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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골목에서 캄보디아 옥수수를 사 먹어봤더니, 여행은 의외로 시장 옆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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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골목에서 캄보디아 옥수수를 사 먹어봤더니, 여행은 의외로 시장 옆에서 시작됐다

고인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노란 옥수수

얼마 전 화순에 갔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유명한 곳보다 시장 근처 골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화순 하면 보통 고인돌유적이나 적벽 같은 이름을 먼저 떠올리는데, 나는 버스에서 내려 화순읍 쪽으로 천천히 걷다가 작은 좌판 앞에서 발이 멈췄다. 종이 박스 위에 쌓인 옥수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흔히 보던 찰옥수수와는 색도, 모양도 조금 달랐다. 알이 길고 노란빛이 선명했고, 파는 분이 웃으면서 캄보디아 옥수수라고 말했다.

사실 ‘화순 캄보디아 옥수수’라는 말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화순이라는 전남의 조용한 동네와 캄보디아라는 먼 나라 이름이 한 문장 안에 놓이니,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난 기분이었다. 가격은 그날 기준으로 몇 개 묶음에 몇천 원 정도였고, 삶아둔 것은 하나씩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뜨거운 김이 조금 빠진 옥수수 하나를 받아 들고 근처 그늘에 서서 먹었다.

맛은 달고, 분위기는 더 느렸다

캄보디아 옥수수는 내가 익숙하게 먹던 찰옥수수와 느낌이 꽤 달랐다. 찰진 식감보다는 알알이 또렷하게 씹히고, 단맛이 먼저 올라왔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따라오는 편이었다. 한입 먹자마자 특별한 향신료가 느껴진다거나 이국적인 맛이 확 올라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담백함 때문에 골목 분위기와 잘 맞았다.

그날 화순읍 골목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그런지 시장 안쪽도 시끄럽지 않았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동네 어르신들, 천천히 지나가는 오토바이, 오래된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지에서 흔히 느끼는 ‘빨리 보고 이동해야 하는’ 공기가 없었다. 옥수수 하나를 먹는 데 10분 남짓 걸렸는데, 그 짧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찰옥수수와 비교하면

  • 찰옥수수는 쫀득한 식감이 먼저 오고, 캄보디아 옥수수는 알이 또렷하게 씹히는 편이었다.
  • 단맛은 캄보디아 옥수수가 조금 더 직선적으로 느껴졌다.
  • 식으면 질겨지는 느낌은 적었지만, 따뜻할 때 먹는 쪽이 훨씬 좋았다.
  • 소금이나 버터 없이도 맛이 심심하지 않았다.

화순에서 이런 장면이 좋은 이유

화순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 넓고 조용한 군 단위 지역처럼 보인다. 그런데 걸어보면 생각보다 생활의 결이 촘촘하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오래된 미용실, 작은 반찬가게, 농산물을 조금씩 내놓은 좌판이 이어진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에 잠깐 들어간 느낌이 든다.

솔직히 화순 캄보디아 옥수수를 먹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달려가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화순을 지나는 길이라면, 혹은 고인돌유적만 보고 바로 떠나기 아쉬운 날이라면 이런 골목을 30분쯤 걸어보는 게 꽤 괜찮다. 유명한 풍경은 사진으로 남지만, 이런 작은 먹거리는 이상하게 몸에 남는다. 손에 묻은 옥수수 냄새나 비닐봉지의 따뜻한 온도 같은 것들 말이다.

걷기 좋은 동선

나는 화순읍 중심부에서 시장 주변 골목을 먼저 걸었고, 이후 버스 시간이 남아 큰길 쪽 카페 대신 동네 슈퍼 앞 벤치에 앉았다. 전체로 보면 1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차로 이동하는 여행자라면 주차 후 시장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식이 편하고, 대중교통이라면 버스터미널이나 정류장 기준으로 움직이면 부담이 덜하다. 길이 복잡한 편은 아니지만, 골목 폭이 좁은 곳이 있어 사진을 찍을 때는 생활하는 분들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다.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남는 것들

나는 여행에서 대단한 장면을 매번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한 동네에서 우연히 산 먹거리 하나가 하루의 중심이 될 때가 있다. 화순의 캄보디아 옥수수도 그랬다. 맛만 놓고 보면 아주 낯선 음식은 아니지만, 그 옥수수를 파는 자리와 주변의 느린 공기까지 함께 떠올리면 꽤 선명한 기억이 된다.

이런 장소는 검색창에서 화려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진도 크게 예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실제로 걸었을 때만 보이는 장면이 있다. 옥수수를 고르는 손, 가격을 묻는 짧은 말, 봉지 안에서 올라오는 김,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오후. 나는 화순에서 그런 여행이 더 오래 갔다.

다음에 화순을 다시 지나게 된다면, 유명한 목적지를 하나 더 넣기보다 시장 근처를 조금 더 천천히 걸을 것 같다. 혹시 그때도 캄보디아 옥수수가 보이면 이번엔 두 개를 사서 하나는 걸으며 먹고, 하나는 버스 기다리며 먹고 싶다. 그런 식의 여행이 내겐 가장 화순답게 느껴졌다.

화순 골목에서 캄보디아 옥수수를 사 먹어봤더니, 여행은 의외로 시장 옆에서 시작됐다 - 요약
화순 골목에서 캄보디아 옥수수를 사 먹어봤더니, 여행은 의외로 시장 옆에서 시작됐다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9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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