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면세 한도 알고 작은 술병을 골랐다

일본의 동네 술가게에서는 작은 병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관광지 기념품점보다 주택가 슈퍼의 술 진열대가 더 재미있을 때가 있다. 낯선 지역 이름이 적힌 사케를 집어 들었다가도, 한국에 가져갈 수 있는 양이 얼마인지 떠올리면 다시 병을 내려놓게 된다. 일본 주류 면세 한도라는 말을 검색할 때도 먼저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일본에 술을 들고 들어가는지, 일본에서 산 술을 한국으로 가져오는지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일본에서 산 술을 한국으로 가져올 때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행자라면 한국 관세청 기준을 보면 된다. 성인 1인당 주류의 합계 용량이 2리터 이하이고, 합계 가격이 미화 400달러 이하여야 면세 범위에 들어간다. 두 조건을 함께 맞춰야 한다. 술은 일반 휴대품의 미화 800달러 면세 범위와 별도로 계산한다.
예전 글에는 ‘2병까지’라고 적힌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5년 3월부터 병 수 제한이 없어졌다. 이를테면 720밀리리터 사케 두 병과 300밀리리터짜리 한 병은 합계 1.74리터다. 세 병의 가격도 합쳐 400달러 이하라면 병이 세 개라는 이유만으로 면세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반대로 720밀리리터 세 병은 2.16리터라서 가격이 저렴해도 용량 기준을 넘는다.
작은 병을 여러 개 고를 때는 병마다 적힌 용량을 더해 보는 편이 편하다. 180밀리리터 병 다섯 개라면 900밀리리터다. 선물용 한 병과 내가 마실 한 병을 따로 담았더라도 입국할 때는 함께 가져오는 술로 계산한다. 면세점에서 산 술도 여행 중 동네 가게에서 산 술과 합쳐서 확인해야 한다.
일본에 들어갈 때의 기준은 다르다
한국에서 술을 챙겨 일본으로 가는 경우에는 일본 세관 기준이 적용된다. 일본 세관은 20세 이상 여행자의 주류 면세 범위를 760밀리리터를 한 병으로 환산해 세 병까지로 안내한다. 용량으로 환산하면 약 2.28리터다. 일본에서 사케를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에 이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면 헷갈린다. 일본의 동네 가게에서 산 술을 한국으로 가져올 때는 앞서 본 한국 입국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720밀리리터 병 세 개가 좋은 예다. 합계 2.16리터여서 일본 입국 때 적용하는 주류 면세량과 한국 입국 때 적용하는 2리터 기준 사이에 놓인다. 여행 방향만 바뀌어도 판단이 달라지는 셈이다. 일본의 주류 면세 대상은 20세 이상이고, 한국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주류 면세 범위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르기 전에는 가격표보다 병 뒷면을 본다
동네 술가게에 들어가면 이름이나 포장에 먼저 눈이 간다. 그런데 작은 양조장의 술은 비슷한 모양의 병도 300밀리리터, 500밀리리터, 720밀리리터처럼 용량이 제각각이다. 같은 사케 두 병을 담더라도 500밀리리터 두 병이면 1리터, 720밀리리터 두 병이면 1.44리터다. 남은 공간을 생각하며 한 병을 더 고를 수 있는지 가늠할 때 이 차이가 꽤 크다.
가격도 각각이 아니라 합계로 본다. 환율에 따라 달러 환산액이 달라질 수 있으니 400달러에 바짝 맞춰 사기보다는 여유를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계산대에서 받은 영수증은 돌아오는 날까지 챙겨 둔다.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작은 술가게의 영수증도 구매 가격을 확인할 때 쓸모가 있다.
병을 고른 뒤에는 운반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유리병은 옷 사이에 넣고 입구가 새지 않도록 한 번 더 감싼다. 기내에 들고 탈 술이라면 액체류 보안 검색 규정과 이용할 항공사의 수하물 기준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세관 면세 범위에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내 반입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도를 넘겼다면 입국할 때 알린다
마음에 드는 술을 더 샀다면 한국 입국 때 면세 범위를 넘는 물품으로 신고하면 된다. 면세 한도를 넘는다고 해서 곧바로 반입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술의 종류와 가격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므로, 얼마를 낼지 짐을 싸는 자리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세청의 여행자 휴대품 예상 세액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리 가늠할 수 있고, 실제 세액은 통관 때 확인된다.
나는 이런 기준을 알고 나면 오히려 고르는 시간이 느긋해진다고 생각한다. 여러 병을 채우는 대신 숙소로 돌아가던 골목에서 발견한 작은 병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그 술을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는 편이, 가방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여행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