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명 도시만 돌다가, 조용한 동네들로 방향을 바꿔봤더니

얼마 전 베트남을 다시 걸었는데, 이번에는 호이안 올드타운의 등불이나 다낭 바나힐 같은 익숙한 코스를 일부러 비켜 갔습니다. 예전엔 유명한 곳을 찍고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여행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골목에서 국수 먹는 시간, 아침 시장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베트남여행지추천은 조금 다르게 적어보려 합니다. 사람이 적고, 생활의 속도가 보이고, 사진보다 걸음이 먼저인 장소들입니다.
꾸이년, 바다가 조용히 일어나는 도시
꾸이년은 다낭이나 냐짱에 비하면 이름이 덜 알려진 해안 도시입니다. 호찌민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10분,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해변이 넓은데 이상하게 소란스럽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긴 해안도로를 따라 호텔과 카페가 있긴 하지만, 아침 6시쯤 나가면 여행객보다 운동하는 동네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저는 꾸이년 해변보다 조금 북쪽의 혼코 마을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시내에서 오토바이나 택시로 25분 정도 걸리고, 바닷가 앞에는 작은 식당 몇 곳이 느슨하게 붙어 있습니다. 생선구이와 반쎄오를 시켰는데, 관광지 메뉴판처럼 정돈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양도 넉넉했습니다. 바다색은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에는 꽤 맑고 오후엔 바람이 세져서 물결이 빨리 변했습니다.
꾸이년이 좋았던 순간
- 아침 해변에 사람이 많지 않아 천천히 걷기 좋았습니다.
- 시내 물가가 냐짱보다 낮게 느껴졌고, 로컬 식당 선택지가 많았습니다.
- 해변 휴양지 분위기는 있지만 과하게 꾸며진 느낌이 덜했습니다.
푸옌, 들판과 바다가 번갈아 나오는 길
푸옌은 꾸이년에서 기차나 차량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지역입니다. 저는 꾸이년에서 뚜이호아까지 기차를 탔고, 약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창밖으로 논과 낮은 산, 바다가 번갈아 지나가는데, 이 이동 자체가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베트남여행지추천 목록에서 푸옌이 자주 맨 위에 오르지는 않지만, 조용한 길을 좋아한다면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곳입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간다디아입니다. 현무암 기둥이 바닷가에 놓인 풍경이라 낮 시간에는 단체 여행객이 조금 보입니다. 그런데 오전 8시 전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매표소 주변도 조용했고, 파도 소리가 바위 사이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사진을 오래 찍기보다는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뚜이호아 시내는 밤에도 차분했습니다. 큰 쇼핑몰이나 화려한 거리보다 강변 산책로와 동네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커피 한 잔은 보통 2만~4만 동 사이였고, 로컬 식당의 쌀국수나 분짜도 부담 없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가게가 많아 번역 앱은 거의 필수였습니다. 근데 저는 그 약간의 불편함 덕분에 더 천천히 주문하고, 더 오래 주변을 보게 됐습니다.
닌빈의 작은 마을, 풍경보다 생활이 먼저 보이는 곳
닌빈은 이미 꽤 알려졌지만, 짱안이나 항무아만 보고 돌아오면 조금 아쉽습니다. 하노이에서 기차로 약 2시간 15분, 버스로는 2시간 남짓 걸립니다. 저는 땀꼭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숙소를 잡았는데, 그 선택이 좋았습니다. 숙소 앞길에는 닭 우는 소리와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가 먼저 들렸고, 저녁 8시만 넘어도 마을이 금방 조용해졌습니다.
항무아 전망대는 낮에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출발했습니다. 입장 시간에 맞춰 들어가면 계단 위가 아직 붐비지 않아 숨을 고르기 좋습니다. 다만 계단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습한 날에는 땀이 금방 납니다. 편한 신발이 필요합니다. 내려와서는 큰 식당 대신 논길 옆 작은 가게에서 염소고기 볶음과 밥을 먹었는데, 솔직히 전망보다 그 식사가 더 오래 기억납니다.
닌빈에서 덜 붐비게 움직이는 방법
- 숙소는 땀꼭 중심 골목보다 논길 쪽을 고르면 밤이 훨씬 조용합니다.
- 전망대와 보트 코스는 이른 오전에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 자전거 이동은 3~7km 안쪽 코스가 가장 편했습니다.
하이퐁, 잠깐 스쳐 가기엔 아까운 항구 도시
하이퐁은 깟바섬으로 가기 전 지나가는 도시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하루만 머물 생각이었는데, 막상 걸어보니 이 도시의 낡고 단단한 분위기가 괜찮았습니다. 하노이에서 기차로 약 2시간 30분, 역 주변에는 오래된 프랑스식 건물과 로컬 식당이 섞여 있습니다. 관광객을 붙잡으려는 느낌이 적어서 오히려 편했습니다.
하이퐁에서 가장 좋았던 건 반다꾸어였습니다. 붉은 쌀국수 면에 게 육수를 넣은 음식인데, 국물이 가볍지 않고 묵직합니다. 현지 가게에서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조용히 한 그릇씩 먹고 나갑니다. 가격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제가 간 곳은 4만 동 안팎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떰박 호수 주변을 걸었습니다. 특별한 명소라기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쉬는 곳에 가까웠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이퐁은 예쁜 장면을 찾아다니는 도시라기보다, 낡은 간판과 오토바이 소리, 항구 도시 특유의 거친 공기를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깟바로 바로 넘어가기 전 반나절만 남겨도 도시의 표정이 조금 보입니다.
조용한 베트남 여행을 고를 때 생각한 것들
사람 적은 여행지는 불편함도 같이 옵니다. 버스 시간이 자주 바뀌고, 영어 안내가 부족하고,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대신 여행의 속도를 내가 조금 더 정할 수 있습니다. 줄을 서는 시간보다 길을 헤매는 시간이 늘고, 유명한 전망대보다 시장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베트남여행지추천을 찾다 보면 결국 많이 언급되는 도시로 마음이 기울기 쉽습니다. 편하고, 검증되어 있고, 실패 확률이 낮으니까요. 그런데 꾸이년, 푸옌, 닌빈의 작은 마을, 하이퐁처럼 살짝 비켜난 곳들은 여행을 조금 덜 소비하게 해줍니다. 저는 그런 장소에서 사진을 덜 찍고, 대신 냄새와 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
다음에 베트남을 간다면 또 유명한 도시를 완전히 피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정 중 이틀쯤은 이름이 덜 익숙한 동네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여행이 꼭 대단한 풍경으로만 채워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떤 날은 아침 시장의 젖은 바닥, 낡은 간판 아래에서 마신 진한 커피, 해변 끝에서 천천히 접히는 파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