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여행 코스 1박 2일 골목 따라 걸어봤더니

완도에 도착해 항구 쪽 골목을 걷는데, 관광객보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배가 드나드는 바다도 좋았지만, 그날은 가게 앞에 쌓인 상자와 저녁거리를 고르는 풍경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이번 완도 여행 코스 1박 2일은 섬을 여러 곳 건너기보다 완도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신지도로 넘어가는 동선으로 잡았다. 차로 이동하되 각 장소에서는 천천히 걸었다.
첫날 낮, 완도읍 골목에서 속도를 늦췄다
점심 무렵 완도읍에 들어와 먼저 항구 주변에서 밥을 먹었다. 전복 요리가 유명한 곳이지만, 꼭 정해 둔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영업 중인 집에서 먹고 나와 항구와 읍내 상점가 사이를 걸으니 완도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 구간은 볼거리를 하나씩 확인하는 마음보다, 차를 세워 두고 걷는 편이 잘 맞았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산물 가게 앞에서는 손질을 기다리는 통이 놓여 있었고, 골목 끝에서는 바다가 잠깐씩 보였다. 생활하는 분들이 오가는 길이라 사진을 찍을 때는 가게 입구를 막지 않으려고 했다. 조용한 동네를 좋아한다면 이 정도의 거리감이 편하다.
읍내에는 숙소와 식당이 모여 있어 저녁 동선을 짧게 잡기 좋았다. 완도에 처음 왔을 때는 이름난 장소를 최대한 넣고 싶었는데, 1박 2일이라면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단순한 편이 오히려 여유롭다. 이날은 해가 지기 전에 정도리로 다녀온 뒤 다시 완도읍에서 묵었다.
오후에는 정도리 구계등의 돌 소리를 들었다
정도리 구계등에 도착하면 해변보다 먼저 방풍림 길이 나온다. 숲을 지나 시야가 열리는 순간도 좋았지만, 나는 물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좋았다. 파도가 둥근 돌 사이를 빠져나갈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모래사장을 걷는 느낌을 예상했다면 조금 다를 것이다. 돌 위에서는 발목에 힘이 들어가니 편한 신발이 낫다.
해변을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숲길과 바닷가를 오가며 한 시간 남짓 보냈다. 사람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넓게 흩어져 걷는 편이라 목소리가 겹치는 느낌은 적었다. 한여름 주말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한적함이 목적이라면 평일이나 이른 시간을 고르는 편이 좋겠다.
저녁은 완도읍으로 돌아와 먹었다. 구계등에서 오래 머물 생각이라면 식사 시간을 너무 늦추지 않는 게 편하다. 읍내 골목은 낮과 저녁의 표정도 달랐다. 낮에는 물건을 나르는 움직임이 보였고, 저녁에는 불 켜진 식당 몇 곳과 귀가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숙소까지 짧게 걸어 돌아가는 시간이 첫날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둘째 날 아침, 장좌리에서 장도로 걸어갔다
다음 날은 장좌리의 청해진 유적으로 향했다. 마을 앞에 장도가 보이고 목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썰물 때 드러나는 바닥을 통해 건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목교가 있어 물때를 맞춰 갯벌을 걸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바람이 강한 날에는 다리 위에서 걸음을 조금 늦추게 된다.
유적 이름만 듣고 커다란 전시 공간을 떠올렸는데, 내 기억에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을과 섬을 바라본 시간이 더 선명하다. 다리를 건너기 전, 배가 있는 물가 쪽을 잠깐 걸었다. 그곳은 누군가의 일터라 길을 벗어나거나 작업 도구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섬에서는 표지판을 읽으며 천천히 둘러봤다. 화장실은 유적지 안에 없다는 완도군 안내가 있으니 출발 전에 들르는 편이 편하다.
장좌리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식당을 오래 찾기보다, 다시 읍내로 돌아와 먹고 신지도로 넘어갔다. 이렇게 하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지고 식사 선택지도 넓어진다. 배 시간을 맞춰야 하는 청산도까지 넣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청산도는 따로 하루를 내어 천천히 걷고 싶었다.
신지도 동고리에서 여행을 천천히 끝냈다
간 곳은 신지면 동고리 해변이다. 완도군 안내에 나온 동고리의 해송 방풍림이 궁금했다. 도착해서는 모래보다 소나무 그늘에 먼저 발이 갔다. 명사십리처럼 넓은 해변을 기대하기보다, 마을 앞 바다와 숲을 함께 보는 곳에 가깝다. 바람이 지나갈 때 가지가 흔들리고, 조금만 걸으면 다시 바다가 보였다.
이곳은 전용 주차장이 없다고 안내되어 있다. 차를 가져간다면 마을길이나 출입구를 막지 않는 자리를 먼저 살펴야 한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오래 머물겠다는 계획도 바꾸는 게 맞다. 해변 역시 계절과 시간에 따라 사람이 몰릴 수 있으니 언제나 한적하다고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 좋다.
- 첫날: 완도읍에서 점심과 골목 산책, 정도리 구계등, 완도읍 숙박
- 둘째 날: 장좌리 청해진 유적, 완도읍 점심, 신지면 동고리 해변
- 이동: 위 동선은 자가용 기준이며, 각 장소에서는 걷는 시간을 넉넉히 잡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유명한 전망을 몇 개 보았는지보다 골목에서 들었던 소리와 구계등의 돌 소리가 생각났다. 완도는 일정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아도 바다 곁에서 살아가는 동네의 시간이 보이는 곳이었다. 다음에도 하루쯤은 완도읍에 묵으며 같은 길을 천천히 걸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