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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여행에서 골목으로 샜더니 하루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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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여행에서 골목으로 샜더니 하루가 길어졌다

하코다테역 앞에서 노면전차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아침시장과 붉은 벽돌 창고 쪽이었다. 나도 처음엔 그 길을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하코다테여행에서는 이름난 풍경보다 그 옆의 평범한 거리가 더 궁금했다. 전차를 타고 오마치에서 내려,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걸어봤다.

오마치에서는 목적지를 하나 덜 정했다

오마치 정류장 주변에는 근사한 사진 한 장을 위해 줄을 설 일이 없었다.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집과 작은 가게가 이어지고, 몇 블록 사이로 항구 도시다운 빈 공간이 나타난다. 모토마치의 언덕처럼 단번에 눈을 붙드는 장면은 드물다. 대신 멈췄다가 다시 걷는 일이 편했다. 누군가의 생활 구역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카메라를 들 때도 한 번 더 주변을 보게 됐다.

이 동네에서는 골목 이름을 외우기보다 전차 선로를 돌아갈 기준으로 삼았다. 선로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으면 길을 바꿔도 부담이 적었다. 가게가 닫혀 있거나 길이 생각보다 밋밋하면 그냥 다음 모퉁이로 갔다. 유명한 장소만 찾아다닐 때는 그런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데, 이날은 그 느슨함이 좋았다.

아오야기초의 공원은 동네의 속도로 걷게 했다

오마치에서 다시 전차를 타고 주지가이에서 야치가시라 방면 2계통으로 갈아탔다. 아오야기초에 내려 하코다테 공원까지는 걸어서 2~3분 남짓. 봄의 벚꽃이나 작은 놀이시설로 알려진 곳이지만, 내가 머문 시간에는 벤치와 산책길이 더 기억에 남았다. 공원을 한 바퀴 빠르게 도는 대신 그늘이 있는 쪽에서 잠깐 쉬었다. 여행 중 쉬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근데 한적함을 기대하고 간다면 계절은 생각해야 한다. 벚꽃이 피는 늦봄이나 주말에는 공원도 사람들로 붐빌 수 있다. 조용한 걸음이 목적이라면 꽃이 절정인 날을 피하거나, 평일 오전처럼 동네 산책이 자연스러운 시간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 공원에서 야치가시라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섞여 있어 편한 신발이 좋았다.

야치가시라에서는 먼 풍경보다 목욕탕이 좋았다

전차 종점인 야치가시라까지 가면 길의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역에서 5분쯤 걸어 야치가시라 온천으로 향했다. 하코다테산 기슭에 있는 동네 목욕탕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를 먼저 떠올리기 쉬운 도시에서, 따뜻한 물에 들어갔다가 다시 평범한 거리로 나오는 순서가 마음에 들었다.

다치마치 곶도 이 종점에서 걸어갈 수 있다. 관광 안내에서는 도보로 약 15~20분을 잡는다. 다만 그날은 곶까지 욕심내지 않았다. 바람이 강하면 바닷가로 더 걷는 일이 생각보다 피곤할 수 있다. 온천을 들를 계획이라면 수건과 영업 시간을 미리 챙기는 편이 좋다. 이런 작은 준비가 있어야 하루를 서두르지 않게 된다.

유노카와에서는 온천보다 골목이 오래 남았다

마지막에는 다시 2계통 전차를 타고 유노카와까지 갔다. 야치가시라에서 출발하는 전차가 하코다테역과 고료카쿠를 지나 유노카와로 이어져, 창밖 풍경이 바뀌는 동안 쉬어 갈 수 있었다. 유노카와 종점에서 가까운 유쿠라 신사를 지나 유노카와온천 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신사에서는 발걸음을 늦추고, 그 뒤에는 온천 거리의 큰 길과 나란히 난 작은 길을 골랐다. 숙소 간판이 보이다가 주택가가 나타나는 짧은 변화가 재미있었다.

유노카와온천 정류장 근처에는 무료 족욕장이 있다. 발을 담글 생각이라면 닦을 수건 한 장이 필요하다. 나는 이곳을 하루의 마지막 쉼표처럼 생각했다. 다만 관광객도 찾는 자리라 늘 조용하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자리가 없으면 억지로 기다리지 않고 주변을 조금 더 걷는 편이 이 동네와 어울렸다.

이날 전차를 여러 번 탔다. 하코다테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성인 일반 요금은 구간에 따라 250~300엔, 전차 하루권은 800엔이다. 여러 동네를 오갈 계획이라면 하루권을 먼저 계산해보면 된다. 이동 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하는 날 안내를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가장 또렷한 건 유명한 야경이 아니었다. 오마치에서 길을 바꾼 순간,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시간, 온천을 나와 다시 전차를 기다리던 풍경이 남았다. 하코다테에는 알려진 곳이 많지만, 내게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걷던 하루가 더 오래 가는 여행이었다.

하코다테여행에서 골목으로 샜더니 하루가 길어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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