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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코스 동쪽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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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코스 동쪽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얼마 전 제주 동쪽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돌아와서도 생각나는 건 이름난 풍경보다 마을의 작은 장면들이었다. 평대리 골목의 낮은 돌담, 세화에서 장을 보던 사람들, 하도리 바닷가에 잠시 멈춰 선 자전거 한 대. 어디를 빨리 보고 왔는지보다 그 사이를 어떻게 걸었는지가 오래 남았다.

제주도 여행 코스 동쪽을 찾는다면 평대리에서 시작해 세화, 하도리를 지나 종달리까지 이어가 보길 권한다. 해안 마을을 따라 동쪽으로 움직이는 동선이다. 마을 사이에는 차나 버스를 이용하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려 골목과 바닷길을 걷는 식이면 하루가 덜 바쁘다.

평대리에서는 바다보다 골목을 먼저 걸었다

평대리에 도착해서 곧장 해변으로 나가지 않았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으니 돌담 뒤로 집 지붕이 보이고, 대문 앞에는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관광지를 구경한다기보다 누군가의 동네를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집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지 한 번 더 살폈다.

골목에서 바다 쪽으로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집들 사이로 보이던 물빛이 한꺼번에 넓어진다. 평대해변은 잠깐 앉아 있기에도 좋았지만, 내게는 해변에 닿기 전의 짧은 걸음이 더 좋았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느려지는 동네였다.

여기서 시간을 넉넉히 쓰려면 오전에 시작하는 편이 편하다. 한낮에는 그늘이 드문 구간도 있어 모자와 물을 챙겼다. 평대리와 세화는 가까운 이웃 마을이지만, 온종일 걸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동은 차나 버스에 맡기고 걷고 싶은 구간만 고르는 게 좋다.

세화에서는 시장 골목의 속도를 따라갔다

세화에 닿으면 먼저 바다와 나란히 놓인 마을길을 걷게 된다. 해변만 보고 돌아서기 아쉬워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가게 앞에서 짐을 옮기는 사람,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이곳이 여행지이기 전에 생활하는 동네라는 게 느껴졌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날짜 끝자리가 5일과 0일인 날에 열린다. 장날에는 구경할 것이 늘지만 사람도 많아진다. 조용히 걷는 게 목적이라면 장날을 피하고, 동네의 일상적인 소리가 궁금하다면 그날에 맞춰 들르면 된다. 어느 쪽이든 시장 길목을 막고 서서 사진을 찍는 일은 피하고 싶다.

세화해변은 물이 빠질 때 모래가 더 드러나는 곳이다. 내가 걸을 때도 해변의 폭보다 물결과 검은 돌이 맞닿는 선을 오래 바라봤다. 바다를 가까이 보려고 무리해서 내려가기보다는, 물때와 바람을 보고 안전한 곳에 앉아 있는 편이 좋다. 세화에서 하도리로 넘어가기 전 쉬어 가기에도 알맞았다.

하도리에서는 별방진을 지나 바닷길로

하도리에서 발길이 먼저 향한 곳은 별방진이었다. 마을 안에 남은 옛 성곽이라 주변 풍경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에는 마을 지붕이, 다른 쪽에는 바다가 보인다. 거창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 자리에 성을 쌓았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별방진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와서는 걸음을 더 늦췄다. 하도해변 주변에는 물빛이 밝은 자리도 있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철새도래지의 차분한 풍경도 있다. 새가 보이지 않는 날이어도 괜찮았다. 차가 지나간 뒤 다시 들리는 바람 소리만으로 충분한 구간이었다.

이 일대는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바닷가에서는 입고 벗기 쉬운 겉옷 하나가 유용했고, 해변에 내려설 때는 파도와 물때를 먼저 봤다. 별방진은 마을과 가까우니 늦은 시간에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집 앞에 차를 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용한 동네를 찾아왔다면 우리도 그 조용함에 맞춰 걷는 편이 좋다.

종달리에서는 하루를 다 채우지 않아도 좋았다

하도리에서 종달리로 이어지는 길에는 바다와 밭, 마을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 구간을 길게 걷고 싶다면 제주올레 21코스를 참고할 수 있다. 해녀박물관 쪽에서 종달바당까지 이어지는 약 11.1㎞ 길이라, 온전히 걸으면 보통 3~4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루 코스에 네 마을을 모두 넣었다면 전 구간을 걷기보다 일부만 걸어도 충분하다.

나는 종달리에서 시간을 비워두는 쪽이 좋았다. 해안 쪽에서는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멀리 보이는 풍경을 따라 서둘러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바다를 등지고 마을 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또 다른 속도가 느껴진다. 가게를 찾지 않아도 골목 끝에서 잠시 방향을 고르는 시간이 즐거웠다.

제주 동쪽을 하루에 모두 담으려 하면 결국 차창 밖 풍경만 기억하게 되기 쉽다. 평대리에서 세화까지 천천히 보내고 하도리나 종달리에서 하루를 끝내도 좋다. 마음에 드는 골목이 나오면 계획보다 조금 더 머무는 것. 이번 길에서는 그 시간이 가장 제주답게 남았다.

제주도 여행 코스 동쪽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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