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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조금 비켜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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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조금 비켜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호이안 골목에서 하루를 늦게 시작했다

얼마 전 베트남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화려한 야경보다 아침 늦게 문을 여는 동네 골목이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워낙 유명해서 낮에도 밤에도 사람이 많다. 그런데 강변에서 두세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관광객을 태운 자전거 택시 소리보다 집 앞을 쓰는 빗자루 소리가 먼저 들리고, 노란 벽은 사진 배경이라기보다 그냥 동네의 오래된 표정처럼 보인다.

나는 오전 9시쯤 일부러 중심가를 피해서 걷기 시작했다. 보통 단체 여행객은 등불 가게와 카페가 몰린 쪽으로 움직이는데, 그 길에서 10분만 벗어나도 손님 없는 쌀국수집과 작은 재봉 가게가 나온다. 가격도 조금 내려간다. 중심가 카페의 코코넛 커피가 6만 동 안팎이었다면, 골목 안쪽에서는 3만5천 동에서 4만 동 정도면 충분했다. 맛이 엄청 다르다기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달랐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고, 옆자리에서는 동네 어르신 둘이 천천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낭에서는 바다보다 시장 뒤편이 좋았다

다낭에 가면 대부분 미케비치부터 떠올린다. 나도 바다는 좋았다. 다만 해변 앞은 생각보다 리조트와 식당 간판이 빽빽해서, 오래 머물수록 여행지 안에 갇힌 느낌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한시장 근처가 아니라 콘시장 뒤편 골목으로 걸어갔다. 관광객이 아주 없는 곳은 아니지만, 쇼핑 목적의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뒷골목까지 깊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시장 뒤편에는 작은 노점이 이어져 있다. 플라스틱 의자 높이는 낮고, 오토바이는 사람 사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지난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정신없었다. 그런데 20분쯤 지나니까 소음이 배경처럼 가라앉았다. 바나나잎에 싸인 간식, 튀긴 반죽 냄새, 빨래가 걸린 좁은 발코니 같은 것들이 하나씩 보였다. 베트남여행에서 로컬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유명한 시장의 정문보다 뒤편 생활 골목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내가 걸었던 동선

  • 한시장처럼 유명한 곳은 짧게 들르고, 점심 전후에는 콘시장 주변 골목으로 이동했다.
  • 오토바이가 많은 길은 이어폰을 빼고 걸었다. 소리로 방향을 알아차리는 게 꽤 중요했다.
  • 가게 앞 의자에 앉을 때는 메뉴판보다 주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먼저 봤다.

후에의 조용한 오후는 생각보다 깊었다

후에는 베트남 중부 여행에서 종종 하루 일정으로만 들어간다. 왕궁을 보고, 분짜 비슷한 현지 음식을 먹고, 다시 다낭이나 호이안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그런데 직접 있어보니 후에는 빨리 지나치기 아까운 도시였다. 큰 관광지 주변은 당연히 사람이 있지만, 향강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길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내가 좋았던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햇빛이 조금 누그러지고, 강가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도 느슨해지는 시간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카페 대신 강 건너 주택가 쪽으로 넘어가면 작은 찻집과 동네 식당이 드문드문 있다. 영어 메뉴가 없는 곳도 있었지만, 손짓과 사진으로 주문하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국수 한 그릇은 대략 3만 동에서 5만 동 사이였고, 물티슈나 차가 별도 계산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작은 차이를 알고 있으면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사람 적은 장소를 찾을 때 내가 보는 것들

베트남여행에서 한적한 곳을 찾는 방법은 특별한 앱보다 시간대와 방향에 더 가까웠다. 유명 명소를 완전히 빼기보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정면을 피하고 옆길을 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사원이나 시장은 입구가 가장 붐빈다. 반대로 출구 옆 골목, 직원들이 오가는 길, 주차장 뒤편에는 생활이 남아 있다. 사진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여행의 감각은 그런 곳에서 더 선명해졌다.

시간도 중요했다. 오전 7시 전후에는 현지인들의 출근과 장보기 흐름이 있고, 낮 12시부터 2시 사이에는 여행객도 현지인도 조금 줄어든다. 단, 이 시간대는 덥다. 체감상 35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고, 습도 때문에 실제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로컬 여행이라고 해서 계속 버티는 건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 유명 장소에서 반경 500m 정도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 구글맵 평점보다 리뷰 수가 적은 작은 가게를 골랐을 때 조용한 시간이 많았다.
  • 골목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 얼굴이 크게 나오지 않게 기다리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 현금은 1만 동, 2만 동, 5만 동 단위로 나눠두면 작은 가게에서 계산하기 수월했다.

유명하지 않아서 좋았던 순간들

사실 베트남여행은 이미 너무 유명한 여행지다. 다낭, 호이안, 나트랑, 하노이 어디를 가도 한국어 간판을 쉽게 만난다. 그래서 조용한 여행을 기대하면 처음엔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도시 전체가 붐비는 것과 내가 걷는 길이 붐비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누군가는 야시장으로 가고, 누군가는 강가 벤치에 앉아 있고, 누군가는 시장 뒤쪽에서 국수를 먹는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특별한 명소가 아니었다. 호이안 골목에서 재봉틀 소리가 들리던 오후, 다낭 시장 뒤편에서 얼음 든 차를 마시던 15분, 후에 강가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수다 떨던 저녁이었다. 이런 순간은 여행 계획표에 넣기 어렵다. 그래도 막상 돌아오면 이상하게 그런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베트남은 크게 보면 활기찬 나라지만, 조금 천천히 걸으면 조용한 표정도 분명히 있다. 유명한 곳을 아예 피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에 한두 시간쯤은 목적지를 느슨하게 두고 골목으로 빠져보는 게 좋았다. 길을 잃을 만큼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관광지의 소리가 살짝 작아지는 지점에서, 그 도시의 일상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다.

베트남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조금 비켜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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