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자유여행으로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얼굴들

아침 6시 40분, 관광버스보다 먼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 베트남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전망대도, 줄 서서 먹은 식당도 아니었다. 숙소 근처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들어간 작은 골목,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전부인 커피집, 오토바이 소리가 잠깐 멀어지는 시장 뒤편 같은 장면들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호찌민이나 하노이처럼 큰 도시는 첫인상이 꽤 빠르다. 차선은 계속 흔들리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잠깐 용기가 필요하고, 유명한 거리에는 여행자들이 금방 모인다. 그런데 그 큰길에서 두 블록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국수 육수를 끓이는 냄비, 학교 가방을 멘 아이들, 빨래가 걸린 좁은 베란다가 여행보다 생활에 가깝게 다가온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하루에 한두 곳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걸어서 흘러가 보기로 했다. 이동 시간은 보통 20분에서 40분 정도로 잡았다. 택시를 타면 7분 만에 갈 거리도 일부러 걸었다. 덕분에 더운 시간에는 조금 지쳤지만, 관광지 입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작은 표정들을 만났다.
유명 카페 대신 동네 커피집에 앉아본 시간
베트남자유여행에서 커피는 일정 사이에 끼워 넣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동네를 읽는 가장 쉬운 방법에 가까웠다. 하노이 구시가지 안쪽에는 이미 알려진 카페가 많지만, 아침에는 그보다 더 작은 집들이 좋았다. 간판이 작고 메뉴판이 손때 탄 곳, 손님 대부분이 근처 주민인 곳이면 실패가 적었다.
한 번은 호안끼엠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서 연유커피를 마셨다. 가격은 관광객 많은 카페의 절반쯤이었다. 의자는 낮았고, 테이블은 흔들렸고, 옆자리 아저씨는 신문을 거의 30분 동안 넘기지 않았다. 특별한 풍경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아무 일 없는 시간이 귀하다.
내가 조용한 커피집을 고른 기준
- 큰길 바로 앞보다 한 블록 안쪽에 있는 곳
- 사진 메뉴보다 현지어 손글씨 메뉴가 먼저 보이는 곳
-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동네 손님이 꾸준히 드나드는 곳
- 실내보다 바깥 의자가 더 자연스럽게 놓인 곳
물론 모든 곳이 완벽하진 않았다. 어떤 집은 커피가 너무 달았고, 어떤 집은 얼음이 많아 금방 밍밍해졌다. 그래도 그런 작은 차이까지 포함해서 좋았다. 유명한 맛을 확인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동네의 아침 속도에 잠깐 맞춰 앉는 느낌이었으니까.
시장 뒤편 골목은 낮보다 오전이 좋았다
베트남 시장은 처음 들어가면 조금 압도된다. 생선 냄새, 향신료 냄새, 오토바이 경적, 흥정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서 사람 많은 중심 통로보다 나는 시장 뒤편을 더 오래 걸었다. 물건을 사는 공간과 생활이 이어지는 경계쯤 되는 곳이다.
다낭의 한 로컬 시장 근처에서는 오전 8시쯤부터 골목이 가장 생생했다. 채소를 정리하는 손길이 빠르고, 반미 가게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잠깐씩 멈췄다 갔다. 관광객이 많은 한시장과 비교하면 훨씬 덜 번잡했고, 가격을 묻는 일도 부담이 적었다. 다만 사진을 찍을 때는 조심스러웠다. 여행자에게는 장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냥 일하는 시간이니까.
시장 골목을 걸을 때는 현금을 작게 나눠 가지고 다니는 편이 편했다. 1만 동, 2만 동, 5만 동 지폐를 따로 넣어두면 물 한 병이나 과일 조금 살 때 덜 허둥댄다. 실제로 망고 한 봉지를 샀을 때 큰돈을 내밀었다가 서로 잔돈을 찾느라 괜히 오래 서 있었던 적이 있다. 작은 준비가 분위기를 덜 어색하게 만든다.
