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여행에서 방사레 골목을 걸어봤더니

파타야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화려한 해변이 아니었다.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만난 방사레의 낮은 건물과 조용한 골목이었다. 바다를 보러 간 날인데, 정작 마음에 남은 건 빨래가 걸린 집 앞과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식당의 소리였다. 관광지를 하나 더 보는 대신 동네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싶다면, 이쪽으로 발길을 돌려도 좋겠다.
바다보다 먼저 마을 안쪽으로 걸었다
방사레에 도착해 바로 해변으로 가지 않았다. 선착장 쪽을 기준으로 마을 안쪽 길을 천천히 걸었다. 큰길에는 차가 오가지만 한 블록만 들어가도 속도가 달라진다. 집과 작은 가게가 이어지고, 가게 앞에는 그날 쓸 물건이 놓여 있었다. 특별한 장면을 찾으려고 서두를수록 오히려 지나치기 쉬운 풍경이었다.
방사레는 파타야 중심가와 이어진 해변처럼 생각하면 조금 어긋난다. 따로 이동해야 하는 동네이고, 걸어서 한 바퀴 볼 수 있는 구간에 도착한 뒤에야 여행이 느려진다. 나는 먼저 차에서 내릴 곳을 방사레 선착장 근처로 잡았다. 돌아갈 때도 같은 장소를 기준으로 차를 부르기 편했다. 골목은 넓지 않아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생활하는 집 앞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를 들지 않는 편이 마음도 편했다.
선착장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좋았다
선착장에 가면 배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태국정부관광청도 방사레 선착장을 이 지역에서 들를 만한 곳으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전망을 보려고 오래 서 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배가 있는 쪽을 잠깐 보고 다시 마을길로 돌아왔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장소다. 길을 막지 않고, 작업 중인 사람에게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걸음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항구 주변의 냄새와 소리는 깔끔하게 꾸민 산책로와 다르다. 바람 방향에 따라 바닷냄새가 진해지고, 차가 지나가면 잠시 먼지가 일기도 한다. 솔직히 모두에게 편안한 풍경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파타야의 바다를 휴양지의 배경으로만 보다가 이런 곳에 서 있으니, 바다 곁에서 살아가는 동네의 시간이 조금 보였다.
그늘을 따라 해변에서 쉬었다
골목을 걷고 나서는 방사레 해변 쪽으로 나왔다. 모래사장에서 오래 걷겠다는 생각보다 그늘이 있는 곳에 앉아 쉬는 편이 좋았다. 한낮에는 짧은 거리도 덥게 느껴진다. 물 한 병을 챙기고 아침이나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 걷는 게 내게는 맞았다. 해변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서, 언제나 한적하다고 기대하고 가면 아쉬울 수 있다. 사람 적은 풍경이 중요하다면 주말 한낮은 피하는 편이 낫다.
이곳에서 좋았던 건 특별한 체험을 예약하지 않아도 시간이 간다는 점이었다. 한동안 바다를 보고, 더워지면 안쪽 길로 들어가 쉬었다. 식사는 이름난 한 집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문이 열린 동네 식당에서 해결했다. 가게마다 영업시간과 메뉴가 달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편하다. 해산물을 고른다면 주문하기 전에 가격과 조리 방식을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다. 몇 마디 확인하고 앉으면 식사가 훨씬 느긋해진다.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동네가 보인다
방사레를 파타야 중심가 산책 코스의 연장으로 잡으면 이동 때문에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왕복 교통편을 생각해 반나절 정도를 비워두는 게 좋았다. 나는 갈 때 차량으로 선착장 근처까지 이동하고, 돌아올 때는 해변에서 차를 불렀다. 목적지를 방사레 해변이나 방사레 선착장으로 분명히 말하면 동선을 잡기 쉽다. 다만 호출 차량의 대기 시간이나 요금은 시간대마다 달라진다. 돌아갈 차를 찾을 시간을 남겨두고 움직이는 편이 편안했다.
길을 걷는 순서도 거창할 필요가 없다. 선착장 주변을 짧게 보고, 마을 안쪽으로 한두 블록 들어갔다가, 해변에서 쉬고 식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골목마다 볼거리가 있는 여행은 아니다. 문 닫은 가게를 지나고, 별다른 일이 없는 길을 걷는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오히려 파타야 여행 중 하루쯤은 이 동네가 어울렸다. 유명한 장소를 몇 군데 봤는지보다, 낯선 동네에서 걸음을 늦출 수 있었는지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