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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행 저지리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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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행 저지리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얼마 전 제주도여행에서 한경면 저지리 골목을 걸었다. 바다가 보이는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대신, 마을에 차를 세우고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어디를 봐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그런데 낮은 돌담 옆을 지나고 밭으로 이어지는 길에 들어서자,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지리에서는 걸음을 늦추는 편이 좋았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먼저 찾아갔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전시 공간이 모인 관광지를 떠올렸는데, 걸어보니 작업실과 갤러리 사이로 마을의 일상적인 길이 이어졌다. 문을 연 곳이 보이면 잠깐 들여다보고, 닫혀 있으면 그대로 지나갔다. 방문한 날에도 모든 공간이 열려 있지는 않았다. 이곳은 전시 한 곳을 목표로 삼기보다 동네를 천천히 걷는 편이 내게는 더 잘 맞았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 소리가 멀어지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에서는 자주 멈춰 섰다. 돌담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담 너머로 보이는 나무도 집마다 달랐다. 그렇다고 남의 집 앞에서 오래 서 있거나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았다. 주민에게는 매일 드나드는 길이니까. 사진을 찍을 때도 길에서 보이는 풍경만 담고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 끝에서 저지오름으로

마을을 걷다가 저지오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부터 오름 정상까지 가겠다고 정한 건 아니었다. 골목에서 숲길로 풍경이 바뀌는 게 궁금해서 조금 더 걸었고, 결국 위까지 올라갔다. 제주관광공사 안내에는 저지오름 둘레길이 약 1.5㎞라고 나온다. 오름주차장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15분, 마을회관 방향 입구에서 둘레길 반 바퀴를 거쳐 오르면 약 40분으로 안내돼 있다. 내가 걷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입구에 따라 동선이 꽤 달랐다.

숲길에서는 발밑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길이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정상 쪽에 계단이 나온다. 숨을 고르느라 잠깐 멈춘 자리에서도 나무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위에 올라서는 주변 오름과 마을을 한동안 바라봤다.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보는 제주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집과 밭, 숲이 한눈에 들어오니 아까 지나온 골목도 조금 다르게 떠올랐다.

오름은 날씨와 길 상태에 따라 걷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해가 높이 있을 때 올라가서 서두르지 않아도 됐다. 저녁 가까이 간다면 내려올 시간까지 생각하는 게 좋겠다. 제주관광공사도 일몰 전 이용을 권하고, 오름은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위치와 실제 입구가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출발 전에 어느 입구로 갈지 확인하면 마을에서 걷는 길을 잡기도 한결 편하다.

반나절을 채우려 하지 않으니 보인 것들

이날 걸은 순서는 단순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골목을 걷고, 저지오름에 올랐다가 다시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전시를 꼭 봐야 한다거나 정해진 시간에 어디에 도착해야 한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덕분에 마음에 드는 길이 나오면 잠깐 더 걸었고, 피곤해지면 멈출 수 있었다.

  • 마을에서는 차가 다니는 길과 밭으로 이어지는 길을 살피며 걸었다.
  • 전시 공간은 문을 연 곳만 들렀다.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
  • 오름에 오를 때는 물을 챙기고, 내려올 시간까지 여유를 두었다.

솔직히 저지리가 언제 가도 조용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행사나 주말에는 사람의 발길이 더해질 수 있고, 내가 걸은 날의 한적함도 그날의 분위기였다. 그래서 ‘숨은 곳’이라는 말로 이 마을을 특별하게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조용한 골목을 기대하고 갔다가 주민의 생활과 마주치면, 여행자가 먼저 속도를 조절하는 게 맞다고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을을 조금 더 걸었다

오름에서 내려온 뒤 곧장 차에 타지 않고 아까 지나온 길을 다시 걸었다. 올라갈 때는 숲이 궁금해서 지나쳤던 골목이, 내려올 때는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돌담길인 줄 알았는데 어느 쪽은 밭으로 열리고 어느 쪽은 집 앞에서 조용히 끝났다. 길 하나를 더 걷는 동안 여행 일정표에서는 얻기 어려운 감각이 남았다.

제주도여행에서 사람 적은 곳을 찾다 보면 자꾸 새로운 장소의 이름부터 찾게 된다. 저지리에서는 장소를 더 보태는 대신, 이미 들어선 길에 조금 오래 머물렀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전시 한 곳을 보고 오름은 건너뛸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돌담 옆을 걷던 그 느린 시간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제주도여행 저지리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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