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소도시 골목을 걸어봤더니, 조용한 여행은 따로 있었다

유명한 곳 옆에서 조금 비켜났을 때
얼마 전 동남아를 다시 돌면서 이상하게 마음에 남은 건 큰 사원이나 전망 좋은 루프톱이 아니었다. 아침 7시에 문을 연 동네 빵집, 오토바이 소리가 잠깐 잦아드는 강가 골목, 시장 상인이 손짓으로 알려준 국수집 같은 장면들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누가 동남아여행지추천을 물으면, 나는 먼저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 이름보다 그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동네들을 떠올린다.
방콕, 다낭, 발리처럼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곳은 분명 편하다. 항공편도 많고 숙소 선택지도 넓다. 그런데 여행의 속도를 조금 낮추고 싶다면, 유명한 중심지에서 2~4시간 정도 떨어진 소도시가 훨씬 잘 맞을 때가 있다. 이동은 조금 번거롭지만 하루 예산이 덜 들고, 골목을 걷는 시간이 더 자연스럽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일도 적다.
라오스 농키아우, 강가에 앉아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 곳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농키아우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버스로 보통 3시간 안팎 걸렸고, 길은 편안하다기보다 조금 느긋한 편에 가깝다. 도착하면 높은 산 사이로 남우강이 흐르고, 숙소 발코니에서 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무언가를 바쁘게 해야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오전에는 강가를 걷고, 낮에는 그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고, 해 질 무렵 다리 위에 서 있으면 하루가 꽤 충분해진다.
사실 농키아우의 좋은 점은 관광 코스가 빽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전망대 트레킹은 왕복 2~3시간 정도 잡으면 되고, 땀이 많이 나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강줄기가 꽤 선명하다. 다만 비 온 뒤에는 길이 미끄러워 운동화가 낫다. 밤에는 식당 불빛도 일찍 줄어드는 편이라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는 여행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조용한 숙소에서 책을 읽거나, 강바람을 듣는 시간이 잘 어울린다.
태국 짠타부리, 주말 시장보다 오래된 골목이 먼저 보였다
태국에서 사람이 적은 로컬 여행지를 찾는다면 짠타부리를 빼놓기 어렵다. 방콕에서 버스로 약 4시간 정도 걸리고, 바다와 과일 산지, 오래된 강변 마을이 함께 있다. 내가 좋았던 건 강변 커뮤니티 골목이었다. 낡은 목조 집과 작은 카페, 오래된 성당이 느슨하게 이어지고, 관광객을 향해 과하게 꾸며진 느낌이 덜했다.
짠타부리는 걷는 속도가 중요하다. 강가 골목은 길지 않아서 빠르게 지나가면 30분도 안 걸리지만,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근데 여기서는 그런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과일 철에는 두리안과 망고스틴을 파는 노점이 많고, 해산물 식당도 방콕보다 가격 부담이 낮았다. 단, 영어 안내가 촘촘하지 않아 간단한 번역 앱은 챙기는 편이 좋다.
베트남 꾸이년, 다낭보다 낮고 조용한 바다
베트남 바다 여행을 말하면 다낭이나 나트랑이 먼저 나오지만, 꾸이년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진다. 해변은 넓고 도시 분위기는 낮다. 큰 리조트 단지보다 동네 식당과 카페가 먼저 보이고, 아침 바닷가에는 여행객보다 운동 나온 주민들이 더 많았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다가 배경이 아니라 동네의 일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꾸이년에서는 하루를 느슨하게 나누는 게 좋았다. 오전에는 해변 산책, 점심에는 분짜까나 해산물 국수, 오후에는 택시를 타고 외곽의 작은 해변으로 나갔다. 시내에서 20~40분만 벗어나도 사람이 확 줄어드는 구간이 있다. 다만 대중교통만으로 움직이기에는 동선이 애매해서 그랩이나 숙소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활기찬 밤문화보다는 조용한 바다와 저렴한 로컬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맞는다.
말레이시아 타이핑, 비 오는 도시의 느린 산책
말레이시아에서는 페낭이 워낙 유명하지만, 조금 덜 붐비는 분위기를 원하면 타이핑이 괜찮았다. 쿠알라룸푸르나 페낭에서 기차와 차량을 섞어 갈 수 있고, 도시 자체는 크지 않다. 타이핑 호수 정원은 아침에 특히 좋았다. 커다란 나무가 물가 쪽으로 낮게 드리워져 있고, 조깅하는 주민과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타이핑은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일정이 빗나가기 쉽다. 그런데 솔직히 그 비가 이 도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잠깐 소나기가 지나간 뒤 시장 바닥에 물기가 남고, 오래된 커피숍 안쪽에서 카야 토스트를 먹으면 여행이 아주 멀리 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를 하나씩 찍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상 가까운 동남아여행지추천을 찾는다면 이런 도시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사람 적은 동남아를 고를 때 내가 보는 기준
내가 장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이동 시간과 머무는 시간의 균형이다. 편도 6시간을 넘기는데 1박만 한다면 피곤함이 더 크게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중심 도시에서 2~4시간 안쪽이면, 2박만 해도 꽤 여유가 생긴다. 또 숙소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시장이나 식당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한적한 곳이라도 매 끼니마다 차를 타야 한다면 생활감 있는 여행과는 조금 멀어진다.
- 큰 도시에서 버스나 기차로 2~4시간 거리인지 확인한다.
- 아침 시장, 강변 산책로, 동네 식당처럼 반복해서 갈 곳이 있는지 본다.
- 후기 사진이 전부 명소 중심이라면 실제 골목 분위기를 따로 찾아본다.
- 우기와 건기의 차이가 큰 지역은 이동일을 하루 여유 있게 둔다.
동남아의 작은 도시들은 처음엔 조금 심심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심심함 안에 여행자가 끼어들 틈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꼭 봐야 할 랜드마크가 여행의 이유겠지만, 나에게는 아침에 같은 가게에서 두 번 커피를 마시고 주인이 얼굴을 기억해주는 순간이 더 선명했다. 그런 장면을 좋아한다면 유명한 이름에서 반 걸음만 옆으로 가도 충분히 괜찮은 여행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