숙소는 중심가보다 한 정거장 바깥이 편했다
베트남자유여행을 계획할 때 숙소 위치를 두고 꽤 고민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관광지 가까운 곳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며칠 지내보니, 밤늦게까지 붐비는 중심가보다 한 정거장쯤 떨어진 동네가 훨씬 잘 맞았다.
호찌민에서는 1군의 아주 번화한 거리보다 주거지가 섞인 골목 숙소가 더 좋았다. 아침에는 쌀국수집이 먼저 열리고, 저녁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작은 식당에 앉았다. 택시로 중심지까지 10분에서 15분이면 닿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세탁소와 편의점도 있었다. 여행 동선만 보면 살짝 돌아가는 선택인데, 하루가 끝났을 때 몸이 덜 피곤했다.
조용한 숙소를 찾을 때 본 것들
- 후기에서 밤 소음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 근처에 학교, 시장, 작은 식당이 함께 있는지
- 큰 클럽 거리나 야시장 바로 옆은 아닌지
- 택시가 들어오기 쉬운 골목 폭인지
골목 숙소라고 해서 무조건 낭만적인 건 아니다. 비가 오면 물이 빨리 고이는 길도 있고, 밤에는 가로등이 듬성듬성한 곳도 있다. 그래서 늦은 시간 혼자 많이 이동할 계획이라면 너무 깊은 골목은 피하는 게 낫다. 조용함과 불편함은 가끔 가까이 붙어 있다.
관광지를 아예 빼지는 않았다, 대신 시간을 비켜 갔다
나는 유명한 곳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가면 그 장소가 가진 분위기보다 줄과 소음이 먼저 기억난다. 그래서 베트남자유여행 중 꼭 보고 싶은 곳은 아침 일찍 가거나, 식사 시간에 맞춰 살짝 비켜 갔다.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는 해가 높아진 뒤보다 이른 아침이 좋았다. 운동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은 어르신들, 느리게 문을 여는 가게들이 있어서 여행자가 잠깐 끼어들 틈이 있었다. 다낭의 해변도 비슷했다. 낮에는 뜨겁고 사람이 흩어져 보이지만, 해 뜨기 전후에는 현지 사람들이 먼저 바다를 쓰고 있었다. 그 시간의 해변은 관광 사진보다 생활 기록에 가까웠다.
반대로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무리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더위는 생각보다 체력을 빨리 가져간다. 그 시간에는 숙소로 돌아가 쉬거나, 에어컨 있는 작은 식당에 앉아 천천히 밥을 먹었다. 일정을 많이 채우는 것보다 다음 골목을 걸을 기운을 남기는 게 더 중요했다.
내가 다시 간다면 더 천천히 걸을 동네들
다시 베트남에 간다면 도시를 더 많이 늘리기보다 한 동네에 오래 머물고 싶다. 호찌민에서는 큰길과 주거 골목이 섞이는 구역, 하노이에서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오래된 골목, 다낭에서는 해변 뒤쪽의 조용한 주택가가 기억에 남았다. 이름난 명소보다 숙소 앞 쌀국수집 아주머니의 무심한 표정이 더 자주 떠오른다.
베트남자유여행은 자유롭다는 말이 붙어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자유가 조금 막막하다. 어디를 가야 잘 갔다고 할 수 있을지 계속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하루에 한 곳만 마음에 들어도 충분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토바이 흐름을 멍하니 보는 일, 시장 뒤편에서 과일 냄새를 맡는 일, 목적지 없이 그늘을 따라 걷는 일도 여행의 꽤 큰 부분이었다.
사람이 적은 장소를 찾는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를 차지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남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거리에서, 조금 천천히 머물러 보는 쪽에 가까웠다. 베트남은 그런 여행을 받아주는 골목이 많았다. 다음에 또 간다면 지도에 별표를 더 찍기보다, 아침 산책 시간을 더 길게 비워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