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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여행, 전망대보다 골목을 오래 걸었더니 보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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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여행, 전망대보다 골목을 오래 걸었더니 보인 것들

얼마 전 하코다테를 다시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야경보다 조용한 주택가의 빨래 냄새와 바닷바람이었습니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사람 많은 곳부터 찍고 움직이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골목을 천천히 걷고, 동네 사람들이 장을 보러 가는 길을 따라가고, 관광 안내판보다 생활의 방향을 먼저 봅니다.

하코다테여행은 그런 식으로 걷기에 꽤 좋은 도시였습니다. 화려하게 밀어붙이는 도시가 아니라, 항구와 언덕, 전차와 오래된 건물이 적당한 간격으로 놓여 있거든요. 특히 아침과 오후 늦은 시간에는 유명 장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큼 조용해집니다.

하코다테역 앞보다 한 골목 뒤가 더 좋았다

하코다테역 주변은 여행자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입니다. 아침시장도 가깝고, 노면전차 정류장도 있어 처음 도착하면 대부분 이 근처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캐리어를 맡기고 바로 시장 쪽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활기 있는 분위기는 좋았지만, 제가 찾던 하코다테의 첫인상은 조금 더 낮은 소리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역 앞 큰길에서 살짝 벗어나 주택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불과 5분 정도였는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작은 식당 앞에는 점심 메뉴가 손글씨로 붙어 있었고, 자전거를 세워둔 오래된 집들이 이어졌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가게와 달리, 동네 손님이 조용히 들어가는 식당은 문 여는 소리마저 작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골목에서는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지도 앱을 계속 들여다보면 길의 표정이 잘 안 보입니다. 하코다테는 길이 아주 복잡한 도시는 아니라서, 큰 도로와 전차 노선만 대략 기억해두면 크게 헤매지 않았습니다. 저는 역에서 항구 쪽으로 걸었다가, 다시 전차길을 따라 천천히 돌아오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모토마치 언덕은 낮보다 해 질 무렵이 편했다

하코다테여행에서 모토마치는 빠지기 어려운 동네입니다. 교회와 오래된 건물, 언덕길이 이어져 있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좋습니다. 다만 낮 시간에는 단체 여행객이 지나가는 구간이 있어 생각보다 붐빌 때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모이는 지점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좋았던 시간은 오후 4시 이후였습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건물 벽에 빛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걷는 사람도 조금 줄었습니다. 특히 언덕 위에서 항구 쪽을 바라볼 때, 멀리 배가 지나가고 전차 소리가 낮게 섞이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관광지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 동네의 하루 끝에 잠깐 섞여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언덕길은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합니다. 신발은 꼭 편한 걸 신는 게 좋습니다. 저는 한 번 멋을 부린다고 딱딱한 신발을 신고 갔다가, 저녁에 발바닥이 먼저 여행을 끝내자고 말하는 기분을 겪었습니다. 모토마치 쪽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니, 짧게 보더라도 천천히 걷는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사람 적은 산책은 항구 뒤편에서 시작됐다

하코다테 항구 주변에는 잘 알려진 창고 거리도 있지만, 조금만 방향을 틀면 훨씬 조용한 길이 나옵니다. 관광객이 모이는 붉은 벽돌 건물 근처는 사진 찍기 좋고 가게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곳보다 창고 뒤쪽으로 이어지는 바람 많은 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바닷가 도시는 소리가 다릅니다. 차 소리 사이로 쇠줄이 부딪히는 소리, 배가 움직일 때 나는 낮은 진동, 갈매기 소리 같은 것들이 겹칩니다. 사람 많은 전망 포인트에서는 놓치기 쉬운 소리입니다. 하코다테 항구 뒤편을 걸을 때는 대단한 장면이 계속 펼쳐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오래된 창고 벽, 낮은 담장,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같은 작은 것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구간은 혼자 걷기에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길이 너무 외진 느낌은 아니면서도, 복잡한 쇼핑 거리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 하나를 사서 손에 들고 걸었는데, 그게 꽤 잘 어울렸습니다. 여행에서 커피 한 잔보다 캔 커피가 더 맞는 순간이 있는데, 하코다테의 바닷바람 앞에서는 그런 소소한 선택이 이상하게 선명해집니다.

노면전차를 타면 도시의 속도가 느려진다

하코다테에서 노면전차는 이동수단이기도 하지만, 도시를 느리게 읽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지만, 전차는 중간중간 멈추면서 동네의 결을 보여줍니다. 창밖으로 학교, 병원, 작은 가게, 신호등 앞에 선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저는 일부러 몇 정거장 일찍 내려 걸었습니다. 목적지 바로 앞에서 내리는 것보다,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골목을 통과하면 동네가 훨씬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유노카와 온천 방향으로 갈 때도, 온천가 중심부만 보는 대신 주변 주택가와 작은 상점을 같이 걸어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관광지의 간판보다 생활의 간판이 먼저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 아침에는 역 주변 시장보다 한 블록 뒤 골목이 더 차분했습니다.
  • 모토마치는 오후 늦게 걸을 때 빛과 사람이 모두 편안했습니다.
  • 항구 주변은 유명 창고 거리에서 살짝 벗어나면 바람 소리가 더 잘 들렸습니다.
  • 노면전차는 이동보다 관찰에 가까운 교통수단이었습니다.

하코다테에서 굳이 천천히 걸어야 하는 이유

사실 하코다테는 하루 이틀 안에 주요 장소를 찍고 이동할 수도 있는 도시입니다. 전망대에 오르고, 아침시장에서 식사하고, 모토마치와 창고 거리를 보면 기본 코스는 어느 정도 채워집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다녀오면 하코다테가 가진 조용한 표정은 조금 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느낀 하코다테의 매력은 유명한 장면과 평범한 장면 사이에 있었습니다. 언덕 위에서 보는 항구도 좋지만, 그 언덕을 내려와 작은 횡단보도 앞에 서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시장의 해산물도 기억나지만, 오래된 동네 빵집 앞에서 현지 사람들이 줄 서 있던 모습도 오래 남았습니다.

하코다테여행을 준비한다면 일정을 너무 빽빽하게 채우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루에 명소를 많이 넣기보다, 한 동네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 길게 잡으면 도시가 다르게 보입니다. 특히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오전 아주 이른 시간이나 해 질 무렵을 잘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그 시간에는 소리가 낮아지고, 풍경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집니다.

저는 다음에 하코다테에 간다면 또 유명한 전망대보다 골목을 먼저 걸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때로 대단한 장면을 보러 가는 일이지만, 어떤 도시는 별일 없는 길 위에서 더 깊게 남습니다. 하코다테는 제게 그런 쪽에 가까운 도시였습니다.

하코다테여행, 전망대보다 골목을 오래 걸었더니 보인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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