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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옥을 찾아갔다가 사간동 골목에 더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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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옥을 찾아갔다가 사간동 골목에 더 오래 머물렀다

사간동 골목을 걷다가 무구옥 앞에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경복궁과 삼청동 사이에 있지만, 큰길에서 한 번만 들어오면 거리의 표정이 달라진다. 식당 앞에는 사람이 모여 있었고, 몇 걸음 떨어진 골목에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오갔다. 사람 적은 곳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구옥은 한적한 식당을 찾는 사람에게 선뜻 권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북식 삼계백반으로 알려져 대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이곳에서 한 끼를 먹고 사간동과 소격동을 천천히 걷는 시간은 좋았다. 유명한 식당 하나를 목표로 왔다가, 그 주변에서 마음에 남는 장면을 만난 셈이다.

안국역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무구옥 본점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에 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경복궁 방향으로 걷다가 사간동 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출구에서 곧장 식당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나는 큰길을 서두르지 않고 걷는 편이 좋았다. 차가 오가는 율곡로와 골목의 느린 걸음이 가까이 붙어 있는 동네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주소를 한 번 확인하는 게 편하다. 무구옥은 성수에도 지점이 있어 이름만 검색하면 다른 곳을 고르기 쉽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곳은 경복궁 동쪽, 사간동의 무구옥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도 가까워서 식사 전후에 소격동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가기 좋다. 다만 미술관 앞 큰길까지 늘 조용한 것은 아니다. 조용히 걷고 싶을 때는 사람들의 흐름을 보며 골목을 고르는 편이 낫다.

밥 한 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

무구옥 앞에 도착하면 이 동네의 두 가지 속도가 보인다. 식당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입구를 살피고,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래서 무구옥을 ‘숨은 맛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찾는 사람이 적지 않은 곳이다. 사람이 없는 식당을 기대하고 왔다면 대기부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표 메뉴인 이북식 삼계백반은 흔히 떠올리는 삼계탕과 차림이 다르다. 닭고기와 죽이 따로 나와 한 숟가락씩 속도를 달리해 먹게 된다. 따뜻한 죽을 먹고, 닭고기를 곁들이다 보면 한 그릇을 급히 비울 때보다 식탁에 오래 앉아 있게 된다. 함께 나오는 음식의 구성이나 가격은 바뀔 수 있으니, 주문할 때 메뉴판을 보는 게 정확하다.

솔직히 이곳에서 가장 조용했던 순간을 식사 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기를 염두에 두고 찾아야 하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무구옥에서 먹는 일에 하루를 맞추기보다 주변을 걷고 돌아올 수 있는지 먼저 살피게 된다. 그럴 여유가 없는 날에는 다른 동네 밥집을 고르는 것도 좋겠다.

사간동에서 소격동으로 걷는 시간

식사를 마친 뒤에는 큰 목적지를 하나 더 정하지 않고 걸었다. 사간동에서 소격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미술관을 보러 가는 사람, 일을 보러 온 사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이 섞인다. 관광지 한복판인데도 골목으로 발을 들이면 동네의 생활이 가까워진다. 길가의 간판과 담장, 닫힌 문 앞에 놓인 물건 같은 것들이 걸음을 늦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앞까지 갔다가 다시 작은 길로 돌아와도 좋다. 미술관 전시를 볼 계획이 없다면 건물 주변을 지나며 동네의 방향을 익히는 정도로도 충분했다. 다만 북촌과 맞닿은 골목은 누군가 살고 일하는 자리다. 좁은 길에서 길을 막고 오래 사진을 찍거나, 주택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은 피하고 싶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나부터 조용한 방문객이어야 한다.

한적한 분위기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평일이라도 식사 시간에는 무구옥 앞이 붐빌 수 있고, 주말에는 주변 골목도 방문객이 많다. 나는 이곳에서 ‘언제 가면 반드시 사람이 없다’는 답을 찾기보다, 붐비면 한 블록 더 걷는 쪽을 택한다. 목적지에서 조금 벗어나도 길을 잃을 만큼 먼 동네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무구옥에 갈 때 마음에 두면 좋은 것

무구옥은 대기를 감수하고 찾아가는 식당에 가깝다. 영업시간과 대기 접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에 최신 매장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점심과 저녁 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안내되곤 하니, 늦은 점심을 생각했다면 시간을 먼저 보는 게 좋다. 차를 가져가기보다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 편이 사간동 골목을 만나는 데에도 어울린다.

이 동네에 다시 간다면 나는 식당 앞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골목을 걷는 시간도 남겨둘 것 같다. 무구옥은 사람이 적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과 식사 뒤의 짧은 산책은 내가 좋아하는 일상 여행에 가까웠다. 밥을 먹고 나와 아무 골목이나 천천히 돌아보는 일. 사간동에서는 그 정도의 계획이 가장 편안했다.

무구옥을 찾아갔다가 사간동 골목에 더 오래 머물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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