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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자유여행으로 골목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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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자유여행으로 골목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얼마 전 북해도를 다녀오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전망대도, 줄 서서 먹은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아침 7시쯤 삿포로 주택가에서 본 자전거 바구니, 오타루 운하에서 두 골목 뒤로 빠졌을 때 들리던 접시 부딪히는 소리, 비에이 들판 옆 작은 길에서 혼자 들었던 바람 소리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북해도자유여행은 넓은 땅을 욕심내서 찍고 오는 여행이 되기 쉽지만, 막상 천천히 걸어보면 도시와 마을 사이의 빈칸이 꽤 좋습니다.

저는 이번에 삿포로를 중심으로 오타루, 요이치, 비에이 쪽을 느슨하게 이어 갔습니다. 하루 이동 거리를 줄이고, 유명 장소는 사람이 몰리기 전이나 후에 잠깐만 들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역 뒤편, 동네 슈퍼, 강변 산책로, 버스 정류장 주변처럼 여행 책자에서 작게 지나가는 곳에 썼습니다. 솔직히 사진으로 강한 여행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녀오고 나면 이상하게 그런 날들이 더 오래 갑니다.

삿포로는 중심보다 옆길이 좋았습니다

삿포로는 북해도자유여행의 출발점으로 많이 잡는 도시입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접근이 쉽고, 전철과 지하철, 노면전차가 이어져 있어서 첫날 몸을 풀기 좋습니다. 삿포로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도심 교통과 도보 여행을 꽤 비중 있게 소개하는데, 실제로 걸어보면 도시 구조가 반듯해서 길을 잃어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스스키노와 오도리공원 주변만 걷다 보면 삿포로가 조금 번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둘째 날 아침에 마루야마공원 근처 골목으로 갔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공원까지 걸어가는 길에 작은 빵집, 동네 꽃집, 유치원 앞 횡단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을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30분쯤 걸었을 뿐인데 시내와 공기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곳은 기타18조 주변이었습니다. 홋카이도대학과 가까운 동네라 학생 식당, 작은 카페, 오래된 맨션이 섞여 있습니다. 점심 직전에는 사람이 조금 늘지만 관광객 무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하나 사고, 눈이 녹아 젖은 보도블록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은 동네였습니다.

오타루는 운하보다 뒤편 골목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는 기차로 대략 40분 거리라 당일치기로 많이 갑니다. 그래서 오전 10시 이후에는 운하 주변과 사카이마치도리가 빠르게 붐빕니다. 저도 처음에는 운하를 따라 걸었습니다. 예쁘긴 했지만,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았던 건 데미야선 폐선길 쪽으로 빠진 뒤였습니다. 길은 짧고 단순하지만, 철길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오타루가 항구 도시였다는 감각이 조금 더 조용히 다가옵니다. 낡은 창고, 작은 주차장, 생활용 자전거가 섞여 있어서 풍경이 꾸며져 있지 않았습니다. 눈이 남아 있는 계절에는 발밑이 미끄러우니 속도를 늦추는 게 낫습니다.

점심은 유명 초밥집 대신 시장 바깥쪽의 작은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가보다 조금 편했고, 손님 대부분이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주인분이 손짓으로 추천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순간은 계획표에 넣기 어렵지만, 여행의 온도를 바꿔 줍니다.

요이치는 조용한 오후가 어울리는 동네였습니다

오타루에서 요이치까지는 JR로 약 25분 정도 걸립니다. 북해도자유여행을 하면서 요이치를 넣을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빠르게 여러 곳을 보고 싶은 일정이라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저는 그 심심함이 좋았습니다. 역 앞이 크지 않고, 도로가 넓고, 걸음 사이에 말이 적어지는 동네입니다.

요이치는 위스키와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증류소 관람보다 역 주변을 천천히 걷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낮은 건물 사이로 바람이 세게 지나가고, 슈퍼 앞에는 지역 사과와 간단한 반찬이 놓여 있었습니다. 관광지 특유의 빠른 소비보다, 이 동네가 원래 가진 속도가 느껴졌습니다.

