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브이호텔라벤더에 묵어봤더니, 관광지보다 동네가 먼저 보였다

얼마 전 싱가포르를 다시 갔을 때, 숙소를 일부러 라벤더 쪽으로 잡았다. 마리나베이나 오차드처럼 이름만 들어도 장면이 떠오르는 곳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동네가 오히려 여행의 호흡을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 편이다. 싱가포르브이호텔라벤더는 그런 이유로 고른 숙소였다. 대단한 감동을 기대했다기보다, 지하철에서 가깝고 동네를 걸어 다니기 좋은 곳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라벤더역 위에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다. 라벤더역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해서, 공항에서 MRT를 타고 이동해도 부담이 적었다. 캐리어를 끌고 긴 골목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여행 첫날 꽤 큰 안도감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날씨가 습하고 더운 편이라, 도보 10분 차이가 몸에 제법 크게 남는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내려놓은 뒤 바로 동네를 걸었다. 호텔 주변은 화려한 관광지 느낌보다는 생활권에 가깝다. 편의점, 간단한 식당, 작은 카페, 사람들이 퇴근길에 들르는 가게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밤에는 번쩍이는 쇼핑몰보다 지하철역 주변의 불빛과 사람들 말소리가 더 기억에 남았다.
객실은 작지만,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분명했다
솔직히 객실 크기는 넉넉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싱가포르 도심 호텔답게 공간은 압축되어 있고, 큰 캐리어 두 개를 동시에 펼치면 발 디딜 곳을 조금 계산해야 한다. 근데 저는 이 점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하루 종일 밖을 걷고 들어와 씻고 자는 여행이라면, 침대와 샤워실, 에어컨이 제 역할을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방음은 완벽하진 않았다. 복도에서 캐리어 바퀴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고, 옆방 문 여닫는 소리도 가끔 지나갔다. 다만 역 바로 위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바깥 소음이 심하게 거슬리는 편은 아니었다. 숙소에서 오래 머무르며 여유를 즐기는 타입이라면 아쉬울 수 있고, 동네를 많이 걷는 여행자라면 꽤 실용적인 선택에 가깝다.
걸어서 닿는 조용한 동선이 좋았다
라벤더에 묵으면서 제일 좋았던 건 ‘어디든 쉽게 가지만, 숙소 주변은 비교적 차분하다’는 점이었다. 부기스까지는 지하철로 금방이고, 조금 걷는 걸 좋아한다면 캄퐁글람 쪽으로 천천히 내려가도 된다. 유명한 술탄 모스크 주변은 낮에는 사람이 꽤 있지만, 골목을 한두 줄만 벗어나면 작은 상점과 오래된 건물들이 훨씬 느린 속도로 이어진다.
저는 아침에 호텔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 전에는 자란 베사르 방향으로 걸었다. 이쪽은 축구장, 오래된 숍하우스, 조용한 식당들이 섞여 있어서 관광지의 밀도와는 다른 풍경이 있다. 사진을 찍어도 누가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메뉴판 앞에서 오래 고민해도 눈치가 덜 보인다. 그런 느슨함이 여행을 덜 피곤하게 만든다.
주변에서 좋았던 짧은 코스
- 라벤더역 주변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자란 베사르 쪽으로 걷기
- 캄퐁글람 골목을 지나 작은 향수 가게와 카페 구경하기
- 해질 무렵 부기스 방향으로 이동해 식사만 하고 다시 라벤더로 돌아오기
- 밤에는 호텔 근처 편의점에 들러 음료 하나 사서 방에서 쉬기
유명 호텔의 기분보다 동네의 편리함을 고른다면
싱가포르브이호텔라벤더는 특별한 휴양형 호텔은 아니다. 수영장과 부대시설만 보고 고르면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대신 가격, 위치, 이동 편의, 주변 생활감의 균형이 괜찮다. 특히 첫 싱가포르 여행보다 두 번째 이후 여행에서 더 잘 맞을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대표 명소를 어느 정도 봤고, 이번에는 조금 덜 힘들게 도시를 걸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숙소 문을 나서자마자 여행지가 아니라 동네가 시작되는 느낌이 좋았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밤에는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은 식당 앞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유명한 장면을 많이 담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평범한 동선이 더 오래 남는다.
다음에 싱가포르에 간다면 저는 다시 라벤더 근처를 후보에 넣을 것 같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편해서다. 그리고 여행에서 편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넓은 의미를 가진다. 덜 헤매고, 덜 지치고, 조금 더 동네를 바라볼 여유가 생기는 것. 싱가포르브이호텔라벤더는 제게 그런 쪽에 가까운 숙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