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근처가볼만한곳을 일부러 천천히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얼마 전 창원에 들렀다가 유명한 전망대나 큰 카페 대신, 차 소리와 생활 소리가 섞이는 길을 골라 걸었다. 창원근처가볼만한곳을 찾는 사람에게 늘 권하고 싶은 건 화려한 인증 사진보다 오래 남는 공기다. 사람 많은 시간만 피하면 창원은 의외로 조용한 얼굴을 잘 보여준다.
주남저수지, 오전 8시의 넓은 숨
동읍 쪽으로 빠져 주남저수지에 도착한 건 평일 오전 8시 조금 넘어서였다. 창원중앙역 기준으로 차가 막히지 않으면 25분 안팎, 마산 쪽에서도 30분대면 닿는 거리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둑길로 올라서면 시야가 갑자기 넓어진다. 약 898ha 규모라 그런지 사람이 몇 명 있어도 붐빈다는 느낌이 덜하다.
겨울에는 철새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조금 늘지만, 오히려 새벽과 오전의 분위기가 좋다. 카메라를 든 분들이 조용히 서 있고, 동네 어르신은 늘 걷던 길처럼 지나간다. 관광지라기보다 큰 동네 마당 같다. 바람이 센 날에는 말수가 줄어드는데, 그 침묵이 꽤 괜찮다.
- 추천 시간은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사이
- 둑길은 그늘이 적어 여름에는 모자와 물이 필요하다
- 람사르문화관 주변보다 조금 떨어진 둑길이 더 한적했다
봉암수원지 둘레길, 공단 뒤에 숨은 물빛
봉암수원지는 이름만 들으면 조금 딱딱한데, 실제로 걸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마산회원구 봉암동 쪽, 공단의 낮은 소음을 뒤로하고 팔용산 자락으로 들어가면 물빛이 조용히 나타난다. 마산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렸고, 입구에서 수원지까지 사진 찍으며 천천히 왕복하니 1시간 남짓이었다.
이 길의 좋은 점은 과하게 꾸미지 않았다는 데 있다. 큰 간판이나 요란한 포토존보다 나무 그림자, 오래된 제방, 운동 삼아 걷는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먼저 보인다. 솔직히 처음 10분은 별다른 장면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물가가 보이는 순간부터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비 온 뒤에는 흙길이 조금 미끄럽고, 해가 기울면 숲 그늘이 빨리 어두워진다. 그래서 나는 점심 전후가 가장 편했다. 창원 시내에서 멀리 나가지 않고도 조용한 산책이 필요할 때, 이곳은 꽤 믿음직한 선택지다.
진해 내수면환경생태공원, 벚꽃철 밖의 조용함
진해는 벚꽃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봄만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벚꽃철을 살짝 비껴가면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여좌천 근처라 접근은 어렵지 않은데, 공원 안쪽 데크길로 들어가면 바깥의 관광 분위기가 금방 낮아진다.
내가 갔던 날은 5월 초 평일 오후였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 둘, 천천히 산책하는 부부 한 팀 정도가 전부였다. 연못 주변으로 물비늘이 흔들리고, 나무 사이로 진해의 오래된 주택가 지붕이 살짝 보였다. 그 장면이 좋았다. 여행을 왔는데도 누군가의 평일을 방해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 벚꽃 절정기에는 사람이 많아 한적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 초여름과 늦가을 평일 오후가 걷기 편했다
- 여좌천만 보고 돌아가기 아쉬울 때 함께 들르기 좋다
저도 비치로드, 바다를 크게 쓰지 않는 산책
구산면 쪽으로 넘어가면 창원의 바다가 조금 더 생활에 가까워진다. 저도 비치로드는 이름에 비해 번쩍이는 느낌이 적고, 길도 생각보다 담백하다. 저도연륙교를 건너기 전후로 바다를 보며 걷는 구간이 이어지는데, 주말 한낮보다 평일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훨씬 낫다.
나는 전 구간을 욕심내지 않고 40분 정도만 걸었다. 바다를 계속 정면으로 보는 길이 아니라, 숲과 바다가 번갈아 나타난다. 그래서 더 좋았다. 파도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지고, 작은 포구의 배들이 멀리 보인다. 관광객보다 낚시하러 온 사람, 산책 나온 주민, 조용한 가족 단위가 많았다.
이쪽은 대중교통만으로 움직이면 시간이 꽤 걸린다. 창원 시내에서 차로 40분 안팎을 잡는 편이 마음이 편하고, 해 질 무렵에는 돌아오는 길이 어두워지기 전에 움직이는 게 좋다. 대신 그만큼 도심에서 빠져나왔다는 감각은 확실하다.
내가 다시 고르게 되는 동선
하루 코스로 묶는다면 주남저수지는 오전, 봉암수원지는 점심 전후, 진해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오후 산책으로 잘 맞았다. 바다까지 보고 싶은 날은 봉암수원지 대신 저도 비치로드를 넣으면 된다. 너무 많이 넣으면 장소가 남는 게 아니라 이동만 남아서, 나는 하루에 두 곳 정도가 가장 좋았다.
창원근처가볼만한곳을 찾을 때 유명한 이름만 따라가면 창원의 조용한 면을 놓치기 쉽다. 이 도시는 바다와 저수지, 공단과 오래된 동네가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만 옆길로 빠져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북적이는 여행이 지칠 때는 이런 길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도 나는 아마 사람 적은 시간표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목적지를 고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