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스카이워크에 갔다가 솔숲에 더 오래 머물렀다

얼마 전 서천 장항에 갔을 때, 바다보다 먼저 기억에 남은 건 소나무 사이로 지나가던 바람 소리였다. 장항 스카이워크를 보러 왔지만 곧장 전망대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송림산림욕장 길에 들어서자 발걸음이 느려졌다. 사람 적은 곳을 찾아 떠나도 막상 유명한 장소에 닿으면 서둘러 사진부터 찍곤 하는데, 이날은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조금 더 걸었다.
전망대에 가는 길이 먼저 좋았다
장항 스카이워크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장항송림산림욕장 안쪽에 있다. 차로 간다면 내비게이션에 ‘장항 스카이워크’ 또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을 입력하면 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바다가 크게 보이는 길은 아니다. 소나무 줄기 사이로 밝은 빛이 조금씩 비치다가, 어느 순간 나무 너머로 해안이 드러난다.
그 느린 변화가 좋았다. 목적지가 눈앞에 바로 나타나지 않으니 나무껍질의 거친 결도 보고, 바닥에 쌓인 솔잎이 밟히는 소리도 듣게 된다. 길은 평탄한 편이라 숨을 고르며 걷기 좋았지만, 날씨와 신발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오래 걸을 생각으로 편한 운동화를 신었고, 덕분에 전망대에 다녀온 뒤에도 숲을 한 바퀴 더 돌 수 있었다.
이곳이 늘 한적한 건 아니다. 주말이나 맥문동이 피는 계절에는 숲길에도 사람이 모인다. 내가 걸은 평일 오전에는 앞사람과 간격을 두고 걸을 수 있었고, 잠깐 멈춰 서서 바람 소리를 들어도 길을 막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조용한 풍경을 기대한다면 방문 날짜와 시간을 고르는 일이 꽤 중요하겠다 싶었다.
장항 스카이워크에서는 발밑보다 먼 쪽을 봤다
숲에서 고개를 들며 걷다가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시선의 높이가 달라진다. 한국관광공사 안내에 따르면 이 길은 해송 숲 위로 약 250미터 이어진다. 실제로 걸을 때는 길이보다 나무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감각이 먼저 왔다. 아래에서 보던 소나무의 윗부분이 곁으로 다가오고, 길 끝으로 갈수록 서해의 넓은 하늘과 갯벌 쪽 풍경이 열린다.
솔직히 높은 곳을 아주 편하게 걷는 편은 아니다. 발을 내디딜 때 구조물 너머 아래쪽이 눈에 들어오는 구간에서는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 그래도 난간 쪽에서 멀리 시선을 두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바다는 엽서처럼 짙은 파란색이 아니었다. 내가 본 날에는 흐린 하늘 아래 옅은 회색과 갈색이 겹쳐 있었고, 물이 빠진 쪽은 바다와 땅의 경계가 희미했다. 서해에 왔다는 느낌은 오히려 그런 색에서 났다.
전망대 끝에 오래 서 있기보다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멈췄다. 같은 길인데 바다를 등지고 숲을 바라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전망대에서는 대개 바다 쪽으로 카메라를 들지만, 장항에서는 돌아서서 보는 소나무도 좋았다. 멀리 펼쳐진 풍경과 바로 아래 이어지는 숲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사람이 적은 시간을 원한다면
나는 이곳을 ‘숨겨진 곳’이라고 부르지는 않겠다. 장항 스카이워크 자체는 서천에서 알려진 장소다. 다만 전망대만 찍고 떠나는 일정에서 벗어나면 조금 다른 장항이 보인다. 숲길에서 속도를 늦추고, 스카이워크를 내려온 뒤 곧바로 차로 돌아가지 않고 해안 쪽으로 걸어봤다. 사람들이 모이는 지점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도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더 또렷했다.
바닷가에서는 물때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꽤 다르다. 물이 가까이 들어온 날을 기대하고 갔다가 넓은 갯벌을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본 날에는 갯벌의 빈 공간이 커서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사진 한 장에 담을 만한 장면을 찾기보다, 바람이 지나가며 물 위에 남기는 잔주름을 보는 쪽이 이 장소와 잘 맞았다.
방문 전에 운영시간과 휴무일은 서천군 문화관광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스카이워크는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날씨가 나쁘면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숲길은 언제 걸을 수 있는지와 전망대에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바람이 센 날에는 해안 쪽 체감 온도도 내려가니, 계절이 따뜻해도 겉옷 하나가 있으면 오래 머물기 편하다.
숲을 지나 장항의 일상 쪽으로
스카이워크를 나온 뒤에는 여행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장항읍 쪽으로 돌아가며 낮은 건물과 가게 앞을 천천히 지나쳤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넓었지만, 돌아오는 길의 장항은 생활하는 사람들의 크기에 가까웠다. 문 앞에 놓인 화분이나 한낮의 조용한 골목처럼, 관광지 안내판에는 잘 담기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날에는 일정을 빽빽하게 잡지 않는 게 좋았다. 스카이워크에서 보내는 시간만 계산하면 짧은 방문으로 끝날 수 있지만, 송림을 오가는 길과 해안에서 멈춰 서는 시간을 더하면 반나절도 금방 간다. 걷다가 쉬고, 다시 걸으며 같은 풍경을 다른 방향에서 보는 시간이 내게는 장항 여행의 대부분이었다.
돌아와서 사진을 넘겨보니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전망대 끝에서 찍은 바다가 아니었다. 소나무 사이로 좁게 보이던 하늘 한 조각이었다. 장항 스카이워크가 좋은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는 듯하다. 높은 곳에서 한 번 멀리 본 다음, 다시 숲길로 내려와 가까운 것들을 천천히 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