  • 오타루와 묶는다면 오전 오타루, 오후 요이치가 편했습니다.
  • 식당 영업시간이 짧은 곳이 있어 점심 시간을 너무 늦추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겨울에는 해가 빨리 기울어 오후 4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비에이는 유명한 풍경 옆의 빈 길이 더 좋았습니다

비에이는 북해도 풍경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곳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 안내에서도 비에이의 푸른 연못과 패치워크 언덕을 대표 풍경으로 소개하고, 실제로 계절이 맞으면 색이 아주 강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정오의 푸른 연못은 조금 피곤할 수 있습니다. 비에이 관광협회가 주요 지점 혼잡 상황을 안내할 정도로, 특정 시간에는 방문객이 꽤 몰립니다.

제가 좋았던 방식은 오전 일찍 움직이고, 한낮에는 이름난 지점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후라노에서 비에이까지 JR로 약 40분 정도라 전날 후라노에 묵고 아침에 올라가는 방법도 괜찮았습니다. 렌터카가 있다면 더 자유롭지만, 농지 안으로 들어가거나 사유지에 차를 세우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비에이는 예쁜 배경이기 전에 누군가의 밭이었습니다.

시라카바 가도는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공식 관광 안내에는 약 4km 이어지는 자작나무 길로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로 달리거나 걷다 보면 하얀 줄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어서 시선이 차분해집니다. 푸른 연못처럼 강한 색은 아니지만, 북해도의 넓이와 바람을 느끼기에는 이쪽이 더 편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도 바로 떠나고 싶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제가 잡은 느슨한 동선

  • 1일차: 신치토세공항 도착, 삿포로역 주변 숙박, 저녁은 역에서 두세 블록 벗어난 식당
  • 2일차: 마루야마공원과 기타18조 산책, 오후에는 노면전차 구간 따라 걷기
  • 3일차: 오전 오타루, 오후 요이치, 해 지기 전 삿포로 복귀
  • 4일차: 후라노 또는 비에이로 이동, 유명 지점은 이른 시간에 짧게 방문
  • 5일차: 비에이 외곽 길 산책 후 삿포로로 돌아와 마지막 밤 보내기

사람 적은 북해도를 찾을 때 챙긴 기준

북해도는 땅이 넓어서 지도상 거리가 짧아 보여도 실제 이동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하루에 도시 두세 개를 넣으면 계속 이동만 하게 됩니다. 저는 하루 중심지를 하나만 정하고, 그 주변에서 걷는 시간을 최소 2시간 남겨두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여행지 개수는 줄었지만 피로도도 같이 줄었습니다.

숙소는 무조건 번화가 한가운데보다 역에서 걸어서 10분 안팎, 큰길에서 한두 블록 들어간 곳이 편했습니다. 밤에 돌아오기 무섭지 않고, 아침에는 동네가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해도자유여행에서 렌터카를 쓰지 않는다면 JR 시간표와 버스 막차만 전날 확인해도 일정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계절도 중요했습니다. 여름의 후라노와 비에이는 꽃 때문에 아름답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습니다. 겨울은 풍경이 압도적이지만 눈길 변수와 운행 지연을 감안해야 합니다. 저는 초봄이나 늦가을의 약간 비어 있는 분위기도 북해도와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문 닫은 가게가 조금 있고 바람은 차갑지만, 그 빈자리 덕분에 마을의 표정이 더 잘 보였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북해도는 유명한 장면을 확인하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 사이의 긴 여백을 걷는 곳에 더 가까웠습니다. 북해도자유여행을 준비한다면 꼭 큰 명소만 이어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의 주택가, 작은 역 앞 벤치, 관광버스가 지나간 뒤의 들판까지 일정에 남겨두면, 여행은 조금 덜 화려해도 훨씬 오래 남습니다.

북해도자유여행으로 골목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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