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여행의 얼굴

올드시티 바깥에서 시작한 치앙마이여행
얼마 전 치앙마이에 머물면서 제일 자주 한 일은 유명 사원을 찍고 다니는 게 아니라, 숙소 근처 골목을 괜히 한 바퀴 더 도는 일이었습니다. 치앙마이여행이라고 하면 도이수텝, 선데이 마켓, 님만해민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막상 며칠 지내보니 제 기억에 오래 남은 건 오전 8시쯤 문 여는 작은 커피집과 오토바이 소리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던 동네 풍경이었어요.
저는 올드시티 안쪽보다 살짝 바깥, 창푸악 게이트 북쪽과 산티탐 사이를 자주 걸었습니다. 택시로는 5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분위기는 꽤 달라집니다. 관광객이 줄고, 세탁소와 국수집, 동네 약국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길은 넓지 않고 보도도 고르지 않아서 빠르게 걷기엔 불편하지만, 천천히 걷기엔 오히려 좋았습니다.
산티탐 골목에서 보낸 평범한 오전
산티탐은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하는 사람들이 종종 머무는 동네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화려한 느낌보다는 생활감이 먼저 보입니다. 오전 9시쯤이면 작은 식당 앞에 플라스틱 의자가 놓이고, 40~60바트 정도의 국수나 덮밥을 파는 가게들이 문을 엽니다. 올드시티 중심부 식당보다 가격이 조금 낮고, 메뉴판에 영어가 없는 곳도 꽤 있어요.
제가 좋았던 건 산티탐의 속도였습니다. 님만해민처럼 감각적인 카페가 줄지어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골목마다 오래 앉아 있기 편한 카페가 하나씩 숨어 있습니다. 에어컨이 아주 세거나 인테리어가 특별한 곳은 아니어도, 창가에 앉아 있으면 배달 기사와 학생, 동네 어른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여요. 여행지라기보다 잠시 빌려 사는 동네에 가까웠습니다.
- 아침 식사 예산은 보통 50~90바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 오전 10시 전에는 골목이 조용하고 걷기 편했습니다.
- 구글 지도 평점보다 실제로 사람이 적당히 드나드는 집이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왓 우몽 근처에서 느낀 숲의 시간
사람이 적은 치앙마이여행을 원한다면 왓 우몽 주변은 한 번쯤 천천히 가볼 만합니다. 물론 왓 우몽 자체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곳은 아닙니다. 그래도 올드시티 안의 큰 사원들처럼 단체 여행객이 계속 밀려드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특히 오전 이른 시간에 가면 숲 냄새가 먼저 느껴지고, 터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말소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제가 갔던 날은 오전 8시 30분쯤이었는데, 사원 안쪽 연못가에는 현지인 몇 명과 조용히 걷는 여행자들만 있었습니다. 도이수텝처럼 높은 전망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대신 시선이 낮아집니다. 나무뿌리, 흙길, 오래된 벽돌, 작은 불상 같은 것들이 천천히 들어와요. 택시 앱으로 올드시티 서쪽에서 이동하면 보통 15~20분 정도 걸렸고, 돌아올 때는 근처 카페까지 걸어 나와 차를 부르는 편이 더 편했습니다.
왓 우몽 주변에서 좋았던 작은 루트
사원만 보고 바로 돌아오기보다, 근처 주택가와 카페가 섞인 길을 조금 걸어보는 쪽이 좋았습니다. 이 동네는 큰 간판보다 나무 그늘 아래 숨어 있는 공간이 많아서, 지도만 보고 움직이면 놓치는 곳이 생깁니다. 단, 한낮에는 햇볕이 강해서 20분 걷는 것도 꽤 지칠 수 있어요. 오전이나 해 질 무렵이 훨씬 낫습니다.
핑강 동쪽, 와로롯 시장 뒤편의 생활감
치앙마이에서 시장을 좋아한다면 와로롯 시장은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그런데 시장 건물 안보다 제게 더 좋았던 곳은 뒤편 골목과 핑강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었습니다. 낮에는 물건을 나르는 차와 오토바이가 오가고, 가게 앞에는 말린 과일, 천, 생활용품이 아무렇지 않게 쌓여 있습니다. 보기 좋은 여행 사진을 찍는 장소라기보다, 치앙마이가 실제로 움직이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선데이 마켓의 복잡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흥정 소리도 크지 않고, 다들 자기 일을 하느라 바빠요. 저는 이 근처에서 25바트짜리 두유를 사 들고 강가 쪽으로 걸었습니다. 강변 카페에 앉으면 갑자기 분위기가 차분해지는데, 방금 전 시장의 소란과 비교돼서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 오전에는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서 생활감을 보기 좋았습니다.
- 오후 늦게는 핑강 쪽 빛이 부드러워 산책하기 편했습니다.
- 시장 안쪽보다 바깥 골목이 덜 붐비고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유명한 곳을 덜어내니 남은 것들
치앙마이여행을 계획할 때 처음에는 저도 유명한 장소를 많이 저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머물다 보니 하루에 두세 곳만 가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치앙마이는 이동 거리가 짧아 보여도 더위와 교통 때문에 체력이 빨리 닳습니다. 오전에 골목 하나, 오후에 카페 하나, 저녁에 시장 근처 산책 정도로 잡으면 도시의 표정이 훨씬 잘 보였습니다.
솔직히 치앙마이는 대단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는 도시는 아닙니다. 대신 작은 장면이 많습니다. 낡은 셔터 앞에 놓인 화분, 사원 담벼락 옆에서 낮잠 자는 동네 개, 비 온 뒤 흙냄새가 남은 골목, 식당 주인이 얼음을 가득 넣어 건네는 물컵 같은 것들요. 이런 풍경은 빠르게 지나가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 적은 장소를 찾는다는 건 완전히 아무도 없는 곳을 찾는다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게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고, 잠깐 옆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중요했어요. 치앙마이는 그런 여행을 받아주는 도시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새 장소를 더 많이 찍기보다, 산티탐의 같은 골목을 다른 시간에 한 번 더 걸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