳에도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나는 다음에도 아마 그런 길을 먼저 찾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