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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여행으로 떠난 작은 항구마을, 사람 없는 골목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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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여행으로 떠난 작은 항구마을, 사람 없는 골목에서 보낸 하루

갑자기 비어 있던 하루, 땡처리여행을 눌렀다

얼마 전 평일 오후에 일정이 하나 비었는데, 이상하게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유명한 바다나 핫한 카페를 찾아볼 기운은 없었고, 대신 기차표와 숙소가 같이 묶인 땡처리여행 상품을 한참 들여다봤다. 가격은 주말 기준보다 30퍼센트쯤 낮았고, 출발은 다음 날 아침 7시대였다. 선택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내가 고른 곳은 이름을 말하면 대개 지나치는 작은 항구마을이었다. 관광 안내판은 있었지만 사람을 끌어모으는 큰 명소는 없었고, 역에서 항구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걸렸다. 사실 땡처리여행이라고 하면 싸게 유명지를 찍고 오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남는 좌석과 빈방 덕분에 평소라면 일부러 찾지 않았을 동네까지 가보게 된 셈이다.

유명한 곳보다 먼저 골목으로 들어갔다

역 앞에는 프랜차이즈 카페 하나와 오래된 분식집, 그리고 문구점처럼 보이는 잡화점이 있었다. 여행 첫 끼는 검색 순위에 있는 식당 대신 역에서 6분쯤 걸어 들어간 백반집에서 먹었다. 메뉴는 생선구이 하나, 된장찌개 하나. 가격은 1만 원 초반대였고, 점심시간인데도 테이블 8개 중 3개만 차 있었다.

밥을 먹고 나와 큰길을 따라 항구로 가려다가 일부러 골목으로 꺾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빨래가 걸려 있었고, 빈 화분에는 흙만 남아 있었다. 이런 풍경은 사진 한 장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 조용한 동네는 볼거리가 적어서 심심한 게 아니라, 내 발걸음 소리까지 들릴 만큼 여백이 크다. 근데 그 여백이 여행을 천천히 만든다.

  • 역에서 항구까지 도보 약 25분
  • 큰길보다 안쪽 골목이 훨씬 조용함
  • 평일 오후 기준 카페와 식당 대기 거의 없음
  • 오르막이 조금 있어 편한 신발이 좋음

땡처리여행의 좋은 점은 계획이 느슨해진다는 것

솔직히 저렴한 여행은 가끔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싸게 왔으니 많이 봐야 할 것 같고, 교통비를 뽑아야 할 것 같고, 남들이 찍은 장소를 따라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 땡처리여행은 애초에 기대가 낮아서인지 오히려 편했다. 숙소 체크인 전까지 해야 할 일도 없었고, 꼭 가야 하는 명소도 없었다.

항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배가 몇 척 묶여 있었고, 방파제 끝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둘 있었다. 바닷가인데도 음악을 크게 트는 가게가 없어서 좋았다. 의자에 앉아 40분 정도 가만히 있었는데, 지나간 사람은 열 명이 안 됐다. 유명 관광지였다면 그 시간에 사진 찍는 순서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직접 걸어보니 이런 여행자에게 맞았다

땡처리여행이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아니다. 원하는 숙소를 정확히 고르기 어렵고, 출발 시간이 애매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목적지가 꼭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꽤 좋은 입구가 된다. 특히 동네 시장, 오래된 골목, 조용한 바닷가처럼 사람 많은 시간대를 피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만족도가 높다.

  • 유명 맛집 대기보다 동네 밥집을 좋아하는 사람
  • 사진 명소보다 걷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
  • 숙소 뷰보다 위치와 가격을 먼저 보는 사람
  • 하루 일정이 빽빽하면 쉽게 지치는 사람

작은 시장에서 여행의 속도가 바뀌었다

저녁 무렵에는 항구 뒤편 시장으로 걸어갔다. 규모는 작았다.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7분이면 충분했다. 대신 가게마다 생활감이 있었다. 생선가게 아주머니는 고등어를 손질하고 있었고, 반찬가게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과하게 꾸민 말투가 아니라, 그냥 그 동네의 저녁이었다.

나는 시장 안쪽 국숫집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6천 원이었다. 양이 특별히 많거나 맛이 놀랄 정도로 화려하진 않았지만, 뜨거운 국물과 얇은 면이 그날의 날씨와 잘 맞았다. 여행에서 기억나는 건 꼭 대단한 장면만은 아니다. 낯선 시장에서 물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앉아 있던 20분 같은 게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비용은 낮았지만 시간은 가볍지 않았다

이번 1박 2일에 쓴 돈은 교통과 숙소를 포함해 10만 원대 중반이었다. 성수기 인기 지역 숙박비 하나보다 낮은 금액이었다. 물론 방은 넓지 않았고, 조식도 없었다. 대신 창문을 열면 골목 끝에 작은 슈퍼가 보였고, 밤 9시가 지나자 동네가 거의 잠잠해졌다. 그 고요함이 꽤 괜찮았다.

비용을 아꼈다는 만족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선택의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다. 여행을 잘했다는 느낌이 꼭 먼 곳, 비싼 숙소, 유명한 식당에서만 오는 건 아니었다. 빈 좌석 때문에 떠난 땡처리여행이었지만, 그 빈자리 덕분에 사람 적은 동네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도 일부러 빈틈 있는 여행을 고를 것 같다

다음에 또 땡처리여행을 고른다면, 나는 목적지를 먼저 정하기보다 출발 요일과 동네 분위기를 먼저 볼 것 같다. 평일 출발, 역에서 걸을 수 있는 거리, 시장이나 항구처럼 생활권이 남아 있는 곳. 이 세 가지만 맞아도 여행은 충분히 조용해진다. 유명한 장소를 피하겠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길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여행은 금방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이번 여행은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갔다. 큰 감탄도 없었고, 꼭 다시 가야겠다는 뜨거운 확신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며칠 뒤에도 그 항구의 낮은 바람과 시장 국숫집의 김이 생각났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남에게 설명하기 쉬운 장면보다, 혼자 조용히 떠올리게 되는 장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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