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호텔을 골목 안쪽으로 잡아봤더니 보인 조용한 아침

얼마 전 치앙마이에 머물면서 일부러 님만해민 큰길에서 한 블록 더 들어간 골목의 작은 숙소를 잡았다. 지도에서 보면 중심지와 가깝지만, 막상 걸어 들어가면 오토바이 소리도 낮아지고 빨래 냄새와 커피 볶는 냄새가 먼저 나는 곳이었다. 유명한 루프톱이나 수영장 사진보다, 아침에 문 열고 나왔을 때 동네가 어떤 표정인지가 더 궁금했다.
치앙마이호텔을 고를 때 사람들은 보통 올드타운 성벽 안, 님만해민, 나이트바자 근처를 많이 본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숙소 위치가 여행의 속도를 꽤 많이 바꿨다. 같은 치앙마이라도 큰길 바로 앞에 있느냐, 시장 뒤편 골목에 있느냐에 따라 하루의 온도가 달라졌다.
큰길보다 한 블록 안쪽이 좋았던 이유
내가 묵었던 곳은 객실이 20개 남짓한 작은 치앙마이호텔이었다. 방 크기는 대략 24제곱미터 정도였고, 화려한 장식은 없었다. 대신 창밖으로 낮은 집 지붕이 보였고, 아침 7시쯤이면 옆집 사람이 화분에 물을 주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소리가 여행지에서는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큰길가 숙소는 편하다. 편의점, 카페, 마사지숍이 바로 있고 밤늦게 돌아와도 길이 밝다. 다만 인기 구역은 밤 11시가 넘어도 차와 오토바이가 꽤 지나간다. 특히 님만해민 중심부는 주말 저녁이면 카페와 바 주변이 붐빈다. 반대로 골목 안쪽 숙소는 5분 정도 더 걸어야 하지만, 문 닫고 들어왔을 때 조용함이 확실했다.
- 올드타운 성벽 안쪽: 사원과 작은 식당을 걸어서 다니기 좋음
- 님만해민 골목 안쪽: 카페는 많지만 숙소를 잘 고르면 꽤 조용함
- 창푸악 시장 주변: 로컬 식당 접근성이 좋고 숙박비가 비교적 낮음
- 핑강 동쪽: 오래 머무는 사람에게 잘 맞는 느슨한 분위기
내가 치앙마이호텔을 볼 때 먼저 확인하는 것
사진보다 먼저 보는 건 주변 길이다. 숙소 후기를 읽을 때도 침대가 푹신하다는 말보다 “밤에 조용했다”, “아침에 걸어 다니기 좋았다” 같은 문장을 더 믿는다. 치앙마이는 낮보다 아침과 저녁에 걷기 좋은 도시라서, 숙소 주변 500미터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체크할 건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큰 도로에서 너무 붙어 있지 않은지 본다. 둘째, 근처에 아침 식사를 할 만한 작은 가게가 있는지 본다. 셋째, 밤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어둡지 않은지 본다. 넷째,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여행인지 생각한다. 치앙마이의 작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3층이어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꽤 있다.
가격은 계절에 따라 차이가 컸다. 내가 묵었던 비슷한 급의 숙소들은 비수기에는 1박 4만 원대부터 보였고, 성수기에는 7만 원 안팎까지 올라갔다. 수영장과 조식이 붙으면 더 비싸졌다. 솔직히 짧은 2박 여행이라면 조식이 편하지만, 4박 이상이면 조식 없는 숙소가 더 나았다. 아침마다 다른 골목 식당에 가는 재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로컬 여행자에게 잘 맞는 위치는 따로 있었다
관광지를 한 번에 많이 찍는 일정이라면 올드타운 안쪽이 편하다. 왓 체디루앙, 왓 프라싱 같은 사원까지 걸어 다니기 쉽고, 골목마다 작은 식당이 있어 이동 피로가 적다. 다만 중심부 숙소는 투어 차량 픽업이 잦은 길이면 이른 아침부터 조금 부산스러울 수 있다.
동네 분위기를 보고 싶다면 창푸악 시장 뒤편이나 산티탐 쪽도 괜찮았다. 이쪽은 님만해민처럼 세련된 카페가 줄지어 있는 느낌은 덜하지만, 현지 사람들이 밥 먹고 장 보는 장면이 가까웠다. 저녁에 국수 한 그릇 먹고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오는 길이 좋았다. 치앙마이호텔을 고른다기보다, 며칠 빌려 살 동네를 고르는 감각에 가까웠다.
핑강 근처는 조금 더 느리다. 강변이라고 해서 전부 조용한 건 아니지만, 큰 호텔이 몰린 구간에서 벗어나면 오래된 나무와 낮은 담장이 이어진다. 낮에는 더울 수 있어 걷기 애매하지만, 해가 내려간 뒤에는 공기가 부드러워진다. 혼자 여행하거나 책 읽고 쉬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잘 맞았다.
숙소에서 보낸 시간이 여행을 바꿨다
이번에 묵은 숙소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은 체크아웃 전날 아침이었다. 특별한 일정 없이 8시쯤 나와 골목 끝 노점에서 죽을 먹었다. 가격은 50바트 정도였고, 테이블은 네 개뿐이었다. 옆자리에는 출근 전 밥을 먹는 현지인이 앉아 있었다. 말은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식사 시간이 치앙마이를 꽤 선명하게 기억하게 했다.
사실 호텔이 꼭 대단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방음이 괜찮고, 물이 잘 나오고, 걸어서 밥 먹으러 나갈 수 있으면 충분했다. 여기에 작은 발코니나 공용 테라스가 있으면 더 좋다. 오후 3시쯤 너무 더워서 돌아와 앉아 있으면, 여행이 잠깐 생활처럼 느껴진다.
치앙마이호텔을 찾는다면 별점만 보고 빠르게 고르기보다 숙소 주변의 아침을 상상해보면 좋겠다.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바로 관광객으로 붐비는 거리인지, 아니면 동네 사람이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 골목인지. 내 취향에는 후자가 더 오래 남았다. 치앙마이는 유명한 장소보다, 아무것도 예약하지 않은 오전에 더 부드럽게 다가오는 도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